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주년 광복절 경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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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위대한 21세기를 향해" 1995년 8월 15일 화요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북한동포와 해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오늘 뜻깊은 광복 50주년을 맞아, 민족사에 새 지평을 열자는 굳건한 결의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 우리의 귓전에는 잃었던 국권을 되찾은 기쁨으로 독립만세를 외치던 반세기 전 그 날의 환호가 생생합니다.

우리의 가슴은 온갖 고난을 뚫고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반세기에 대한 깊은 감회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가오는 21세기를 우리 민족의 위대한 시대로 만들자는 굳은 다짐 속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선열들의 축복과 7천만 겨레의 기대가 이 자리에 충만해 있습니다.

이 경하스러운 발을 맞아, 저는 먼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신명을 바치신 애국 선열들을 추모하며 삼가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의 이 나라를 만들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묵묵히 땀흘려 일해 오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7천만 동포 여러분!


우리 겨레에게 지난 50년은 가혹한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우리는 불굴의 의지로 이를 극복해 왔습니다.

우리는 민족분단과 동족상잔이라는 엄청난 비운을 안은 채 국가건설의 대장정에 나서야 했습니다.

물려받은 빈곤과 전쟁의 폐허 위에서 생존마저 위협받아야 했던 '절대빈곤의 시대'를 헤쳐 나와야 했습니다.

극단적인 남북대치와 군사독재 아래 민주주의가 질식하던 '어둠의 시대'를 뚫고 나와야 했습니다.

그러나 식민통치의 사슬을 끊던 불같은 투혼과 강철같은 의지로 우리는 분연히 일어 싫습니다.

불과 한 세대 남짓한 짧은 기간에 우리는 가장 가난한 나라로부터 이제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뛰어 올랐습니다.

민주의 씨앗이 싹트기조차 어렵던 그 메마른 땅 위에 문민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웠습니다.

민족의 자존을 크게 드높이고, 민족사의 정통성을 확고히 세웠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의 당당한 중심국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유와 풍요의 민주공화국을 세우고자 했던 선열들의 소망이 마침내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것입니다.


내외 동포 여러분!


우리의 성취가 이처럼 빛나는 것임에도 우리의 광복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습니다.

남북의 민족성원 모두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광복의 완성일 것입니다.

통일의 큰 길을 열기 위해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평화 없이는 통일된 조국은 물론, 민족의 장래 또한 기약할 수 없습니다.

저는 민족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을 제시하는 바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는 반드시 남북 당사자간에 협의, 해결되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책임은 궁극적으로 남북한 당사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관련 국가들의 협조와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크게 기여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비롯한 모든 남북간의 합의사항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평화의 첫 걸음은 신뢰구축이며, 신뢰는 서로 약속한 것들을 지키고 실천에 옮기는 데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같은 기본원칙을 밝히면서 남과 북이 지금의 정전협정을 준수하는 가운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적절한 대책을 함께 강구해 나갈 것을 촉구합니다.

광복 50주년이 되는 올해야말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인 해가 피어야 마땅합니다.

저는 북한이 조속히 안정되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오고, 남북간에도 신뢰가 증진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당부 드립니다.

평화통일은 우리 모두의 절실한 염원이지만, 그것을 추진하는 것은 냉엄한 현실의 과제입니다.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환상적인 기대도 성급한 포기도 모두 금물입니다.

꾸준한 인내심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것이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7천만 동포 여러분!


광복 반세기라는 역사의 장을 넘기는 오늘, 우리의 눈앞에 새 하늘, 새 땅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는 21세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역사의 전면에 나설 아시아, 태평양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선조들의 꿈과 후손들의 소망이 담긴 민족의 꿈을 활짝 펼칠 때가 왔습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됩니다.

이제 저는 7천만 겨레의 여망을 모아 민족이 나아갈 길을 역사 앞에 엄숙히 선언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조국을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는 '일류국가' 로 만드는 것, 이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어진 민족사적 소명입니다.

21세기를 우리 민족의 위대한 꿈을 실현하는 세기로 만들어 나갑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나라의 각 분야가 선진화되고 세계화되어야 하겠습니다.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고루 확산되어야 하며, 한 차원 더 높은 발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파당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하는 정치가 나와야 할 것입니다

밝은 틀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새 정치가 나와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 또한 선진 경제권에 진입해야 합니다.

경제의 규모가 더욱 커질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고도화되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고루 나누어지고, 삶의 질을 존중하는 경제가 되어야 합니다.

정당한 부가 존경을 받고 분배의 정의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통일에 대비하는 경제 역 량 또한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진정한 문화국가를 건설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인간과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제도와 관행이 확고하게 정착되어야 하겠습니다.

정신문화가 존중되고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실현되는 투명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민족정기를 드높이고 자랑스런 민족문화를 꽃피워야 하겠습니다.

셋째. 인류와 세계의 발전에 더욱 기여하는 민족이 됩시다.

우리는 지금 역동적인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와 번영의 아시아, 태평양 공동체를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아가. 민족의 웅대한 꿈을 저 넓은 세계무대에서 펼쳐야 합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당당하게 경쟁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진정으로 기여하는 나라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역사는 청산과 계승을 통한 창조의 과정입니다.

우리는 오늘 옛 조선총독부를 철거하는 역사적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건물이 철거되어야만 우리 민족사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경복궁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식민잔재를 깨끗이 청산하고 우리의 민족정기를 회복하자는 온 국민의 뜻과 의지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옛 조선총독의 관저를 철거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였습니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는 단순히 식민잔재의 외형적인 청산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그릇된 역사의 잔재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되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한, 일 두 나라 관계가 불행했던 과거의 그늘로부터 벗어나 미래지향적으로 발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이 과거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오늘 광복 50주년을 계기로 애국선열 등 1천4백여 분을 새로 독립운동 유공자로 모셨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선열들의 애국애족 정신은 우리가 이어 받아 후대에 전해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저는 광복 이후 전반세기와 후반세기를 잇는 대통령으로서 역사의 창조적 발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거대한 문명사적 변혁 앞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안으로는 내실을 다지면서 밖으로는 21세기를 향한 역사의 격랑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움과 분열과 갈등으로 소모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미움을 사랑으로, 분열을 통합으로, 갈등을 조화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오늘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대대적인 특별사면과 복권을 단행하였습니다.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대규모의 일반사면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이는 뜻깊은 광복 50주년을 맞아 우리 국민 모두가 대화합을 이루어 새출발하는 역사적 계기를 만들겠다는 충정에서 내린 결단입니다.

그러나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 이루어진 부정부패 관련자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했습니다. 이것은 부정부패는 반드시 척결한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세계로 미래로 힘차게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조국과 민족의 앞날이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를 통해 위대한 국민만이 위대한 역사를 창조한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모두 다시 한번 한민족의 위대한 21세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을 세계화합시다.

변화와 개혁을 힘차게 추진합시다. 그리하여,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서 인류공영에 기여하는 '일류국가'의 꿈을 실현합시다.

50년 후 광복 한 세기가 되는 그날,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의 우리를 진정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1995년 8월 15일 대통령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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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위대한 21세기를 향해" 1995년 8월 15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