제37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37주년 광복절 경축사 | ||
제36주년 광복절 경축사 |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 제38주년 광복절 경축사 |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경축사 | 1982년 8월 15일 일요일 |
친애하는 국내외 6천만 동포 여러분.
민족의 저력이 세계로 힘차게 뻗어 나가고, 민족자존에 대한 모두의 각성과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가운데 제37회 광복절을 맞이하게 된 것을 본인은 매우 뜻깊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또한 오늘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국정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정부를 출범시킨지 서른 네돌이 되는 날로서, 본인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특히 이날을 마음속 깊이 경하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본인은 민족적 경축일인 이날을 맞이하여 나라의 광복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한 여러 선열들과 민주조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기여를 해 온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의 영광을 돌리는 바입니다.
동포 여러분.
오늘은 나라의 주권을 상실한다는 것이 겨레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 것인가를 웅변으로 가르쳐 주는 날입니다. 36년의 일제 식민지기간을 넘는 세월을 지나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모두가 이날을 이토록 감격스럽게 경축하고 있는 것은 이민족지배의 고통이 그만큼 뼈에 사무쳤기 때문인 것입니다.
피와 눈물, 비통과 한숨으로 얼룩졌던 그 아픈 시련은 당해본 민족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의 수만은 선조들은 일제의 총검아래 생명을 잃었고, 자유와 재산이 여지없이 박탈된 가운데 가난과 피압박의 긴 세월을 울분 속에 지새워오지 않으면 안 되었읍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숨쉬는 인간의 최소한의 상징인 이름과 말마저 빼앗겼던 것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난의 유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읍니다. 가난과 압제를 벗어나고자 고향을 떠나 정처없이 유랑의 길을 떠났던 동포들, 그리고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혹사당했던 동포들이 만주, 시베리아, 사할린 등에서 아직도 고향을 그리며 망향의 눈물을 흘리고 있읍니다. 수십만의 재일동포들이 온갖 종류의 차별대우 속에 고달픈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현실도 또한 식민지시대의 슬픈 소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비극적인 유산은 동족끼리 남북으로 잘려 대치하고 있는 오늘의 한반도 상황인 것입니다. 일제에 의한 강점이 없었더라면 조국이 결코 분단되지 않았을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읍니다. 그리고 동족간에 상잔의 전쟁을 치른 위에 지금 이 시간까지 민족의 힘을 소모시키는 피곤한 대치상태를 끝없이 계속하고 있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국권상실의 고통은 상실기간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넓고 깊게 번져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8, 15를 맞는 오늘, 우리는 다 함께 국권상실이 얼마나 뼈아픈 것인가를 자각함과 아울러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결의를 굳게 다짐해야 하겠읍니다.
우리는 무력과 압제에 의해 어느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하려는 침략주의와 식민주의를 엄격하게 경계하는 한편으로, 우리가 그러한 침략주의, 식민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더욱 튼튼하게 방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침략과 압제는 그것을 싫어하는 것만으로써 막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제에 의한 침략은 우리가 그 침략을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막을 스스로의 힘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우리가 국력이 강하면 우리가 굳이 침략반대를 소리높여 외치지 않더라도 아무도 우리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힘없는 민족이 외치는 평화와 자존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 하는 것은 세계사가 명백히 가르쳐 주는 교훈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직접 겪은 생생한 체험인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가 분하고 억울하면 그럴수록 우리의 의지를 더욱더 국력신장에로 모아 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광복절은 우리에게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읍니다.
이러한 국력신장을 위해서는 참다운 국민화합을 이룩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분열과 갈등, 파쟁과 극한대립, 사심과 당리당략은 국민적 저력의 결집을 불가능하게 하고 국력을 잠식하는 독소인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지난날을 겸허하게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되겠읍니다. 일제침략 이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더라도 우리가 진정한 국민화합을 제대로 이룩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를 우리는 진지하게 되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민족의 침략과 시달림을 간단없이 받아 온 것도 분열 속에 스스로의 저력을 한데 모으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었음을 우리는 깊이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따라서 우리는 국력신장의 중요성이 더없이 절감되는 가운데 맞는 오늘의 이 8, 15를 지난날 우리 역사의 잘못된 풍토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위해 우리 모두가 분발해 가는 일대 기점으로 삼아야 하겠읍니다.
국민 여러분.
본인은 8월 15일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해방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읍니다.
즉 그 첫째는 이민족의 압제로부터의 해방이며, 둘째는 세습왕조정치로부터의 해방인 것입니다. 1945년 이날 일제가 이 땅에서 물러감으로써 우리는 첫째의 해방을 달성했고, 또한 1948년 이날 세습왕조정부 아닌 민주주의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우리는 둘째의 해방을 달성했읍니다.
우리가 광복으로 민족의 자존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국권상실 이전의 정치체제를 복원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체제를 선택한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대한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8, 15는 우리가 한국인으로서의 명맥를 다시 되살린 날이면서 동시에,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인으로서는 새롭게 태어난 날이라고 하겠읍니다.
이러한 새로운 탄생은 우리 민족이 현대인으로서의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매우 필요하고도 소중한 전기었다고 본인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경험이 없는 우리가, 그 당시 다른 선택의 개연성이 없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의 새 가치와 전통을 과감하게 선택한 것은 우리의 민족적 예지에 바탕을 둔 위대한 결단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동안 헌정사에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우리가 취한 결단은 매우 현명한 것이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은 그 동안 민주주의의 진정한 토착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 대해 애를 태워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의지는 착실하게, 그리고 꾸준히 전진해 왔음을 우리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습왕조정치보다 민주정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않은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온 국민은 또한 이러한 우월한 제도를 6천만 모든 동포가 누려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을 가지고 있읍니다.
그러나 이러한 염원은 불행하게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읍니다. 국토의 반 저쪽에 있는 우리의 형제들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경험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읍니다. 그들은 한말까지의 왕조정치, 36년간의 일제통치에 이어 지난 37년간을 또다시 왕조식 세습정치 아래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또한 30여년 전의 통치자를 아직도 통치자로 갖고 있어야 하는 세계유일의 주민들로서 오늘날의 민주주의 조류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당한 생활을 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행은 민족의 긍지를 위해서도 하루바삐 극복되지 않으면 안 되겠읍니다.
그러한 극복의 길은 말할 것도 없이 조국의 민주적 통일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작년 남북한당국 최고책임자의 상호방문 및 회담과 남북한 사회의 상호개방을 제의한 데 이어 금년 1월,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을 천명한 것은 세계사의 진운에 창조적으로 기여하는 상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었읍니다.
동포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8, 15 광복은 우리에게 자주의 얼을 되찾게 해 준 날입니다. 본인은 이러한 민족자주의 정신이 우리의 통일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기본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읍니다. 우리가 또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을 되풀이하거나 무익한 대결을 더 이상 계속한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기본정신에 대한 중대한 위해행위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민족자결의 공고한 원칙 위에서 민족최대의 숙제인 통일문제도 우리 손으로 성취하는 모습을 세계인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때를 맞이했다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쌍방이 한자리에 마주앉아 겨레의 장래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 요청되고 있읍니다. 대화를 하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도 평화적으로 풀 수 없으며, 지금과 같이 서로 문을 닫고 접촉을 꺼려한다면 민족화합과 통일은 그만큼 늦어지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와 겨레의 지향에 따라 접촉과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하루 족히 남북한당국의 최고책임자회담을 실현시켜 대화와 접촉의 문이 과감하게 개방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와 같은 우리측의 제의에 북한측이 긍정적으로 호응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또한 본인은 남북쌍방이 통일을 위한 대화를 진지하게 진행하는 역사적 과업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 오늘과 같은 비정상적인 남북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사회개방을 통해 민주화합을 도모하는 실천적 노력도 함께 기울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본인은 오늘 이 기회를 통하여 북한을 포함한 모든 공산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에게 우리 사회부터 먼저 개방할 것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우리의 형제동포들은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대한민국을 내왕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정부는 그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입니다.
본인은 비록 사상과 제도 그리고 거주지역을 달리하고 있다 하더라도 같은 민족이라면 누구나 조국강토를 자유로이 내왕할 수 있게 될 때 동포애를 되살려 민족화합을 성큼 앞당길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민족통일을 이룩하는 원동력으로 발전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로서 우리는 일제 36년의 연대표를 덮어 버리고도 남는 광복 37년의 아침을 맞이하였읍니다. 그러나 이민족지배의 깊은 상처를 아직도 말끔히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악몽의 그 연대에서 지금도 완전한 광복을 성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겠읍니다.
따라서 우리는 흔들림없는 투철한 민족사관을 정립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국력신장과 조국통일을 달성함으로써 완전한 광복, 새로운 광복을 구현하는 일에 다함께 매진해야 하겠읍니다. 그렇게 될 때 한반도를 침략의 대상으로 보는 그 어떤 나라도 없을 것이고 한민족을 모멸의 대상으로 보는 그 어떤 민족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겨레의 무한한 저력과 우수성으로 인하여, 그리고 세계최대의 대륙과 세계최대의 대양을 이어주는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하여 우리는 세계와 세계인의 선망과 존경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읍니다. 8, 15 이전에 겪었던 이민족지배의 고통과 모멸을 다시는 겪지 않는 확실한 보장은 우리를 지배했던 나라보다 더욱 잘 사는 나라, 더욱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길뿐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민화합을 더욱 굳게 다지고, 그 기반 위에서 나라의 힘을 기르기 위한 분발과 노력을 가일층 강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읍니다.
조국근대화를 위한 70년대의 자각과 자신을 더욱 일깨워 지금부터 우리가 의지와 슬기를 다해 나간다면 국력신장을 향한 우리의 역사적 장정은 기필코 성공하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온 국민의 합심협력을 간곡히 당부하는 바입니다.
1982년 8월 15일 대통령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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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대 대통령 전두환 경축사 | 1982년 8월 15일 일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