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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성/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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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개」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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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튼날부터 인숙의 시집살이는 시작되였다. 일은아침 전 깃불이 나가기전부터 일어나 세수를하고 분을 바르고 유모 가 머리를빗겨 쪽저주면 족도리를 쓰고 긴 치마를 늘이고는 시중 조모로부터 시조모 시아버지 시어머니에게 차례차례 문안을 들인다. 지밀로 별당으로 산정으로 유모와 안짬재기 의 후의로 드나들며 그네들이 기침하기를 기다려 절을하고 한참씩이나 문밖에 시림을 헌다.

그네들은 자고 일어나는 것이 일정한 시간이 있는것이 아 니라 반신불수인 시중모는 새벽부터 깨여서

『새아씨 잘 주무섰나 가보아라』

하고 한 집안에서 전갈하님을 내보낸다. 시이버지는 산성 에서 친구들과 밤늦도록 바둑을 두거나 술상을 버리다가 새 벽녁에야 취침하면 이튼날 오정때나 되여야 상노가 침방의 덧문을 연다 인숙이는 그때까지 아침을 못먹고 족도리를 쓴채 기다렸다 가 문안을 들려야만한다. 조반상을 벌녀노코도 한시간 동안 이나 느리잡고 떠 넣어야만먹는 증조모가 상을 몰릴때까지 장지밖에 꼿꽂이서야한다. 그다음은 시할머니의 밥상머리로 움겨가서 시중을들고 다음차례로 거진 점심때에야 아침상을 받는 시아버지의 식사가 끝이날때까지 꼼짝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법이었다. 그뒤에야제방으로 돌아와서 족도리를 버스며

『아이 배곱하. 엇질엇질해 쓸어질것 같어』

하며 인숙이는 유모의 억개에 이마를 부비며 한참이나 진 정을 할때도있다.

『그러길래 고초당초 맴다지만 시집살이가 더 뱀다지요.

큰아씨 둘째아씨도 다 한번식은 작은아씨처럼 치르섰을걸.

처음이니깐 고되기는 허겠지만 백판 아무것두 없는 우리네 집의 며누리 보덤은 좀 호강스러우?』

하며 유모는 인숙의 옷을 갈어입히고 그제야 반비다지에게

『새아씨 진지 잡셔와』

하고 아침상을 재촉한다.

인숙이는 부잣집으로 시집을 온 덕태에 생후처음으로 배곱 흔것을 알었다. 남의 빕성미리에서 침을 삼키면서 배곱흔것 을 참기가 얼마나 어려운것을 깨달았다.

허기가 지도록 시장했든김에 급히 밥을떠먹고 나면 머리가 적근 직근 아펐다. 그러나 인숙이는 잠시도 들어 누을수가 없었다. 동서들이 드나들고 시누이가 들어와서 한바탕 부산 을 떨고 또 조금 있으면 대방이나 산정에서 손님이 왔다고 꺼둘녀가서는 하로도 절을 수십번식이나한다. 앉었다. 일어 섰다 하기에 오금이 아펐다.

백여간 넓은집에 식구도 많어 우굴우굴 꿇거니와 대소가며 일가친적이 어찌나 많이 드나드는지 정신을 차릴수가없다.

나종에는 인이 둘녀 골치만 휭휭 내둘렸다.

(아이고 이게 시집살인가?) 하는 탄식이 인숙의 조그만 입으로 제절로 나왔다.

그러다가 밤에나 편히 자게되느냐 허면 저녁문안도 해야허 지만 의례 자정이 넘어서야 겨오 제방으로 돌아가게된다.

『얘 새아씨 불러라』

로대방마님의 반벙어리 소리같은 명령이 한번 나리면 언제 든지 첩지를 하고 납치마를 입고있는 늙은 내인이 인숙을 데릴러 나온다.

인숙이는 운신을 못하고 누어있는 시중조모곁에서『옥루 몽』이니『사시남정기』니 하는이야기책을 읽어 들려주는것 이 밤마다 허는 일이다.

『온 고 목소리 곱기도 해라』

『어쩌면 저렇게도 꾀꼬리 소리같읍니까』

『저 어려운책을 한자서슴지않고 졸졸 나려 읽으시니……

큰 아씬 문안편지도 망축허게 쓰섰는데』

곁에 앉인 내인들과 늙은 여편네들이 번차례로 새아씨의 칭찬을 늘어지게 한다.

인숙이는 저를 칭찬하는 소리가 듣기 실치는 않으면서도 (인제 그만 가 자기나 했으면) 하는 생각만 앞을섰다. 각갑한것과 졸린것을 간신히참고, 눈이 아물아물 하도록 책을 읽는데 시중모는 책읽는 소리를 듣는둥 마는둥 눈을감었다 떴다 허다가는 코를골기 시작한 다. 그러다가도 책읽는 소리가 끝이면

『어서 읽어』

하고 눈을 번쩍 뜨고 손짓을 헌다. 그래서 또다시 읽기를 시작하면 대개 자정이 넘어서야 『고만 물러가 자라』는 처 분이 나린다.

인숙이는 비록 입속일 망정

『내가 얘기책을 보러 시집을 왔나 뭐』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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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이는 시집온지 사흘만에야 봉환의 얼굴을 처음 보았 다. 그것도 정면으로 똑똑이 보지는 못했다. 이종이니 외사 촌이니 하는 젊은 축들이와서

『신랑신부를 붙잡어다 나라니 앉어보자』

『우리 한데다 묵거 놀가 어렇허나 보게시리』

하고 작난들을 허는 바람에 몇번이나 피하다 못해서 꺼늘 녀 다녔다. 시어머니가

『아서라, 상없이 작난들말아, 그까짓 어린애들을 가지고』

하고 소리를 질러도 작난꾼들은 극성스러히 인숙이와 봉환 이를 끄려다가 허리띠로 묵거놓고 놀렸다.

봉환이는

『아야야 내 허라는대루 허께』

하고 엄설을 하면서 인숙의 무릎우의 올러앉기도하고 석류 꽃처럼 밝애진 인숙의 얼굴에 제 뺨을 부벼도 보았다.

인숙의 피부에 이성(理性)의 살이 다끼는 처음이었다. 그러 나 인숙은 얼굴이 모닥불을 분것같는 확근거리고 가슴이 뛰 놀았을 뿐이요, 남편이라는 사람의 살이 제몸에 다허도 여 자로서의 이상한 감촉은 느끼지 못하였다. 다만 머리를 들 수없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봉환이가 제방에 들어오는일은 없어도 별당 할머니와 꼭 겸상을 해서 밥을 먹기때문에 조석으로 밥먹는 모양을 등뒤 에서 볼수있었다. 그러다가 대청에서나 복도에서 서로 마조 치면 바로처다보지를 못할 사람같이 얼는 시선을 돌리며 고 개를숙였다.

봉환이 역시 다른 사람에게는 엉석도 부리고 군것질을 못 해서 떼를 쓰다가는, 인숙이가 곁에 있으면 움찔하였다.

『색시 헌테 치신을 잃으면 못쓴다』

고 하도 여러사람이 타일렀기 때문에 봉환에게는 제색시의 존재가 거북살스러웠다. 전처럼 체면 사납게 몸을 가질수도 없는데 더군다나 벽장을 뒤저 주점부리나 허다가 들키면

『저건 왜 작구만 날 따러댕겨』

하고 입속으로 중얼중얼하면서 인숙의 곁을 슬금슬금 피했다.

그러다가 봉환이는 며칠이 지난뒤부터 옥색 숙고사겹두루 마기를 입고 그동안 쉬었든 학교에를 다녔다. 한문을 가르 친다고 늦게야 입학을 헌데다가 이학년에서 낙제를 했기 때 문에 올에야 겨우 보통학교 사학년이었다. 아직도 청직이가 데려다 주고 점심때에느 계집하인이 고기반찬에 더운점심을 담은 찬합을 날렸다. 하학한 뒤에도 상노나 청직이가 가서 앞을 세우고 온다.

인숙이는 봉환에게 대해서 (저게 내 남편이거니) (내가 위해 줄사람이거니) 할뿐이었다. 봉환이가 학교에 다녀와서는 책보를 내어던지 고 안마당에서 행낭 아이들과 비사치기나 사방치기를 해느 라고 깡충깡충 뛰거나, 어직도 세바퀴 자전거를 타고 돌아 다니는 것을 분합 유리창으로 내다 보고는 (왜 저렇게 아주 어린애 같을가? 좀 점잖었으면) 할 다름이요, 남남간처럼 언제까지나 친해질것 같지는 않 었다.

큰 동서는 체수가 작고 외화는 불것이 없으나 매우 얌전해 보이는데

『처음 공고라 퍽 어렵겠네 시장할때도 많으니』

하고 어린동서를 동정해준다. 자근 동서는 생김생김이 좀 변덕스럽겠는데 만삭이 되여서 제방에서 별로 나오지를 안 는다.

식구중에 인숙에게 제일 불임성스럽게 구는것은 유치원을 졸업하고 금년에 여자보통학교에 입학한 시누의 봉희였다.

봉희는 피어 올르는 모란송이 모양으로 어글어글하게 생겨 서 첫눈에 반가웠다.

『언니 우리 새언니』

하고 인력거를 타고학교에 갔다오서는 잠시도 인숙의곁을 떠나지 않는다.

『나 새언니허구 잘 테야』

하고 떼를 쓰기도 몇번이나 하였든것이다. 그래서 잠도같 이 자고 시간 상치만 안되면 조석도 겸상을 해서 먹었다.

인숙이역시

『자근아씨, 봉희아가씨』

하고 시누의를 친동생처럼 귀여해 주었다. 그리하야 인숙 이가 시집에와서 첫정을 든것은 봉환이가 아니요 봉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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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인숙이는 근친을 하고싶은 생각이 더욱 간절 하였다. 그러다

『집에가서 더두 말구 하루밤만 자구왔으면』

하고 제 속 생각을 이야기 할사람은 이집에서 아무권리가 없는 유모밖에없다.

『오죽 가구 싶겠수 입때꺼정 잠시잠간두 양위분 슬하를 떠나지 않든터에 겨우 전갈만 들구 지내니』

하고 유모도 빈 대답만 할뿐이다 그러지 않어도 시부모는

『고만 근친을 한번 십키시다. 어린게 오죽 저의집이 그립 겠소』

하고 책력을 보고 날짜까지 정한것을 별당에서 듣고

『친정엘 자조 다니면 못쓰느니라, 출가외인이라니 대방에 서 병환이 더 위중허신데 안직 못간다』

하고 반대를 하였다. 집안일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별당에 서 조석으로 향불을 피어놓고 불공만들이며 연화댓길을 닦 기에만 정신이 없는 시할머니는 이런일에만 출반주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시중조모는 날로 병세가 더 위중해 갔다.

양약은 입에 대지도 않고 더구나 침맞는것은 딱 질식인데 값진 한약을 수십제나써 오것만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 워 낙 팔십도 넘은 노인의 중풍병이라 화태편작이가 와도 손을 댈수없을것이다.

기름이 졸아붙은 등잔불처럼 꿈벅 꿈벅 하면서도 깜박하고 꺼지지도 않는다.

『인제 회춘을 못 허실가보다』

하고 수의며 관재의 준비까지 말끔 해논지가 여러해나 되 었고

『대방에서 오늘 해를 못넘기신다』

고 온 집안이 수성수성하다가도 목구녁에 끄리든 노인네가 기적과 같이 살어나기를 몇번이나 하였다.

그럴수록 노망까지 난 시증조모는 자기의 아람치 며누리로 정한 인숙이가 눈에띠우지만 않으면

『새아씨를 불러 오라』

고 잠꼬대 하듯 허다가 무슨 처량한 생각이 드는지 눈물을 질질 흘리며 울기까지한다.

그래서 인숙이는 잠시도 자밀을 떠날수가 없었다. 나종에 는 밥까지 인숙이가 떠넣지 않으면 먹지를 않는다. 어떤때 에는 사레가들려서 인숙의 얼굴에다 씹던 음식을 확 내뿜는 다. 그렇것만 인숙이는 눈쌀 한번 찦으리지않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뿐아니라 요새와서는 더러운것을 받어내는 요강지중까지 들었다. 앉혀놓고 먹이는 여편네야 수두록 하것만 일으켜 앉히고 드러 눕히는 것까지 인숙이가 해야만 한다. 기대는 안석이 되여서 종일 꼬박이 앉었으려면 (내가 이 노인네의 병구완을 하러 시집엘 왔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났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고기반찬을 먹여가며 어루만지는 유한 부인(有閑婦人)과같이 마찬기지로, 이늙고병든 시증조모는 인숙이를 언제까지나 각시처럼 눈앞에 앉혀놓거나 동자처럼 잔심부름을 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었다.

별당에서나 상정에서도 그러고 싶은생각은 간절하지만 아 즉인숙이가 자기네의 채레에 가지를 못할뿐이었다.

한편으로 봉희는 무시로『우리 새언니를 할머니가 빼서만 간다고』울며 떼를쓰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증손녀쯤이 그런다고 할머니가 별르고 별러서 얻어 찬 귀여운『노리개』를 손쉽게내여 놀리가 없었다.

그러자 어느날 저녁때었다. 인숙이가 여전히 대방에서 안 석 노릇을 하고 앉었으려니까 상노가 들어오더니 뜰아래서

『대감께서 새아씨를 잠간 자근 사랑으로 내보내시랍니 다』

하고 손길을 부비며 전갈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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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에 날이 바뀌고 달이 가셨다. 인숙이가 시집온 지 처음 얼마동안은 하도 몸이 고되고 얼떨떨해서 아무 생 각을 헐 겨를이 없었다. 온종일 층층시하에 시중을들고 그 넓은 집이 좀어라고 잔걸음을 치고 숫한 인사를 치르고 밤 늦도록 이야기책을 제 보다가 방으로 돌아오면 유모나 봉희 를 보고도 말한마디를 할기신이 없었다. 사지가 솜같이 풀 려서 한번 쓸어지면 새벽녁까지 꿈한번 내처 잤다.

그러다가 차차 시집형편도 알어지고 날마다 하는일이 익숙 해 질사록 틈틈이 천정생각이 문뜩 문뜩 났다.

『새언니 집에 가구 싶지 않우?』

하고 봉희가 위로하듯이 정다히 물으면

『아-니』

하고 가벼히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그래두 어머니 생각은 날걸 뭐』

하고 동의를 구하면

『그렇게 어머니 생각이 나서 어떻게 살우? 여기두 어머님 이 계신걸』

하고 집생각을 하는 사색도 보이지를 않었다.

그러나 시누의가 일부러 일깨워 주듯 할사록 어머니의 생 각이 나는것은 억제 할수없었다.

『끝에 며누리는 더 바랄나위 없거든』

『제 나이로는 지나치게 숙성해요. 인사범절이며 몸가지는 게 한군데 나물헐 구석이 없어요. 유모의 말을 들으면 눈썰 미가 있어서 바누질두 곳잘 한다는구려』

하고 시부모는 흐뭇 해서 며누리가 듣는데까지 칭찬을 하 였다. 즉접 상관이 없는 하인배까지도

『저 선머슴 같은 도련님이 장가는 썩잘 들었어』

하고 뒷공론을 하는 소리를 귓결에 들었다. 그러나 인숙이 는 기쁜줄은 몰랐다. 그다지 자랑스럽지도 않었다. 그네들이 위해주고 칭찬을 하는것보다는 무엇이든지 조금만 잘못하면

『미구불원 시집을 갈년이 그렇게 분간이 없어서 뉘속을 태울려느냐』

『너 그렇게 네 고집만 세우고 일에 꾀를 부리다가는 시집 간지 한달두 못돼서 쫓겨올라』

하고 걱정을 하시던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느니 만치 정답 지 못했다.

부드러운 비단 금침에 자는것 보다는 포대깃자락릉 깔고 어머니곁에 누었던 때가 그리웠다 끼니마다 상에 놓이는 고 기 반찬 보다는 어머니와 겸상을 해먹든 나물 한가지에 돈 장끼개가 맛이다.

(아버지는 요새 화나 내지 않으시나?) (옵바는 웨 한번도 안 들어 오실가? 또 어디로가지나 않으 섰나?) (언니가 혼자서 얼마나 속이 상헐가?) 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들성들성해서 가러앉힐수가 없다.

그러나 나종에는 점녜생각이나고 사인교를 따러나오던 바 둑이까지 보고 싶었다. 마루 밑으로 대고『오래 오래』하고 불러 함치르르한 털을 쓰다듬어 주던강아지가 그동안 퍽 자 랐겠지하였다.

늦은봄의 깊어가는 밤은 더한층 고달펐다. 불을 끄고 누었 으려면 곁에서 봉희가 씩씩하고 자는 숨소리만들린다. 서헌 에 기우는달이 영창을 붙들여 목화같은 화초나무 그림자는 물속에 풀닢처럼 움즉인다.

인숙이는 돌아누우며 한숨을 나즉이 쉰다. 이불자락을 끌 어 안으며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다가는 뜨거운눈물을 벼개에다 윽개였다.

제가 우는것을 혹시 시집사람에게 들킬가보아 이불을 뒤집 어쓰고 숨을죽이며 억지로 잠을 청하였다.

보슬비가 촉촉이 창밖에 나리는 아침에는 더욱 서글펐다.

머리를 빗자면 경대의 거울이 몇번이나 흐렸다. 개였다 하 였다.

(어머니 아버지가 웨 어느새 나를 시집을 보냈나?) (어집에선 뭘하려고 나를 데려 오지 못해서 그렇게 성화를 했나?) 하고 생각할사록 알수 없는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봄바람 같이 가볍고 보드러운 한숨이 저도 모르는 겨를에 꼭 담은 입을 새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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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댁에서 서방님이 들어오섰나 보우』

유모가 댓듬 누가 온줄을 알어차렸다. 그러지 않어도 그동 안 여간 궁금히 지내지 않았고 꿈자리까지 뒤숭숭허든 터이라

『응? 정말 오빠가 오섰을가?』

인숙이는 치맛자락을 휩싸 쥐고 봉환이가 공부를 하는 자 근사랑으로 나갔다. 남편이 쓰는 방이라고 들어와보기는 처 음이라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상노가 요리집 뽀이처럼 장지를 여는데 과연 경직이가 들 어와 있었다. 큰사랑에 다녀나와서 봉환의 큰형과 마주인사 를 하고 앉었다.

오라비를 보자 인숙의 속눈섭에는 금시 이슬방울같은 눈물 이 매첬다. 그것은 반가움에 겨워 저절로 소사올르는 우애 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집에서 제일 시스러운 시아주버니가 곁에 앉어 있기 때문에

『오빠!』

소리를 겨오 입속으로 하고 절 한번을 하였다.

『잘 있었니?』

할밖에 경직이도 할말이 없었다.

『네』

인숙인 나즉이 대답을 한다.

『아버지 내외분은 다 안녕하시구 집안에 큰 연고는없다』

하고 경직은 누의가 묻기전에 집의 안부를 전했다.

남매간에 오래간만에 맞났는데, 감옥에서 면회를 헐때 간 수가 립회를 허는것같어서 봉환의 형은 남매가 거북해하는 눈치를 채고

『그럼 이야기를 허시게』

하고 밖으로 나갔다.

시아주버니가 나간뒤에야 인숙의 눈에 매첬던 눈물이 한방 울 치맛자락에 똑 떠러지며 구슬처럼 버선 등으로 굴러 떨 어젔다.

『어쩌면 그렇게 한번두 안들어와 보신단말유. 벌서들 날 잊어 버리섰우?』

하고 인숙은 폭백하듯 하였다.

『이왕 남의집 사람이 된걸 자주 와 보면 뭘허니? 차차 친 정 생각을 잊어버려야지. 피차에 별고나 없는줄알구 지내면 고만이 아니냐』

경직의 말은 뜻밖에 냉정하다. 무슨 다른 근심이 첩첩한듯, 원악 화색이없는 얼굴에는 누의를 그다지 반기는 기색조차 없다.

(시집이라고 한번 오면 친남매간에도 이렇게 남남간 처럼 되나보다) 하고 인숙은 오라비의 태도가 매우 섭섭 하였다.

그러나 큰사랑으로 통한복도에서 쿵쾅거리며 뛰어오는 발 자최 소리가 들니더니

『처남 왔다지?』

하고 책보를 들러멘 봉환이가 자근사랑문을 활짝열고 토끼 처럼 껑충 뛰어 들었다.

인숙은 깜짝 놀란듯이 일어 섰다.

『남편이 들고 날때면 의려기거를 허느니라』

하고 어머니가 일러주었기때문에 봉환이가 무상시로 펄렁 거리고 드나들때마다 일어섰다 앉었다 하는것이 습관이되였다.

『잘 있었나?』

하고 경직이가 인사를 하니까

『응』

하고 인숙을 흘깃보더니 방 한복판에 가서 펄석주저앉는 다. 제딴에도 첫날저녁에 처남과 가치가면서 울며 괴팍을 부리든 생각이나서 부끄러운지 『응』하는 대답 한마디를 하고 나서는 말이 나오지를 안는 눈치다.

『지금 학교에서 나오나?』

『응, 소지꺼정 하구왔어』

하고 제책상에다 책보를 던진다.

셋이 다 헐말이 없어서 점적허게 앉었는데 유모가 나오더 니만

『아이 서방님 오서겝쇼?』

하고 반색을 하고 수인사를 한바탕 늘어지게 하더니

『새아씨방 구경하러 들어가시죠. 마님께서 모시구 들어오 라헙시니……』

하고 앞을선다. 경직은 잠자코 일어섰다. 인숙이와 유모가 앞을서고 경직이가 뒤를 따러 사랑 마당을 돌아연방

『에헴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면서 넓은 안마당의 질비한 집채를 끼고 숨박국질을 허듯해서 인숙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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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은 인숙의방으로 안내되였다. 봉환은 주인이 아니라, 경짖을 따러온 아이처럼 것무더 들어갔다.

장지도배에 각장장판이 얼굴이 비최이는데 삼층 자개장이 며 화류 의거리며 머릿장에 사방탁자가 즐비하게놓은 으리 으리한 방치장을 들어보며, 경직이는 속으로 (가난한 선비의 딸이 쓰는 방으로는 괴분하다) 하고 이방의 주인인 어린내외의 얼굴을 번갈러본다.

조금있자 술상이 떡 버러지게 들어왔다. 봉환이는 술도 한 잔 딸을줄 모르고 처남이 젓가락도 대기전에 두배한짝으로 실과를 집어 먹으나 인숙인 (어쩌면 저렇게 체통이 사납게 굴가) 하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요새두 약주 많이 잡서곕쇼?』

하고 유모가 은주전자를 드니까, 인숙이가 잔대를 받어들 고 술을 권하였다.

경직은 따끈한 술한잔을 쭉 빨고 나서

『거 준헌걸 가양 인게 로군』

하고 구자국물을 뜬다.

『자네 안직 술을 못먹겠지?』

마조앉인 매부에게 한마디 아니할수가 없어서 어쩌나 보려 고 잔을 내미니까 봉환이는 술주기를 바라든것처럼

『주면 먹지 웨 못먹어』

하고 넉살좋게 술한잔을 받어 훌쩍 마신다.

『새서방님 그러다 얼굴이 붉으면 어떡 허실료?』

하고 유모가 말니듯하니까 봉환이는 금세 실쭉해서

『그만둬. 난 나가 놀테야』

하고 발딱 일어서더니 안사도 없이 방문을 탁 닫고 나간 다. 남매는 말없이 봉환의 나가는 뒷 모양만 보는데

『그저 귀엽게만 자라나서서 안직 아무 분간이 없으세요.

인제 몇해 지내서얍죠』

하고 유모가 봉환의 행동을 변호하듯한다. 인숙이가 닥어 앉이며

『어떤때는 남부끄러울때가 있어요』

하고 오라비에게 귀속하듯한다.

『넌 뭘 안다구, 어느세 남편 숭보늬?』

하고 경직이는 연겁히 술을 마신다. 도토리만한잔으로 입 맛만 다시는것이 신에 붙지 않어서 공기에다 주루루 딸어 가지고 단숨에 쭉 드리키며

『요샌 이게 내친구다』

하고 안주대신에 권연을 불어문다.

『화 나는 일이 계시드래도 과음을랑 하지마서요. 요샌 언 니허구 말슴이나 허서요? 그애도 재롱이 퍽 늘었을걸요』

하고 인숙이는 유모까지 밖으로 나간뒤에야 올케의 안부를 물었다.

『말은 무슨말, 집에 있기나 허드냐』

『네?』

인숙의 눈은 동그래젔다.

『집에 없어』

『어디루 갔어요?』

『제집으루 쫓어 보냈다』

『어린애두요?』

『응』

『왜요? 쫓어 보냈다구요?』

『보기 싫으니깐 쫓어보냈지, 음식 싫은건 개나 주지만 사 람 싫은거야 어떡헌다니? 나두 홧김에 또 어디로든지 갈테 다』

하고 나서 어지간히 술기운이 돌았는데도 인음증이 나서

『술이나 좀 더 내오너라』

하려다가 참아 말을 입밖에 내지못하고 빈 주전을 상밑으 로 굴리듯하였다.

인숙이는 말없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오래비 내외가 성질 이 맞지않고 금슬이 없어서 불상견으로 지내는것을 잘 아는 인숙이는 무어라고 말이 더 나오지를 않었다.

상해서 돌아온뒤에 허구헌날 술로만 화풀이를 하는경직은 툭하면 만만한 제 안해를 들복것다 그러다가 어느날은 생트 집을 잡어가지고『이년 저년』하고 상쓰럽게 년짜까지 노아 가면서『너때문에 매사불성이다. 이년 가거라』

하고 머리채를 잡어 낙궈첬다. 굼벙이도 밟으면 꿈지럭거 린다고 경직의 안해도 참다 못해서

『왜 나때문이야요? 내가 뭐랬길래 손찌검까지 해요』

하고 평생처음으로 마조대들다가 친정으로 쫓겨갔다.

그통에 집안은 난가를 일우웠것만 인숙은 깜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럼 어머닌 어떡하서요?』

하고 인숙이는 오라비의 무릎헤다 이마를 부비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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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이가 공복에 술이취해서 주인에게 인사도 못하고 나간 지도 십여일이나 지났다. 인숙이는 집의 일이 하도궁금해서 유모의 아들이 않는다는 핑계를하고 유모를 친정으로 내보 냈다.

대방의 병세가 여전히 침중해서 근친할 상의도 못하고 간 호에만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밤이면 밤마다 꿈이면 꿈마 다 고향의 산천과 어버이의 생각이 잠시도 인숙의 머리를 떠나지 않었든 것이다.

유모는 그이튼날 점심때에 들어왔다. 밤잠도 잘 못자고 급 히 다녀들어와서 눈이 할딱하게 달리고 입술이 벍옇게 말러 가지고는

『나리마님께서 병환이 대단하신데 약두 잡숫지를 않으시 니 오늘밤에라두 나가뵈야겠읍디다. 서방님은 예서 나가시 든 아튼날버텀 어디로 가섰는지 소식이없구 아씨는 애기를 업구 친정댁으로 가신뒤에 문안편지 한장두 안하신다는데 온갖 시중을 마님 혼자서 하시니 그러다간 두분이 한꺼번에 돌아가시겠읍디다. 온 집안이 쓸쓸하기란 독개비가 꾀겠어 요 안엔 더부살이하구 점례만 있으니 그까짓것들이 뭘 알 우. 그 만가하든 댁이 어쩌면 몇해동안에 그꼴이 된단 말이 요?』

유모는 눈물을 질금 질금 흘려가며 운다.

인숙은 너무나 놀라운 소식에 말도 못하고 아랫입술만 깨 물며 울음을 참는다. 이 집안에 있어서 인숙이 보다는 유모 가 울수있는 자유나마 있었든 것이다.

인숙이는 마침 시증조모가 까무러친듯이 잠이 든 사이에 잠간 볼일이 있어 제방으로 왔었기 때문에

『유모 그럼 어머님께 가서 자세헌 말슴을 엿줍구 집엘 좀 가게 해주』

하고 유모의 치맛자락에 얼굴을 파묻고 목소리를 죽여가며 울었다. 인숙은 그 이상 집소식을 묻지 않었다. 물어보지 않 어도 모든것이 눈에 선하였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거시게 되어도 저를 잊어버린듯이 내여다 버린 자식처럼 알려주지 도 않은 어머니가 더 야속하였다.

그다지 외로히 지내시는 부모를 버리고 또 다시 종적을 감 춘 오라비가 미웠다.

『어쩌면 어머니가 나를 잊어 버리신단말요? 유모가 다녀 오지 않었드면 아버지가 돌아가서도 모를번 했구려』

인숙이는 가뜩이나 몸둘곳이 없이 설은데 야속한 생각까지 뒤를 바처 참고 깨물었든 울음이 울고만 터지고 말었다. 아 침식구가 보고 흉을 보아도 겁날것이 없다는듯이 유모를 할 퀴며 쥐어 뜯으며 울었다.

『아씨, 이러지마우. 어서 진정을 하우. 나리마님이 정말돌 아가시면 어떡헐료? 내산정에 다녀올께』

하고 유모는 인숙의 팔을 뿌리치듯 하고 소매로 눈을 부비 며 알어섰다.

새아씨의 근친허가를 맡기에는 수속이 북잡하였다. 위선 산정에가서 즉계존속(直系尊屬)인 시부모에게 폼달을 해야한 다. 유모가 울음을 섞어가며 사정이야기를 하니까

『어차피 한번 보낼게니 내일 이라두 차비를 차려보냅시 다. 잇다가 마누라가 대방에게서 엿줍구려』

하야 자작의 허가는 당장에 맡았다. 그 다음에는 한층 더 올라가서 별당마님이다.

『친환이 대단해서 간다는거야 인정에 막을수가 있느냐 림 종도 못하면 유한이 될테니 한 사흘만 말미를 줄밖에……』

하는 특별한 시조모의 허락까지 맡어 가지고 유모는 인숙 의 방으로 돌아갔다. 인숙은 좋은일로나 친정에 가는듯

『정말? 가라구 그러셔?』

하고 반색을 하며 눈물을 거두었다.

그러나 가장 큰 난관(難關)이 남어 있다. 그것은 무슨 일이 있든지 증손부를 『노리개』처럼꾀매어 달고 내놓지 않으려 는 노망한 대방마님의 처분이다.

저녁이 지낸뒤에 인숙은 전날과같이 시증조모의 약지중을 하고 그곁에 앉어 이야기책을 읽으면서 (내일은 정말 가게되나? 왜 그저 아무말이 없을가) 하고 어른들의 눈치만 보았다.

얼마뒤에 시어머니가 들어왔다. 시조모가 혼몽하게 잠이 든듯이 눈을 감고 누은것을 보고는 한잠이나 섰다가 아무말 도 못하고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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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은 눈이 봇도록 울며 밤을 새웠다. 곁에서 자든 봉희가

『언니, 왜 울우?』

하고 몇번이나 깨여서 물어도 대답을 아니 하였다.

이튼날 아침에도 여전히 대방으로 불려가서 시중을 들고 있는데 시어머니께 문안차로 들어왔다. 인숙은 애원하듯 시 어머니의 눈치만 보았다.

『저애가 친환이 위중하다는데 며칠 다녀오게 하섰으면 좋 겠읍니다』

하고 손부의 특청을 듣자 마자 시조모는 머리를 조우로 흔 들었다. 그리고 자기의 목을 가르치며 알어들을수 없는 소 리로 징징거린다. 자기가 먼저 숨이 넘어간다는 말인듯 시 머니는 두말못하고 물러갔다. 여러말을 하다가 심화를 돋으 면 병이 더칠가보아 겁이 났든것이다. 더구나 한번 말이 떠 러지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로 고지를 듣지 않는 성미를 아 는 터이라, 도리어 꾸지람만 들을것을 알기때문이었다. 그래 서 멋처럼 증증으로 승락을 맡어 올러가든 일숙의 근친문제 는, 이집의 최고 권위자에게 고만 부인을 당하고 말었다.

인숙은 억지로 참었든 논물이 쉴세없이 떠러젔다.

시집온뒤에 처음으로

『고만 물러가』라는 분부가 나리기전에 일어서 나갔다.

마루우에 방울방울 떠러지는 눈물을 버선발로 밟으면서 어 름어름 제방으로 나려갔다. 방바닥에가 펄석 주저앉어 발버 둥질을 치며

『난 집에 갈테야, 왜 못가게해, 누가 날 못가게해, 아버지 가 돌아 가시겠다는데, 벌서 돌아가섰는지 누가 아나, 유모, 날 데려다 줘. 어서 안데려다 줄테야』

하고 사뭇 유모의 치맛자락을 물어톳는다.

『참우, 참어요. 안보내시는걸 낸들 어떡허우 입때꺼정 색 시노릇을 참닿게 하다가, 이런면 승나서 못 써요』

하고 어루만치면

『누가 숭을봐, 숭잡히면 어때, 누가 얘기책보러 시집왔나, 보지두 못하든 늙으니 더러운것꺼정치워 줄려구 시집 왔 나』

하고 발악을 쓰니까 유모가 인숙의 입을 막듯하며

『글세 왜 이러우? 밖에서 누가 들으면 어쩔라구 차차 보 내 주실걸』

아버지가 돌아가신뒤에 가면 뭘해, 멀정헌 날 눈을 검겨서 태다 놓구선 왜 못가게 해』

하고 지밑에까지 들리도록 점점 목소리가 새되게 나온다.

너무나 설고 극도로 야속한 생각에, 인숙이가 이제까지 억 지로 뒤집어 쓰고 있든 어른의 탈이 벗겨지고 말었다. 이집 의 며느리도 아니요 손부도 아닌 다만 열네살 먹은 소녀의 감정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집식구에게 숭을 잡히거나 꾸중을 듣거나 겁낼것이 없었 다. 그저 일시가 급하게 돌아가시게 된 아버지의 얼굴이 보 고 싶었고 어머니를 붙잡고 싫건 울면서 하소연이나 하고 싶었다. 담하나를 격한 밖앝 마당에서는 봉환이가 벌서 학 교에서 돌아왔는지, 방망이를 딱딱하고 공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법석을하며 몰려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스트라잌』이니『세-브』

니 하는것은 분명히 봉환의 목소리다. 근자에 유행하기 시 작한 『빼-스뽈』작난을 하는 모양이다.

그 소리를 들은 인숙은 느껴 가면서

『저건, 저건, 허구 헌날 공만치나? 아무것두 모르구서 작 난만 하면 제일인가?』

하고 제남편인 봉환이를 이것 저것 해가며 담넘어로 대고 입술을 떨었다.

신랑이 첫날저녁에 울며 괴고를 부릴때부터 인숙은 봉환이 를 우습게 보았다. 이집에 와서도 찬깐이나 다락으로 오르 나리며 주점부리를 하다가 동자치에게 지청구를 맞고, 구지 레한 행랑 애녀석들과 흙작난이 아니면 공이나치는 봉환이 가 눈에 차기는 커녕 (저것도 내남편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서 딱해보이는 때가 많었다.

유모는 인숙이가 남편까지 꾸짖고 야단을 치는것을 보다 못해서

『그럼 꾸중을 듣드래두 내가 다시 한번 엿줘 보리다』

하고 대방으로 올라갔다.

조금 뒤였다. 누군지방문을 벌걱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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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에 엎드려 우느라고 어깨만 들먹거리는 인숙이는 문 여는 소리에 고개를 조금 처들었다 유모의 발자국소리가 아 닌것남은 귀로 진검할수가 있으나, 누군지도 모르고 눈물이 번질번질한 얼굴을 들어 처다 볼수가 없었다.

등위에서는 한번 문여는 소리가 난후에 아모 기척이없다.

(누가 들어왔을가) 하고 인숙이는 저고리 고름으로 눈두덩을 누르며 실눈을 뜨고 체경편으로 겻눈질을 했다. 체경에 비최인것도 봉환이 었다.

인숙이는 오금에다 용수철을 댄것처럼 발딱 일어섰다.

남편을 보면 거기를 하는것이 습관이 되였든것이다.

경직이가 다녀간뒤에 봉환이가 제방에 들어 오기는 처음이 었다.

(왜 저렇게 아무말도 않어구 섰을가) 하고 궁금하지만 정면으로 처다보지는 못하고 여전히 곁눈 으로 봉환의 알애 두리를 흘려보자, 인숙이는 깜짝 놀랐다.

봉환의 완편 바기 가량이에는 시컴언 더러운 물이 주루루 흘렀다.

시크무레한 냄새가 인숙의 코를 찔렀다.

봉환이는 공을 치고나서 허급지급 다름질을 허다가 행낭아 이에게 떠다밀려 발을 접지르고 사랑마당 구통이의 있는 수 채구녘에 다리를 빠트렸든 것이다.

인숙이는 눈을 동그렇게 뜨며 부지중에

『아 왼일이 서요?』

하려고 말이 혀끗까지 날늠 날늠 하는데 봉환이는 눈물이 글성 글성하면서

『나 옷주』

하고는 고개를 폭 숙인다. 이 말 한 마듸가 봉환이가 인숙 에게 맨 처음 헌 말이었다. 인숙이는 잠시 (어쩔가?) 하고 말없이 섰다가 머릿장 설합에서 열쇠꾸레미를 끄내여 재빠르게 삼층장 문을 열고 차곡차곡 개켜둔 옷중에서 바지 를 끄내고 알애장을 열고 버선을 끄냈다. 그 바지와 버선을 얼핏 보료밑에다 넣고는 일변 일어서서 급히 방문 고리를 안으로 걸었다. 그리고는 옷을벗는 봉환이가 맞오 보이지않 게 옷목에가 반쯤 돌아섰다.

그동안이 불과 몇조동안밖에 아니될만치 인숙의 동작은 빨 렀다.

인숙이는 봉환이가 밖앝마당에서 공을 치느라고 몰려 다니 며 떠드는 소리를 들었기때문에 허방을 빠진것을 얼른 짐작 할수가 있었다.

아직 봉환의 옷뒤는 거두지 않지만 두집에서 해준 새옷은 전부 맡어서 제방에있기때문에 내놀수가 있었다.

인숙은 봉환이가 알애목에 돌아 앉어서 옷을 갈어 입으라 고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육년 전에 자작이 처음 저 의 선을보려 나오든날 인력거를 내다 보느라고 앵두나무에 올라것다가, 치마를 찟기고 울든 생각이났다. 어머니에게 걱 정을 들을가보아 겁이 나서 저혼자 쩔쩔매든 생각이 바로 어제런듯났다. 그와 동시에 수채구녁에 발을 빠트리고는 어 쩔줄을 모르다가 처방으로뛰여들어와『나 옷주』하는 봉환 의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듯 동정에 겨웠다. 더구나『나 옷주』한다미--남편이라는 사람이 저에게 맨처음 던진 그엉 석비슷한 어숭구레한 말이 여간 구수하고 정답게 들리지를 않었다.

조금전에 이것 저것해 가며 푸념하듯 꾸짓든 생각은 금방 잊은듯 제손으로 옷을 끄내 입힌것이 어쩐지 기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봉환이는 바지를 갈어입고 일어섰다. 그제야 안심을 한듯 이 허리띠를 매느라고 몸을 추스르며, 버서논 바지와 버선 을 장밑으로 걷어 차고는 뒷통수를 긁고섰다가

『수복이란놈의 자식을……』

하고 주먹을 쥐고 별르며 나간다. 문을 걸어 논줄 모르는 봉환이는 어깨로 방문을 떠다 밀고 나가려다 문설주와 이마 뚝을 하였다. 인숙이는 약빨리 문고리를 벗겨 주려는데 문 을 마조 잡어 나리며

『문은 왜 걸었어』

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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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환은 한거름 물러섰다. 인숙은 분명히 아는 목소리었만 무슨 은근한 짓이나 허다가 들킨듯 가슴이 달랑하였다. 문 고리를 벗기자

『문을 걸구서 뒷들을 허우?』

하며 봉희가 들어와 오라비 내외의 얼굴을 번차례로 본다.

『오늘은 좀 늦었구려』

하고 인숙은 얼굴을 조금 붉히며 시누이의 책보를 받었다.

봉환이는 누의와 교대하야 안마루로 발굼치 소리를 쿵쿵 내며 나갔다.

봉희는 인숙의 얼굴을 말끄럼히 처다보더니

『언니, 울었구려?』

하며 앞으로 닥어선다.

『아--니』

인숙은 눈꼽을 뗀것처럼 손끝으로 눈을 부볏다. 인숙은 그 동안 아버지의 병환을 잊었었다. 근친할 생각도 달어나고 오즉 남편의 옷을 갈어 입히기에만 정신이 쏠렸섰다. 그러 다가는 봉희가 『왜 울었느냐』고 뭇는 말에 다시금 마음이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때에야 (유모는 입때 뭘 허누) 하고 체경앞으로 가서 분첩으로 콧등과 눈두덩을 가벼히 두드린다.

『새언니 정말 울었지?』

봉희는 책보를 끌러 책고지에 꽂으며 올케를 처다본다.

『글세, 내가 울긴 왜 울우』

『가짓말 엇저역에두 우는 소리를 들었는데, 밤새두록 울 구선 뭘』

하고 똑바른 대답을 듣고야 말려는듯이 닥어 앉는다. 지난 밤에 울며 밝힌것까지 않는 봉희를, 더 속일수가 없어서 인 숙이는

『속이 상허니깐 울었지. 자근아씨가 내 속을 알겠우?』

하니까 봉희는

『올-치』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옵바가 뭐라구 헌게로구려?』

『옵바가 뭐라긴, 옷을 버리고 들어와서 갈어입고 나갔는 데』

하고 장미테 꾸그려 넣은 바지를 가르치다가

『참 아무헨데두 일르지 마우』

하고 눈을 꿈적여 보였다.

봉희는

『응』

하고 고개를 까닥이더니

『그럼 뭐 그렇게 속이 상해서 작구만 울었수? 난 알구야 말걸』

하고 작구만 졸른다. 인숙이는 말을 할가말가 하고 망사리 다가

『우리 아버지가 병환이 대단하시다우. 그동안 돌아가섰는 지도 모르는데 대방할머니께서 못가게 하시니 어떡허우』

하고 야속하고 억색한 김에 저보다도 어린 시누의에게 구 원이나 청하는듯이 하소연을 하였다.

인숙의 눈에는 금새 또 눈물이 맺었다.

『아 정말?』

봉희는 인숙의 치맛자락을 잡어다려서 닥어앉치며

『그럼 아버지가 좀 보구싶겠우?』

하고 올케를 동정하는 눈물이 갈상갈상하게 괴였다.

인숙이는 시누이가 고 어여뿐 눈에 눈물까지 담어가지고 저를 동정해주는것이 고마워서 또다시 두빰에 두줄기 은실 을 느렸다.

『어쩌먼 할머니두 남의아버지가 죽겠다는데 안보내신담』

하고자 봉희는 눈두덩을 부비고 손수건을 끄내서 올케의 논물을 씻겨주며

『새언니 울지마우, 내가 가서 막 떼를쓰구 올테니』

하고 일어선다. 인숙이가

『고만두, 유모가 또 갔는데』

하고 불들어 앉치려니까

『아냐, 내 오빠허구 들이가서 막 야단을 치구올테야』

하고 봉희는 인숙의 손을 뿌리치고 나갔다.

十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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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희는 밖았마당으로 나가서

『이놈의 자식 네가 날 떠다 밀었지』

하고 수복이란 구증의 아들의 멱살을 붙잡고 발리로 거더 차는 오라비에게 매여달니며

『옵바 이게 무슨 짓이유, 큰 일났우 어서 들어갑시다』

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지밀로 끌고 들어갔다. 분합문밖에서

『새언니 아버지가 다 죽게 됐다는구려, 그래서 언니가 작 구만 운다우, 좀 가구 싶겠우, 우리 집으로 보내주도록 할머 니를 막 졸릅시다』

하고 먼저 귀를 불어두고 대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새언니 아버지가 병이 아주 대단 허다는데 집에 가게 해주세요. 네? 네?』

하고 봉희가 먼저 졸르기를 시작했다. 봉환이는 장안의 위 중하다는것은 제 곱물 만치도 걱정될 것이 없지만 제댁이 아무도 몰래 새옷을 입혀준것이 속으로 여간 고맙지가 않었다.

하마트면 어머니에게 꾸중을 톡톡이 들을것을 모면한 생각 을 허니 봉희의청이 아니라도, 고마운 사람의 소원을 풀어 주고도 싶었다. 그래서 (무어라구 할가)하고 손가락을 입에 다 물고 한참 머뭇거리다가

『할머니』

하고 입을 열었다. 증조모는 머리를 조금 들고

『왜 그러니?』

하는듯이 봉환을 처다본다.

『저……』

하고 봉환이는 제댁을 무어라고 불를지 몰라서 주저주저 하다가 인숙이가 쓰는 방편짝으로 얼굴을 돌리며

『보내 주세유』

하였다. 그러자 곁에 앉었든 내인들이 로마님의 논치를 보 다가

『마님 그래두 새서방님 생각이 제일이신데 보내도록 처분 을 나립쇼』

하고 좌우에서 권하였다.

봉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증조모의 앞으로 바싹 닥어 앉어 억개를 흔들며

『할머니, 보내 주세요 네, 옵바꺼정 저렇게 보내구 싶어 허는데요』

하고 바득 바득 대답을 재촉하였다.

증조모는 봉환의 남매를 물끄럼히 처다 보더니 한참만에야 빙듯이 웃으며

『응』

하고 턱을 끄덕였다. 철없는 증손자가 그래도 제 안해의 사정을 생각하는 것이 기특하는 신통하였든 것이다.

『그것봅쏘. 쇠뿔도 각각이요 염주도 목목시라구 새서방님 이 아니면 새아씨의 사정을 아시겠우?』

하고 내인들의 봉환을 추켜 주었다.

그리하야 간신히 근친가는 허락을 맡었다. 봉환의 남매는 손을 붙잡고 춤을 추듯하며 인숙의 방으로 나려갔다.

근친가는 허락이 나렸다는 말을 듣고 인숙이는 뛰고 싶도 록 기뻤다.

『자근아씨 고마우』

하고 이번에는 기쁨에 겨운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그러나 봉환에게는 무어라고 치사를 할 말이 없어서 눈으 로만 고맙다는 표정을 보였을뿐이다 인숙이가 산정으로 가 서 시부모에게 절을 하고 대방의 허락이 나리 섰다고 하직 을 고 하니까

『과히 우중치만 않으시거든 여러날 묵지는 말아. 나도 한 번 문병을 나가야 겠다마는』

하고 청직이를 불러 인력거를 내노라고 일렀다.

인숙이는 가벼운 거름 거리로 별당채로 건너 가는데

『새아씨!』

하고 유모가 숨이 턱에다어서 쫓어 오더니

『나리마님께서 밤새 병환이 더 대단하시니 곧 나오시라구 점녜아범이 들어 왔군요.』

한다. 인숙은 대답할 경황도 없이 별당으로 들어가서 하직 을 고했다.

시조모는 만지작거리고 앉었든 염주를 내놓고

『그래 오늘 간단말이냐?』

하고는 책력을 펴놓고 안경을 쓰고 일진을 꼽아보더니

『거 온 공교롭다. 오늘이 네 절명일이로구나. 어쨌든 첫번 근친에 택일이야 않헐수있니? 래일은 길일이다마는……』

하는 머리를 체머리 흔들듯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