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주년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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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주년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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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 및 독립기념관 기공식 치사 1983년 8월 15일 월요일


친애하는 국내외 6천만 동포 여러분.


나라를 되찾은 광복, 그날의 감격이 조국통일의 열망으로 다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오늘 뜻깊은 제38회 광복절을 맞이하게 되었읍니다.

본인은 오늘 이 뜻깊은 날에 호국선열의 애국단심이 살아 숨쉬는 이곳 목천흑성산 기슭에서 자주와 독립의 국민적 의지를 만세에 전하는 전당이 될 독립기념관을 기공하게 된 것을 동포 여러분과 함께 충심으로 경하해 마지않는 바입니다. 오늘은 또한 우리 나라 역사상 최초로 민주정부를 수립한지 서른 다섯돌이 되는 날로서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더욱 깊은 감회를 느끼게 하고 있읍니다.

이처럼 국권회복과 민주출범 의 신기원을 연 8,15를, 오늘 내외동포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희망과 드높은 자신감 속에서 경축하게 된 것은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동포들의 숭고한 헌신의 결과임을 상기하면서 오늘의 영광을 바치는 바입니다.


동포 여러분.


8,15광복의 참다운 의미는 조국통일을 성취하고 번영의 선진국을 건설하는 위한 새 역사 개척의 소명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이 엄숙한 소명에 따라 세대를 잇는 창조의 헌신과 영원을 내다보는 번영의 의지로써 민족의 저력을 가꾸어 나온 것입니다.

민족사의 단절 36년을 복원하는 광복이 하필이면 누천년 단일민족을 남북으로 이산시키는 고통의 시발이 되었는가를 생각하면 그것은 분명 통탄스러운 비극이 아닐 수 없읍니다. 그러나 아무리 슬프더라도 그대로 주저앉아 옷소매만 적시고 있어서는 그 슬픔에서 결코 벗어날 수 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우리 겨레의 위대한 응집력을 역사와 세계에 자랑해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자부하면서 통일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디뎌나가야 하겠읍니다.

무수한 외침과 전화 속에서도 수천년을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의 생명력은 우리 민족이 아니면 도저히 가꿀 수 없는 기적의 힘인 것입니다. 그러한 기적의 힘을 다시 발휘한 때를 우리는 지금 바야흐로 맞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소명에 충실할 때 우리는 분단을 통일로 바꾸는, 그것도 평화적으로 바꾸는 신화를 인류역사에 기록하는 민족으로서 세계인의 숭앙을 받게 될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가 오늘 독립기념관으르 세우는 첫 삽질을 하게 된 것은 제 2광복의 소명을 구현하는 우리 모두의 투철한 결의와 힘찬 전진의 징표인 것입니다. 새로운 광복의 바탕은 흔들림없는 민족사관의 정립이라는 신념에 따라 우리 국민 모두는 독립기념관 건립운동에 나선지 1년만에 오늘 그 튼튼한 기초를 닦는 역사를 착수하게 되었읍니다. 남녀노소와 재산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우리 겨레는 오직 자주와 독립의 한 뜻으로 뭉쳐 독립기념관에 쓰일 벽돌을 장만하고 그 터를 닦은 것입니다.

지난 1년간의 이 운동은 민족화합의 일대승리이자 민족자존의 위대한 궐기였을 뿐 아니라, 바로 제2의 광복운동 그것이었다고 본인은 확신하고, 이 운동에 주인으로 참여한 내외동포 여러분에게 뜨거운 경의와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유관순 열사의 만세소리와 윤봉길 의사의 애국 충절을 비롯하여 수많은 선열들의 독립의지가 살아 숨쉬고 있으며,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애국혼이 오늘도 굽어보고 있는 이곳 흑성산 언덕에는 멀지않아 국난극복과 자주독립의 위대한 역사를 집대성한 독립기념관이 그 웅대한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민족의 강인한 독립의지를 국력배양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겨레의 영원한 번영을 상징하는 민족정신의 도장이라고 하겠읍니다.

본인은 뜻깊은 이날을 계기로 민족과 민족사를 지키려는 우리 모두의 의지가 불퇴전의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이 독립기념관을 길이 후손에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으로 가꿀 것을 온 겨레와 함께 다짐하는 바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이 독립기념관이 어떤 풍우에도 흔들림이 없을 튼튼한 건물이 되도록 공정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공사의 유물과 기록 그리고 모든 자료를 갖추는 데 거족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하겠읍니다. 우리는 오늘의 이 역사적인 기공식을 민족저력의 도약대로 하여 굳건한 민족사관과 국민화합을 지켜 국력신장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광복을 이룩하는 노력을 가일층 강화해 나가야 하겠읍니다.


동포 여러분.


평화적인 조국통일을 바라는 온 겨레의 여망이 아직도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북한공산집단의 반민족적이고 반평화적이며 반통일적인 자세에 기인하고 있읍니다. 그들은 온 겨레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는 것을 반대하고 있읍니다. 그들은 형제끼리 싸우지 말고 정답게 함께 잘 지내는 것도 반대하고 있읍니다. 그들은 같은 동포끼리 서로 말을 나누는 것도 반대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서로 만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읍니다.

통일은 겨레끼리 얼싸안고 오손도손 같이 잘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로 만나지 않고서는 결코 얼싸안을 수도, 오손도손 살아갈 수도 없는 것입니다. 입으로는 통일을 얘기하면서도 남북대화에는 끝끝내 반대하고 있는 북한공산집단의 태도는 결국 「만나지 않고 얼싸안자는 식」의 어이없는 기만윤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그들이 평화적인 조국통일에 대해 일말의 의향도 없다는 것을 웅변으로 입증해 주고 있읍니다.

그들은 6천만 동포의 구성비율로 보아 값어치도 채 안 되는 특정파당이나 특정세가의 지속적인 영화를 고수하기 위하여 민족 전체의 행복으로 직결되는 현상변경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가운데 통일의 기초가 되는 민족의 동질성마저 심각하게 멍들어 가고 있는 현상은 민족사적 입장에서 진실로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지금 내외의 비상한 관심 속에 전개되고 있는 이산가족찾기 운동은, 우리는 물론 인류애를 가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크나큰 충격을 주고 있읍니다. 평생에 가깝도록 생사를 모르던 혈육들이 극적으로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과, 아직도 혈육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이산가족들의 애절한 모습은 동포 모두에게 뜨거운 감명과 가슴 저미는 아픔을 안겨 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고 있는 이산가족찾기 운동은 남쪽에 와 있는 동포들끼리의 상봉 밖에 주선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한계를 스스로 가지고 있읍니다. 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남쪽에 와서 이산된 가족들보다도 남북으로 이산된 가족들이 훨씬 더 많으며, 그들은 상봉의 기쁨은커녕 생사의 소식조차 알아볼 길이 막혀 있는 실정인 것입니다. 이렇나 남북이산가족들의 아픔은 우리 겨레 모두의 아픔이며 그들의 비원을 풀어주는 것은 우리 겨레 모두의 책임인 것입니다.

남북한간의 이념과 제도가 아무리 다르다 하더라도 헤어진 혈육들의 생사 확인마저 가로막고 있는 것은 오늘날과 같은 문명사회에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명분에 의해서도 남북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늦추거나 회피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더 이상 늦춘다는 것은 결국 이산당사자의 한을 생전에 풀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지연시키는 것은 인륜에 반하는 일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북한당국자들은 이 절실한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피맺힌 절규를 직시하고 같은 인간으로서의 기초적인 양심에 의거하여 그들의 소원을 풀어주는데 성의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본인은 지난해 광복절을 기하여 북한을 포함한 모든 공산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 우리 대한민국부터 개방할 것을 선언한 바 있읍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에 북한대표들이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읍니다. 본인은 남북한간에 접촉과 대화의 문이 열려 모든 동포들이 사상과 이념 그리고 제도에 관계없이 조국강토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 때, 우리 민족의 진정한 화합이 다져지고 제2의 조국광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동포 여러분.


북한공산집단의 끊임없는 무력적화야욕과 도발획책으로 당장에는 통일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분명히 이산과 갈등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분단청산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읍니다.

우리는 이미 국권상실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만큼 힘있는 나라로 성장했으며, 국력의 신장과 더불어 통일을 성취하는 실력을 날로 키워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부강하고 번영된 선진조국은 이제 눈앞에 펼쳐지려 하고 있으며, 6천만의 염원인 평화통일의 신화적 위엄은 멀지않아 우리 손으로 실현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기공되는 이 독립기념관은 바로 번영과 통일의 위대한 민족사를 창조하는 온 겨레의 생명력을 개화시키는 영광의 전진기지가 되는 것입니다. 민족자존의 빛나는 전통을 굳건한 초석으로 하여 의지와 긍지를 원동력으로 삼아 우리 모두 정성을 다해 나가면 통일된 선진조국을 구현하는 제2광복의 그날은 반드시 우리 앞에 다가오고야 말 것입니다.

영원불멸의 영광된 민족사를 위해 우리 모두 조국이 광복되던 그날의 환희와 오늘의 벅찬 결의로 다시 뭉쳐 힘차게 전진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1983년 8월 15일 대통령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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