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성/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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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臨終)[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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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의 목숨은 시각을 다투었다. 경직이가 귀국한후 조금 생기가 나서 딸의 혼인을 보살펴주든 그는 또다시 집과 발 을 끓은 아들때문에 병이 났다. 경직이가 서울서 노는 계집 을 얻어가지고 셋방 살님을 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뿐아 니라 고조와 오대조의 산소가 있는 여주(麗州) 땅의 이만평 이나 되는 산림을 가도장을 해서 팔어먹은것이 묘직이의 입 으로 탄로가 났다. 또한편으로는 고리대금업자가 격일해 와 서 서투른 조선말로

『리자도 그저 내지 않으니 들어있는 집과 세간까지 차압 할테요』

하고 위협을 하였다. 그러나 한림은 다시 다른곳에 빗을 얻을 도리가 없었다. 이래저래 한림은 울홧병이 폭발하였든 것이다.

『죽일놈 봉분만 남기고 선영을 팔어 먹어. 인젠 다 망했 다. 그것두 유위 부족해서 또 얼마나 엄청난 빗을 저다가 본장을 안킬텐고』

하고 한림은 대낮에도 잠꼬대하듯하며 가슴을 짓찌었다.

『그까짓 자식이 집에 들어오면 뭘해. 부모조상을 모르는 자식은 뒤어저도 좋다』

하고 이번에는 아들을 찾으려고도 아니하였다. 그러나 한 림은 아들의 생각보다더 첩을 얻었다는것 보다도 대대로 전 해 나려오든 종산까지 팔어 먹은것이 조생에게 대해서 여간 죄송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원악 편성인 한림은 부자의 정 의를 끓어버리고 말었다.

엎친데 덮친데로 며누리가 아모리 그꼴을 당하고는 어린것 까지 엎고 갔기로서니 시부모에게 편지 한장 없는것이 괘씸 하였다.

『자식놈이 환장을 해서 제부모를 모르는데 항차 남의 자 식을 나물허겠느냐』

하면서도 자기내외에게 보다도 사당을 모실 종무로서의 책 임을 다 하지 않는것을 꾸짖었다. 그러다가는

『고 어린거나 몸성이 있나』

하고 첫번 보아서 정을 흠신 쏟은 손녀를 생각하고 재롱을 부리는것이 눈에 암암하였다. 죽지 못해 떠넣는 조석도 눈 물을 껏어 넘졌다.

『영감 그러지 마슈. 경직이가 또 타국으로야 가겠오? 계 집한테 한번 속고나면 정신을 차릴걸. 그러다가 궁하면 제 집 구속으로 찾어 들어 올테니 두고보슈』

하고 위로하는 마누라의 말에는 귀도 기우리지 않고

『흥 마음을 잡는 날이 쪽박을 차는 날이야. 마누라나 내 나 하로바삐 갈데로 가야 합넨다. 집안꼴까지 이지경이니 무얼 보자고 더 살겠오. 앞으로는 욕밖에 당할것이 없으니 까……』

하고 어느때에는 독약이라도 있으면 삼킬 결심을 보여서 심약한 안해의 눈물을 짜어내였다.

그러나 어느날 일은 아침이었다. 한림은 밖에서 세수를 하 고 도포를 입고 엄숙한 얼굴로 들어오더니 사당방으로 들으 갔다. 조금있자 축문읽는 소리가 나더니 뒤를 이어 곡성이 들렸다. 보통 제사때처럼 지어서 우는 소리가 아니고 마른 가슴에 피를 짜어내며 슬피 우는 소리었다. 울다가는 기가 컥컥 막혀서 몸둘곳을 모르며 몸매처 우는 소리었다.

그 소리를 듣고 마누라가 엎드러지며 곱들어지며 사당방으 로 급히 들어가

『영감 영감! 이게 왼일이슈? 그만 끝이세요 네! 영감』

하고 아모리 지곡하기를 권하고 간곡히 위로를 하여도 한 림은 젯상 앞에가 걱구러지듯 꿀어 엎드려 목을 놓아 더욱 설게 운다.

육십년동안 가슴 깊이 쌓이고 쌓였든 설음과 원한을 경건 히 모시든 원휘지신(遠諱之神)에게 호소하는것이었다.

선조의 끼치신 뜻을 대대로 잊지 못하고 불효한 자식을 둠 으로 말미암아 사당에까지 욕이 미친것을 생각하야 대죄를 하면 마지막으로 해골을 비는것이었다.

이 정경을 보고 섰든 늙은 안해도 설음이 복바처 고만 남 편의 곁에 쓸어지며 울었다. 모발이 허연 두 늙은 내외가 목이 쉬도록 뼈아프게 울것만 누구하나 들어와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점녜와 반비다치의 행낭사람이 사당문앞에 늘어서서 서로 얼굴만 쳐다볼뿐…….

그날부터 한림은 누구에게나 절대로 알리지 말라고 명령을 한후 식음을 전패하고 덛문을 닫어걸고 누어서 안해에게도 말을 아니한였다.

『영감 어쩔나구 이러슈? 나버텀 간수래두 먹구 죽겠오』

하고 손소 미음을 쑤어 가지고 나오면 그것을 타구에다 주 루루 쏟았다.

그리하야 한림은 며칠이 못되여 가뜩이나 파리한 몸은 피 골이 상접하였다. 정신이 드나들어 헛소리까지 하였다.

한림의 병은 단순한 울화병이 아니요 조금 시간을 길게잡 어 자살을 하려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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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 보고 싶지 않으슈? 데려 오리까?』

하고 마누라가 물어도 한림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뿐, 평상 시에 제일 귀여하든 막내 딸이 눈물로 권하면 마음을 돌리 고 미음이라도 마실상 싶었다. 그러나 그는 남편의 고집을 잘 아는 터이라 병보를 해서 딸이 나오면 성미를 덧들릴것 이 겁이났다. 그래서 뜻밖에 유모가 다녀들어 갈때에도 딸 을 내보내도록 주선해 달라는 말을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방울이가 나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하고 눈이 깜맣 게 기다렸다. 안마당에서 방울이가

『어머니!』

하고 가마 휘장을 거드면서 뛰어 나리는것만 같어서 창밖 에서 무엇이 바스락하기만 해도 귀를 기우렸다. 사랑 영창의 조그만 유리쪽으로 밖앝를 기웃기 웃 내다도 보았다.

그렇것만 유모가 들어간지 하로가 되여도 이틀이 되여도 딸은 그림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림은 고만 기진 맥진하여 하로도 몇번이나 까무러첫다.

혼수상태에 빠젔다가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을 번쩍 뜨고 휘황스러히 방안을 돌러 보다가는

『으흠!』

하고 누구를 별르듯 하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눈두덩은 폭 꺼지고 입살은 말러서 허여케 바랬다.

다만 아직도 몸에 온기가 있으니 싸늘하게 식지만 않은 송 장이랄까.

그러자 근처의 일가로 경직이와 넌상약한 사람이 보소(譜 所)일로 찾아 왔다가 이정경을 보고 깜짝 놀라며

『이거 큰일 났군. 임대 그저들 있었단 말슴요』

하고 호통을 해서 행낭아범들까지 풀어 가지고 경직을 찾 으러 문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얼마전에 주막에서 경직이와 술을 먹다가 경직이가 서울 XX동에다가 작첩을 하였다는 말을 취종에 들었든 것이다.

그는 하로 종일 그동내를 짱그리 뒤지다 싶이 해서 경직이 가 숨어 있는 집을 찾었다. 상해로 같이 나같은 사람의집 뜰알에 방에서 색주가 남직한 계집을 데리고 앉어서 친구들 과 권커나 자커니 술을 마시고 앉었는 경직을 꺼둘러내가지 고 앞장을 세우고 밤길을 걸어 나왔다.

큰 사랑에는 등잔불만 꿈벅어렸다. 아직도 술기운이 가시 지 않은 경직이는 장지를 열고 들었었다.

한림의 머리마테 쓸어젔든 어머니는 시껌언 양복을 입은 아들이 성큼 들어서는 것을 보고 불한당이나 달려든듯 가슴 이 덜컥나려앉었다. 전신을 사시나무 떨뜻하며

『이 이 몹쓸것이, 인제야 온단 말이냐』

하고나서

『날 보세요 경직이가 왔세요』

한마디를 간신히 하고 한림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 소리에 한림은 눈을 번쩍 떴다. 눈동자가 점점 무섭게 커지며 옷목 에가 고개를 떨어트리고 서있는 아들을 한참이나 노려보더 니 몸을 벌떡 일으키며

『나가!』

하고 호령을 하고는 뒤로 벌떡 넘어진다. 안해는 얼는 남 편의 머리를 않었다. 『나가!』하고 부르짖듯한 호령 소리는 여러날 곡기를 끓은 노인의 목소리로는 놀라울만치 크고 여 무젔다.

『이얘 나가거라 덧들리시면 큰일 나겠다』

어머니도 아들더러 나가라고 눈짓을 했다. 경직은 구들장 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고는 자못 불쾌한듯이 장지를 탁 다치고 나갔다.

방안은 무덥속같이 고요해 젔다. 한림은 아들을 보고 극도 로 흥분이 되여 얼굴이 뻙겋게 상기가 되였다. 숨을 급히 몰아 쉬는 소리만 높았다 나젔다 할뿐…….

밤은 깊어 사경도 지났다. 안마당에서 닭이 홰를치며 선밤 을 깬듯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한림은 잠꼬대처럼 『방울이 방울이』하더니 머리 마틀 더듬어 안해의 손을 찾었다. 온기가 거치기 시 작한 써-늘한 손은 안해의 뼈만남은 손을힘것 잡었다.

『나 여기 있에요』

안해도 정신을 차리고 잡힌 손에 힘을 주었다. 한림은 목 구녁에 가래를 끌이며

『마누라 난 먼저가우』

하고 나서 혀가 굳어저서 간신히 알어 들을만한 소리로 띠 염띠염

『내가 이생에 남긴 거라고는 늙은 마무라와 빗진거밖에 없구려!』

하고는 꺼풀만 남은 눈에 식은 눈물을 주루루 흘였다.

안해는 남편의 손등에 주름잡힌 이마를 부비면서 흑흑 느 끼기만하고 마지막 말대구도 못한다 닭은 두홰를 울고 세홰를 울었다. 동창의 먼동이 훤이 더 올때 한림은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바 방울이!』

하고 막내딸을 찾다가 안해의 손을 꼭 쥔체 영원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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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튼날 점심때나 되여서 윤자작이 타는 자가용 인력거 는 인숙을 태우고 남태령(南泰嶺)을 넘었다.

한림의 부고를 전하러 가는 하인도 일즉암치 과천을 떠났 것만「노돌」서 주막에 들어 앉어 참것는것 보다 별로 빨를 것이 없었다.

인숙의 입살은 바작바작 타들어 갔다. 목이 몸시 말러서 인력거 휘장에 달린 운모(雲母)쪽을 격하야 내여다 보이는 논과 개울에 흥건히 고인 물이라도 나려가 마시고 싶었다.

며칠밤을 울며 새웠기때문에 인력거 바퀴가 우툴두툴한 신 작로 우를 달리는대로 머릿속에서 조악돌이 굴르는것 같다.

초조와 불안한 가운대에 집 근처까지 오자, 인숙은 인력거 앞 휘장을 걷어올리게 하였다. 눈에 익은 산과 들과 그리고 초가집 사이로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드문드문이 선 마을, 고향의 산천은 한 십년만에나 보는것처럼 반가웠다.

인숙의 눈에는 어느겨를에 또 눈물이 핑 돌았다.

집 대문 앞에 도착되여

『아아 인전 다 왔구나!』

하고 인력거우에서 뛰여 나리듯 하는데 대문기둥에 백지를 발른 발등거리가 인숙의 앞을 딱 가로 막었다.

『애고머니 이게 웬일인가』

인숙은, 입속으로 부르짖었다. 놀라움에 겨워 발이 땅에 달 려 붙은것 처럼 옴겨 지지를 않는다.

『어어 이댁에 초상이 났다베』

인력거꾼은 눈을 동그렇게 뜨며 이마의 땀을 씻는다. 그러자

『자근 아씨 나오섰네』

하고 새되게 외치는 소리와함께 점녜가 한다름에 뛰어 나 왔다.

『아이고 자근아씨 나 나리 마님이 돌아 갑섰다우』

하고 점녜는 느껴 울었다. 인숙은 말 한마디도 나오지 않 었다. 금세 앞이 캄캄하고 다리의 맥이 풀여서 쓸어질것 같 다. 경직이는 거쩍을 깐 사랑마루 우에 팔장을 끼고 앉어서 먼산만 바라다볼뿐. 누이가 들어 오느것을 보고도 일어나려 고도 아니한다.

점녜는 안마당으로 들어서며

『자근아씨 나오섰에요』

하고 외쳤다.

『응! 누가 왔어!』

어머니는 안방 미다지를 밀치고 문지방에 가슴을 걸치며 손을 내민다. 늙은 안해는 남편이 운명을 한뒤에도 시체의 곁을 떠나지 않고 울다가 그 자리에 까무러친것을 아들이 안방으로 엎어 모셨든것이다.

『어머니 이게 왼일이유!』

인숙은 어머니 앞에가 엎으러진다.

『오늘 새벽에 네 일흠을 불르시더니……』

하고 어머니는 말을 잊지 못하고 딸의 손을 쥐고는 흑흑 느끼기만 한다.

인숙은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발딱 일어서 버선 발로 뛰 어 사랑으로 나갔다. 덧문을 닫어서 방안은 밤쭝같이 음침 한데 알애목에 허-여케 기리로 누은것이 아버지의 시체였 다. 인숙은

『아버지!』

하고 달여 들며 홋니불을 벗겼다. 가슴우에 올여논 손을 잡으며

『아버지 아버지!』

하고 연겊에 불렀다. 그러나 그 손은 찼다. 아모 감각이 없다.

『아버지 방울이가 왔에요 절좀 보세요. 네 아버지!』

목메인 소리로 불러도 불러도 아버지는 대답이 없다. 입은 조금 열렸것만 영원한 침묵에 잠긴 그 입에서 대답이 나올 리는 없다. 안해의 손에 쓰다듬겨 곱게 나려감은 눈은 생시 에 가장 귀여하든 고명딸이 지척에 와 앉었거만 떠보지를 못한다.

인숙은 아버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울었다. 힌 털억 이 얼크러진 싸늘한 얼굴에다가 눈물에 젖인 제뺨을 부비며 울었다.

어린애처럼 엉엉 소리를 내며 발버등질치며 울어도 울어도 시원치 않었다.

『아버지 웨 저를 벌서 시집을 보내섰어요? 웨 진작 저를 불르지 않으섰어요? 네 아버지! 웨 대답을 않으서요!』

하고 피가 나오도록 입살을 깨물면서 물었다. 나중에는 사 설도 못하고 입김이나 쏘이면 살어나 날듯이 차디찬 아버지 의 손끝을 호호 불어가며 흐느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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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열하지는 못하나마 일가 친척이 모여들어서 일을 보아준 덕으로 한림은 한만튼 세상에 들복기든 몸이 선고의 발치에 편안히 무칠수가 있었다.

윤자작은 부고를 받은 이튼날 아들을 다리고 나와서 한림 의 관머리에서 일곡을 설게하야 친구의 영혼을 위로한후

『약소하나마 장비에 보태어 쓰게』

하고 봉투에 넣은것을 상제에게 주고 들어갔다. 그것은 장 사를 지내고도 남을만한 금액이었다.

뜻밖에 사장의 큰 부조가 아니었드면 장사를 치를 가망이 없었다.

경직의 댁은 장삿날에야 와서 머리를 풀었다. 남편은 여전 히 거들떠 보지도 안는데 어린애는 백일해를 옴겨 가지고 와서 밤새도록 기침을 하며 버채었다.

올케가 온뒤에도 인숙은 설어할 겨를도 없이 큰일을 치러 내기에 눈코 뜰새 없이 지냈다. 어머니는 혼이 다 빠저 나 간 사람처럼 등신만 남어 앉어서 입으로나마 분별도 못하고 일가 여편네들은 어정버정하고 베돌기만 해서 다잡어 일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수의를 짓고 깃옷과 벼옷을 볍변히 말르는 사람도 없어서 장삿날까지 법석을 하였다.

무슨 잔치나 벌어진듯이 모여들어 쑤서먹기에만 열고가 난 동내 사람들의 음식바라가지까지도 인숙이가 하지않을수 없 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허랴』

하고 마루로 부엌으로 방울같이 굴러다니며 열싸고 재바르 게 큰일을 치러나갔다.

그러는것이 생전에 저를 가장 사랑하시든 아버지에게 조고 만 효도나 하는것 같기도 하였든것이다.

『방울이는 대체 모르는게 없어. 조 어린게 혼자서 큰일을 영등같이 치러내는구려』

하는 일가 여편네들이 추켜주는 말에도 귀를 기우릴 사이 가 없어 인숙은 사흘 밤을 나려 새였다.

경직의 댁역시 어린것이 몹시 버채기도 하려니와 그동안 살님을 놓고 지내서 어리둥절하였다 그저 시누의가 시기는 대로 마지못해 굼띠게 몸을 움직일뿐이었다. 나종에 나온 유모도 어머니 곁에서 찔뜸찔끔 울고만 앉었는것이 드나드 는데 거치장 거리가만 해서

『왜? 유모꺼정 그러구만 앉었우』

하고 인숙은 처음으로 핀잔을 주었다.

경직은 남의집 장례에 회상이나 온듯 조객들이 오는것이 귀찮고 곡을 하기가 싫여서 비슬비슬 돌기만 하였다. 아버 지가 저때문에 명재촉을 하였고 생목숨을 끓었것만 남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것이 어굴한듯이 눈살만 잔뜩 찌프리고는 설어하지도 않었다.

(그런 완곳덩어리야 애진작 잘 돌아갔지) 하는 태도였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됐으니 이번 기회에 모든것을 정리하고 가속 이라는것도 아조 쫓어 버린뒤에 서울로 들어가 살어야지 그 럼 어머니는 어떡하나) 하고 한숨만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래도 제가 장자니까 위 선 이집을 팔고 사당은 매안하면 고만이요, 남어지 재산은 제마음대로 처리는 할수있으나 (어머니를 어떡할가) 하는것만이 큰 두통거리었다. 삼년동안 집상을하고 들어 앉일 생각은 꿈에도 없거니와 (정신도 못차리고 산 송장이 다된 어머니를 어떻게 처리할 가 아직 셋방으로 모실수는 없는데 ……) 하고 그보다도 새로 얻은 여자가 좋와 할지가 문제였다.

좋아하기는커녕 필시 (누가 다 죽은 늙으니를 데리구 살잿나) 하고 박아지를 박박 긁을것이 분명하다. 저에게 폭백만 하 면 오히려 관계치 않겠지만 (나 없는 사이에 어머니를 구박을 하면 어쩌나) 하면 미상불 어머니가 가엾은 생각도 들었다.

경직은 굴건제복을 하고 상여뒤를 따러가면서도 이런 궁리 만이 머리에 가득 첬었다.

한편으로 인숙은 새삼스러운 눈물에 마음을 적셨다. 출관 을 하기까지는 (그래도 아버지가 사랑에 계시거니) 하고 든든하더니 상엿머리의 요령소리가 한번 대문밖으로 나간뒤에는 밖았채가 왼통 떠나가 듯이 허슬하고 동시에 (인젠 아버지가 정말 이집에 아니 계시구나) 하는 인식이 똑바로 들자 졸지에 신변이 외롭고 고단한것 을 느꼈다.

그러자 반우가 돌아 오는날 밤이었다. 인숙은 넘우나 맘을 상한끝에 사지가 사뭇쑤시듯 해서 (오늘이나 자리를 펴고 자 볼가) 하고 막 누었는데 문안서 하인이 시어머니의 급한 편지를 가지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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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서는 인력거와 별배까지 따러 나왔다. 인숙은 죽기 보다도 싫은것을 일어 났다.

『친상을 당하야 너의 애통하는양 보는듯하나 대방에서 이 번에는 오늘밤을 넘기지 못하실듯하니 사람나가는 대는 즉 시 들어오너라. 시시 각각으로 너만 찾으시니 어찌 하느 냐』

시어머니의 편지사연은 간단하였다. 인숙은 버슨 옷은 참 기지도 아니하고 소복 한벌을 입은채 불야불야 길을 떠났다.

『너까지 가면 어떡허니』

하고 내여미는 뼈만남은 어머니의 손을 놓기는 참아 못할 노릇이었다. 그러나 인숙은 죄를 짓고와서 숨어나 있었든것 처럼 시집의 별배와 인력거꾼들에게 붓잡혀 가듯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생달이 상마루를 타고 올르것만 인숙의 눈에는 달것치 보이지않었다. 초저녁 잠이 없는 산비닭이가 어득한 골작이 에서 『꾹-꾹-꾸루룩 꾹-꾹-꾸루룩』하고 구슬프게 울것만 인숙의 귀에는 아모 음향도 들니지 않었다. 조는듯 깜으러 친듯 인력거 휘장속에 몸을 턱실니고는 정신을 잃은채 문안 으로 꺼들러 들어왔다. 거의 자정때나 되여서 두패를 질른 인력거는 XX궁앞에 다었다.

『아씨 다 왔읍니다』

하고 별배가 인력거 휘장을 것고 나리기를 재촉하는 소리 를 듣고야 인숙은 깜짝놀래 눈을 번쩍 뜨고 나렸다.

『이집에는 발등거리가 안달녔나』

하고 인숙이는 위선 문간 기둥을 흘터 보았다. 그러나 아 모것도 달닌것은 없었다.

소슬대문에 달닌 전등만이 소복을 한 인숙이를 눈이 부시 게 나려 비쳤다.

인숙이가 다리를 허전거리며 안채로 걸어 들어 가는데

『왔다 얘 왔어!』

하고 소리를 질으며 내닷다거 다시 안으로 뛰여 들어 가는 것은 봉환이었다. 뒤를 이어 봉희가 한다름에 따러 나오며

『새언니!』

하고 달녀들어 소복한것이 이상스러운듯이 알에 우를 보다 가 인숙의 긴 치마에가 휘감기는 한다.

『잘 있었우?』

인숙이도 반가히 봉희의 손을 잡었다.

『새언니 을마나 울었우? 나두 새언니가 울 생각을 허구 작구만 울었다우』

하는것이 어린 시누의의 동정의 겨운 조상이었다. 인숙은 한숨만 나즉이 쉬고 들어가며

『대방에서 좀 어떠슈?』

하고 물으니까

『아주 야단 났었어, 조금 아까 의사가와서 주사를 두번이 나 놓고 가는데 안직은 안돌아가시려나봐. 우리두 입대 못 잤다우. 오빠두 언니를 퍽 기다리겠지』

하면서 올케를 부측하듯하고 들어간다.

앞서서 덜렁거리고 들어 가든 봉환은 누의를 흘깃 돌녀다 보며

『가지뿌렁. 아버지가 자지 말라시니깐 안잤지 뭘』

하고 제댁을 기다리지 않었다는 변명을 한다.

대방으로 들어가는 분합안에는 사람이 굿득 들어섰다.

대소가의 식구가 다 모인모양이다. 시어머니가 마조 나오며

『인사는 차차허자. 이 밤중에 들어 오느라고 욕봤구나』

하고 며누리의 손을 붓들어 올렸다.

인숙이가 방으로 들어가니까 여러 사람은 물결갈러지듯이 좌우로 비켜섰다.

오늘밤을 넘기지 못 하겠다든 시증조모는 강심제를 연겁허 맞고 정신이 돌았는지 깍지똥같은 몸을 안석에 기대고 헐떡 어린다. 눈을 황당하게 뜨고 한참이나 『노리개』를 처다보 더니

『여와 앉어라』

하는듯이 종손부에게 눈짓을 한다. 그눈동자에는 정기가 없다.

인숙은 알엣목으로 나려가 전과같이 안석노릇을 하며 밤을 밝혔다.

(이 늙은이 때문에 우리 아버지 임종도 못했구나) 하니 생각할사록 치가 떨녔다. 그렇건만 인숙은 감정을 돌 맹이처럼 곳처가지고 담장에 쓸어질듯한 제몸을 나무때기와 같이 뻣뻣이 펴서 뚱뚱한 몸똥이를 버티는 물건이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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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증조모의 병은 그뒤로 일주일동안이나 그 상태대로 끌고 나갔다. 둘재 동서는 친정으로 순산을 하러가고 노상 골골 하는 맏동서와 인숙이가 번차레로 밤을 새었다. 시조모나 시부모나 할것없이 이집 사람은 내인들까지 모다 귀골이 되 여서 하로밤만 늦게 자기만해도 그 이튼날은 아침이 지나서 야 일어나지 않으면 몸살이 났다고 누어 탕약냄새가 끄칠날 이 없다.

(제발 어서 돌아나 가섰으면) 하고 온집안 식구가 속으로 빌것만 이상에 무슨 더 볼일이 나 있는지 대방 마님은 그뒤로도 또 며철이나 실낫 같은 목 숨을 끌었다. 눕지도 못하고 인숙에게 기대여 앉어서 헐덕 헐덕 숨을 몰면서………….

그러다가 어느날 새벽녁이었다. 인숙은 졸립고 피곤한것이 지나처 뼈끝마다 쑤씨는듯 아프고 팔다리가 제리다 못해 남 의 살같이 감각을 잃었다. 부지불식중에 깜박하고 정신을 잃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얼마있자 인숙의 등에는

『끄 - ㅇ』

소리와 함께 천근이나 되는듯 무거운것이 엎눌렀다. 인숙 은 숨이 막혀서

『애고머니!』

하고 간신히 비명을 지르고 바윗돌이나 친듯 두손으로 방 바닥을 벗딩기며 죽을 힘을 다 들여서 몸을 일으켰다. 시증 조모의 유착한 몸이 엎으러지며 잔약한 인숙의 등에가 실렸 던 것이다.

인숙은 니를 앙물고 앙까님을 써가며 뚱뚱한 살덩어리를 추슬렀다. 요우에다가 눕치다가 툭붉어진 두눈을 뽀얗게 치 뜬것을보고 어찌나 놀랐든지 전신의 솔음이 쪽끼쳤다. 그 모양을 마조보지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껴안어 눕 히려니 목구녕에 가래 끓이던 소리가 끓졌다. 손목을 잡어 보니 맧이 끓졌다.

아직 사람죽는것을 본 경험이 없는 인숙은 (이게 웬일일가) 하고 발딱 일어나서

『여보 일어나우. 어서들 일어나요』

하고 새되게 소리를 질르며 웃목에 쓰러저 코를 고는 내인 들의 어깨를 황급히 흔들었다.

그중의 늙은 내인이 일어나 대방마님의 얼굴을 들여다 보 더니

『애구너미나! 마님께서 돌아가섰구려』

하고 부르짖더니 마님의 눈을 쓰다듬어 나리며 턱을 바쳐 준다.

인숙은 어찌나 무서운지 방한구석에가 비켜서서 오들오들 떨었다. 그 뽀얗게 홉든눈 턱이 떨어진듯 힌 닛발이 들어 나도록 헤-버린입 어린 사람이 참아 못볼것을 보았던것이 다. 놀랍고 무섭고 동시에 겁이 나서 어쩔줄을 몰랐다. 잠시 도 그곁에 있을수가 없어 몰래 몸을 빼어서 무작정하고 달 아나고 싶것만 장판에가 버선바닥이 착 달러붙은것 처럼 그 자리를 떠날수도 없었다 제가 혼자 볏딩기고 앉었다가 깜박 정신을 잃고 쓰러젔기 때문에 시증조모가 엎으려진것이 아 닐까. 별안간 거꾸러젔기 때문에 금방목숨이 끓어진것이 아 니가-하는 책임도 느끼졌다.

(시부모가 무어라고 하지나 않으실가) (내가 잘못해서 돌아가시게 했다면 어쩌나) 하고 겁도 더럭났다.

조금있자 온 집안이 벌컥 뒤집혔다. 산정에서 별당에서 자 든 어른들과 사랑에서 자든 사람들이 눈을 부비며 들어왔 다. 자작은 풀내딤을하고 황급히 들어오더니

『어째서 알리지를 않았느냐』

하고 며누리를 보고 호령하듯 한다. 임종을 못한탓을 제게 다 하는듯해서 인숙은 쥐구녁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시아 버지뿐 아니라 온집안 식구가

『너때문에 돌아가섰다. 네가 불민해서 모두 임종로 못했 다』

하고 모다 눈을 부릅뜨고 제앞으로 달려들 것같아서 인숙 은 눈앞에 어머니가 보이기만하면

『너때문에 돌아가섰다. 네가 불민해서 모두 임종도 못했 다.』

하고 모다 눈을 부릅뜨고 제앞으로 달려들 것같아서 인숙 은 눈앞에 어머니가 보이기만하면

『날좀 숨겨 주세요』

하고 달려들며 어머니의 등뒤에 제몸을 가리고 싶었다.

[편집]

자작은 화를 더럭 내며

『이 식충이들 같으니, 조 아무것두 모르는 새아씨만 앉혀 놓고 잡버서 잠들만 자면 어쩌잔 말야』

하고 이구석 저구석에 비켜선 내인들을 몰아세었다.

인숙은 시아버지가 임종을 하지 못한 탓을 제게다만 지우 지않는것을 듣고서야 비로소 울렁거리는 가슴을 갈어앉혔다.

시증조모의 장례는 구일장으로 기구있게 지냈다. 그동안 XX궁안은 완면한 수라장이요 난리판이었다. 사람이 오줌장 군에 구데기 꿇듯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가로부터 먼 지방의 천척까지 모여드는 조객들이 아흐레 동안이나 들 끓었던것이다.

안팎이 복작복작하는 중에서도 인숙은 정신을 바짝차리고 조그만 몸으로 사람의 물결을 헤치고 다니며 이것 저것 제 법 분별을 하였다. 아버지 장사때에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시할머니는 중들을 불러 목탁을 뚜드리고 염불을 하느라고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는 소리가 밤중까지 끄치지 않어 별당은 법당이 되었다. 나종에는 장님들까지 떼를 지어 와 서 경읽는 소리와 북을 뚜드리는 소리가 요란하야 XX궁 안 채는 장님도가로 변하였다.

시할머니 머릿속에는 일진을 보아 진어귀 새남을 할생각과 어서 빨리 사십구일이오면 자기가 불공을 드리는 큰 절을 치우고 한번 굉장하게 재를 올릴궁리밖에 없다. 그것도 돌 아간 시어머너의 명복을 빈다느니 보다는 자기 자신의 연화 댓길을 닦으려는것이었다. 시어머니는 무얼 좀 분별 하는체 하다가는

『아이 머릿살 아퍼』

하고는 생병이 나서 머리를 싸매고 눕고 마누라를 유난히 위하는 시아버지는

『허 저래서 어쩌우 온 몸조섭을 못허구서…… 그러다 큰 병나리다』

하고 약을 지어오라고 수선을 부린다.

큰동서는 가뜩 체수가 적은 사람이 어느 구석에가 끼였는 지 보이지도 않는다. 더구나 요새와서야 시앗을 본것을 알 고 만사에 경황이 없다.

그러니 이집 식구로 정신을 차려 모든 절차를 보살필 사람 은 나이 어린 인숙이밖에 없었다.

일을 보아 줍네, 조상을 왔읍네 하고 모여든 사람들은 남 녀할것없이 초상집을 잔치집으로 녁이는 모양이었다. 부잣 집에서 한밥 실컨 먹을일이 생긴듯이 그저 먹는데만 성화가 났다.

아침 저녁으로 밥쌀을 두섬씩이나 내여도 모자랐다.

결혼 피로연이나 환갑잔치를 하는것과 구별할수가 없이 큰 사랑 자근 사랑에는 아침부터 밤중까지 술상이 버러졌다.

절차는 웨그리 많고 눈물 안나오는 곡은 어찌 그리 많은지 하로 열두번씩이나 할가.

누가 하나만 와도

『애고 애고』

요, 하로도 수없이

『어이 어이』

소리가 큰 길 밖까지 들렸다. 그 곡소리로 XX궁 안은 벌통 속같이 와글와글 끊었다. 계집하인들은 술상 밥상을 들고 드나들면서도 노랫가락조로

『아이고--아이고--』

하고 목을 꺾거 넘긴다. 곡을 하다가도 저이끼리 돌려다 보면 낄낄대고 옷는것은 예사었다.

인숙은 누구보다도 설게 울었다. 시증조모는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그 홉뜬 눈과 허형게 들어난 니를 본뒤에는 없던 정이나마 똑 떨어졌다. 그 깍지똥 같은 몸이 관속에서 문정 문정 썩을 것을 상상만해도 콧마루가 찦으려졌다. 몸서리가 처졌다. 그래서 곡을 할때면 아버지 생각을 하였다.

그다지 외롭게 사시다가 자살을 허시다 싶이 돌아가신 아 버지--쥐면 꺼질가 불면 날을가하고 저를 길러 주시고,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저를 귀여하시던 아버지--그 아버지는 조석상식 조차 변변히 받들어 드리지 못하는 생각 을 하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 시집에서 기구있게 장사를 지 내는것을 볼때, 하로 몇번씩 우는것으로는 오히려 설움이 남었다. 암만 울어도 시원치가 않었다.

인숙이가 남달리 애통하는것을 보고 식구들은

『대방마님이 아람치 며누리라고 귀여하시던 생각을 허구 저렇게 설어 허는구나』

하였다. 효순한 증순부라 하였다. 인숙이가 맨 나종까지 앳 된 목소리로 애를 끓는 듯이 울면

『언니, 새언니, 고만 울우』

하고 지곡을 시키는것은 봉희였다. 그렇것만 봉환은 안팎 으로 돌아다니며 때없이 과식을 하고 는 배탈이 나서 인숙 의 애를 먹였다. 남이 울면 우는 숭내를 내는 것이 어색하 고 옷읍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