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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장/2권/5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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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조국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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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종루에 걸렸던 달이 한 치 쯤 지붕을 떠났다.

장 욱의 장대한 품 안에서 아양을 부리며 장 욱의 주머니를 뒤지던 월령의 손가락은 그만 헛수고를 하였다. 월령은 다시금 양복 안 주머니와 조끼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을 때, 얼싸 월령의 풍만한 몸뚱이를 붙앉고 있는 장욱의 얼굴이 창백한 달빛 속에서 예각적(銳角的)인 음영을 그림 그리며 싱긋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장 욱의 가슴패기는 주머니를 더듬는 월령의 손가락 끝을 분명히 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 욱은 모르는 척, 한층 더 월령의 무르익는 육체를 힘차게 끌어 안으며 중세기 연애비극의 주인공들처럼 낭만이 철철 흐르는 꿈 같은 대사를 되풀이 하는 것이다.

「유에링! 내 사랑 유에링! 나에게 만일 항우(項羽)와 같은 역발산 (力拔山)의 힘이 있었던들 유에링의 이 향기로운 몸뚱이는 내 품안에서 가루가 되었을 것이요.」

「대사가 어찌 그리도 우둔스럽나요? 세상에는 쉑스피어의 명대사도 있고 이 태백(李太白), 도 연명(陶淵明)의 어여쁜 시구(詩句)도 있는데 왜 하필 우둔스런 항우란 말이요?」

그러면서 월령의 손가락이 피아노의 건반 위를 달리듯이 장 욱의 몸 뒤짐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을 즈음, 월령의 허리를 껴안은 장욱의 손가락은 또 월령의 화려한 야회복 「밴드」에 달린 「박클」을 재빨리 더듬고 있었다.

순금 바탕에 백금으로 뱀의 대가리를 불룩하니 아로새긴 「박클」이다. 그리고 그 뱀 대가리에 박힌, 「싸파이아」를 장 욱은 부리나케 더듬으며 손가락으로 그것을 눌렀다. 뱀의 대가리가 열리며 그 속에서 딸딸 말린 조그만 종이 조각을 끄냈다.

장 욱은 만족한 표정으로 빙그레 웃음을 달빛 속에서 지으며

「아아, 어디선가 들려온다. 저 애수에 찬 호궁(胡弓)의 멜로디 ─ ! 유 에링, 가만히 귀를 기우려봐요. 저 애절한 호궁의 소리는 우리들의 행복을 축복하는 사랑의 노래!」

그때 월령은

「저 늙은 거지는 매일 밤처럼 二[이]층 내 침실 들창밑에서 호궁을 켜 준답니다. 자장가처럼 호궁의 애절한 곡조를 들으면서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요.」

그러는데 남루한 옷을 몸에 걸친 늙은 노인이 어둑어둑한 저편 골목에서 쑥 빠져 나오면서 「용궁」의 화려한 전식(電飾)간판 아래로 그 초라한 자태를 나타냈다.

「저 늙은이가 가엾어서 한번 두 번 몇푼씩 던져 줘 버릇을 했드니 인제는 맛을 들여 밤마다 나의 침실을 찾아 오지요. 그래서 요즈음은 호궁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밤은 서글프도록 고적해요. 달은 밝고 님도 잠도 오지 않는 밤의 호궁의 노래로 밤을 이루지요.」

장 욱의 몸 뒤짐을 단념한 월령은 지갑을 꺼내며

「할아버지, 받아요!」

그러면서 일 원짜리 한 장에다 쵸코렡 한 개를 싸서 노인의 발 밑으로 던져 주었다.

「둬쎄, 둬쎄, 쇼우제!(고맙습니다, 아가씨) ─」

노인은 허리를 굽혀 여러번 절을 하였다.

「나도 한 푼 던져 줄까?」

「그러세요. ─ 할아버지, 가지 말구 잠깐만 기다려요.」

옮겨 놓던 걸음을 노인은 멈추며 위를 쳐다본다.

장 욱도 일원 한 장을 꺼냈다.

「바람에 날면 큰 일이니, 이왕이면 담배나 한꼬치 싸서 줄까?」

「그러세요.」

그리고는 밑을 향하여

「할아버지, 오늘 밤은 재수가 좋아요.」

「둬쎄, 둬쎄!」

담배 한 꼬치를 싼 지폐가 이윽고 노인의 발 밑에 떨어졌다.

「둬쎄, 둬쎄!」

노인은 수 없이 절을 하며 행복스런 두 젊은이를 위하여 호궁을 한 곡조 켜고 나서 저편 컴컴한 골목으로 사라졌다.

환락의 밤 거리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장 일수가 「용궁」의 마담 방 월령이 일본의 제 五[오]열의 한 사람인 줄을 간파하자 동료로 하여금 동안시장 뒷 골목에서 습격을 시켜 놓고 위기일발의 순간을 틈타서 용감히 뛰어 들어 나미에를 구해 준 것이 벌써 일 년 반이나 과거의 일이다.

물론 목적을 위한 수단이기는 하였다. 그러나 한번 두 번 접촉의 기회를 갖게 되자 방 월령의 그 새빨간 정열에 자칫하면 자기 자신을 불살러 보는 때가 전연 없지도 않는 장 일수였다.

그러한 생활이 계속되는 동안 장 일수는 결코 적지 않은 중대 정보를 방 월령에게서 얻었다. 그리고 자기 편에서도 그리 중대하지 않은 정보를 그 미끼로 방 월령에게 제공하여 왔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며칠 전에 소위 샹하이 · 도라의 정체를 붙잡은 장 일수는 그것이 「용궁」의 지배인이요 방 월령의 「파트너」인 문 정우(文政愚)라는 중국인으로서 행세를 하고 있는 고지마 · 도라오(小島虎雄[소도호웅])라는 사실을 알자 깜짝 놀랐다.

장 일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고지마 · 도라오는 二○[이공]여 년 동안을 소위 「시나 · 고로」(중국을 방랑(放浪)하는 불량배)로서 중국을 떠돌아 먹던 인물이다.

화북(華北)의 「다 ─ 크 · 호 ─ 스」 송 철원(宋哲元) 장군을 조종하여 화북 五[오]성의 독립을 꾀하려던 토비원(土肥原) 소장의 계획이 실패되자 이에 앞서 일본 육군은 송 장군의 간드러진 팔방미인적 행동에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하여 마침내 송 장군을 상대로 할수 없음을 깨닫자 토비원 소장을 밀어 내고 당시 관동군 참모총장이던 동조영기(東條英機)의 손으로서 새로운 침략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것이 소위 一九三五[일구삼오]년 十一 [십일]월에 일어난 수원사건(綏遠事件)으로서 동조의 손으로 조직된 「특별병단」(特別兵團)이외에 「몽고인의 몽고 건설」이라는 「슬로 ─ 간」을 내걸고 덕왕(德王)을 대장으로 한 몽고인 토비 만주인 , , 등으로 소위 「몽고군」을 조직하였는데 이 「몽고군」에는 당시 만주나 화북 등지로 떠돌아 다니던 많은 일본인 낭인(浪人)들이 참가하였다.

이 수원 사건은 부작의(傅作儀)가 인솔하고 있는 수원군의 격렬한 반격으로 말미암아 참패를 당하고 말았지만 이 「고지마 · 도라오」도 이 「몽고군」에서 활동을 하던 중추적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후 중일 전쟁이 발발하자 중국 민정(民情)에 능통한 고지마는 일본 특무 기관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여 군사 행동보다 한 발 앞서 북경, 천진, 상해, 남경 등지에 잠입하여 선무 공작과 기타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중심적 인물로서 활동하였다.

그는 항상 중국 옷을 입고 중국 사람 가운데서 중국 사람과 같은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 그가 이처럼 중요한 흑막의 인물인 사실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는 중일 전쟁이 발발한지 七[칠]년 동안 문정우라는 중국 이름를 가지고 북경, 천진, 상해, 남경 등지에서 호텔, 빠 ─ , 카바레 ─ , 땐스 · 홀 등을 경영하는 유능한 사업가로서 행세를 하여온 四○[사공]객이다. 그는 호텔, 빠 ─ , 카바레 ─ 의 지배인이나 여급이나 땐서 ─ 를 매수하여 거미줄처럼 정보망을 펴 놓았던 것이다.

이리하여 고지마 소좌, 아니 그의 이름이 「도라오」라는 데서부터 특무기관에서는 그를 비밀히 「샹하이 · 도라」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렇다. 「샹하이 · 도라」와 「암흑의 대통령」 ─ 누구가 누구를 먹느냐, 누구가 누구에게 먹히느냐의 보이지 않는 투쟁이 암야의 불꽃처럼 작열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궁전(宮殿)과도 같은 동안시장의 거대한 모습이 흐르는 달빛 속에서 무대 장치와 같은 웅장한 「실루엣」을 그림 그리고 있었다.

「유에링, 밤 바람이 몹시 차오. 감기 걸리리다. 홀로 들어 갈까요?」

「감기쯤 무에 그리 서러울까! 감기람 필시 그건 사랑의 감길텐데 ─」

「말을 삼가시요. 문 선생이 들으시면 청룡도를 들고 나오리다.」

「흥, 문은 상해로 여행을 가고 없으니 걱정 말아요.」

「흥, 없는 틈을 타서 하룻밤 연애를 도둑질해 보자는 판국이구려!」

「이거 왜 그래? ─」

월령은 장 욱의 품 안에서 홱 얼굴을 들며 날카로운 표정으로

「있음 못 해? 누구가 누구에게 팔린 몸이야?」

「너무 큰 소리 말아요. 고양이 앞에 새앙쥐가 큰 소릴 하면 몇 마디나 할 것 같애?」

「누가 새앙 쥔데?……」

「아아, 내 청춘을 불살러 버린 그대 유에링은 알고 보니 불행이도 노예였더라!」

「흥, 당신이야 말로 내 무엇을 사랑했어?」

「요 입술을……」

「또 무어야?」

「요 볼을……요 눈을……요 몸뚱이를……」

그러면서 월령의 몸을 힘차게 포옹하려는 순간

「또 하나 있지 않아요?……내 야회복 「밴드」에 달린 「박클」!」

「응?……」

장 욱의 두 눈동자가 달빛 속에서 번쩍 빛났다.

「흐흐흐흐……」

풍요한 허리를 장 욱의 품안에 되는 대로 내맡긴채 월령의 입술이 장 욱의 턱 밑에서 요염하게 꽃피는 순간이다.

「음 ─」

「놀랬어요?」

「으음 ─」

「그만 놀래리……자아, 베 ─제!」

소녀처럼 사랑의 몸부림을 치면서 월령은 장 욱의 목에다 뱀처럼 감어 놓은 팔목에 힘을 주면서 입술과 입술을 덧두겨 버렸다.

「언제부터……언제부터 그걸 알았소?」

「그런건 묻는 편이 쑥이야.」

월령은 장 욱의 품에서 벗어 나며 담배를 한 꼬치 붙여 물고 난간에 비스틈히 몸을 기대였다.

「음 ─」

장 욱은 또 한번 가벼운 신음을 하고 나서 라이타 ─ 를 꺼내 담배를 붙이면서 아까 월령의 「박클」에서 꺼낸 종이 조각을 펴서 불빛에 비치어 보았다.

당신이 끝끝내 나의「박클」만을 사랑한다면 그 결과는 결코 당신을 이롭게 하지는 못할 것이니 단념해요. ─ 월령 ─ 쪽지에는 그런 문구가 씌어 있었다.

장 욱은 쪽지를 라이타 ─ 불에 태워 버리며

「흥, 협박인가? ─」

하였다.

「그럴지두 모르지. 사랑의 협박! 무척 로맨틱해요!」

월령은 후우 하고 담배 연기를 날카롭게 허공에 내뿜으며

「그러나 주의 해요. 해변 개 범 무서운 줄 몰랐다간 코를 다칠껄. 이 용궁 · 홀이 어떤 데라구 함부로 덤비는 거야? 흥, 어리석게!」

「기껏 해야 이리들의 소굴이겠지.」

「흥!」

「그렇지 않으면 호랑이의 소굴인가?」

「응?……」

이번엔 월령의 눈초리가 반짝 빛났다.

그때 장 욱은 일본 말로

「샹하이 · 도라까! 흥, 다이시따, 도라쟈!(상해의 호랑이가! 흥, 대단한 호랑인걸!) ─」

처음으로 입에 담는 일어였다.

「아, 안따와?……(아, 당신은?) ─」

월령은 홱 정면으로 돌아 서면서 그 역시 일어로 날쌔게 외쳤다.

「안따와 다레? 쥬우께이? 소레또모 츄우꼬오?(당신은 누구요? 중경(重慶)? 그렇지 않음 중공(中共)?……) ─」

그러나 거기에는 대답을 않고

「하세가와 · 나미에상, 쟈아, 마다 · 아우 · 히마데!(또다시 만날 때까지!) ─」

그 한 마디를 남겨 놓고 발코니 ─ 에서 행길로 내려가게 된 좁다란 층계로 장 욱은 바람처럼 휙 사라져 버렸다.

「앗, 위! 쟝위!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요!」

월령이가 아니, 나미에가 그렇게 부르짖으면서 따라 내려 가려고 했을 때는 벌써 장 일수의 뒷 모양은 나는 듯이 층층대를 내려가 캄캄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여기는 숭문문대가(崇文門大街)에서 동단패로(東壇牌路)로 들어 가노라면 오른편 쪽 뒷골목 안에 있는 대중 음식점 만만정(滿滿亭)이다.

음식점 안에는 대개가 하류급인 노동자가 태반으로서 그들은 고량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음식점 한편 모퉁이에서 김이 무럭 나는 우동을 훌훌 들이키고 있는 두 사람의 색다른 손님이 있었다.

하나는 三十[삼십] 미만의 청년이고 그와 마주 앉은 늙은이는 분명히 아까 화려한 「용궁」의 전식 간판 아래서 방 월령과 장 욱을 위하여 사랑의 노래를 켜 주던 호궁의 노인이다. 노인은 고량주 한 잔에다 우동을 들이키고 나서 청년을 향하여 입을 열었다.

「대통령의 지령이다.」

목소리는 극히 낮았으나 그것은 분명히 한국말이었다.

「뭣인데요?」

청년은 주위를 한번 휘이 둘러 보면서 노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그때 쥐었던 호궁을 옆에 놓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담배 한 꼬치를 끄집어 냈다. 그리고는 그 담배를 둘이서 나누어 먹는 것처럼 중동을 절반 뚝 잘랐다. 반동강이가 난 담배 꼬치 속에서 딸딸 말린 쪽지가 튀어 나왔다. 노인은 담배 절반을 청년에게 주고 하나는 자기가 피우며 희미한 불빛 아래서 쪽지를 펴 보았다.

그리고 그 쪽지에는 깨알 만큼씩한 글자로 마치 소학생의 산술 문제와 같은 것이 적혀 있었다. 노인은 그 암호 기호를 조금도 힘 들이지 않고 쑥쑥 읽을 수 있는 능숙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들어 봐요.」

노인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었다.

「네.」

노인은 읽기 시작하였다.

「 ─ 三[삼]개국의 연합국 원수가 「카이로」회담에서 한국의 자주 독립을 약속하였다는 사실을 널리 동포들에게 선전 계몽하여 항일 사상을 고취하고 일본에의 협력을 결사적으로 거절하라는 내용의 전단(傳單)을 배포하라. ─ 대통령 ─」

노인은 읽고 나서

「음, 내일부터는 또 분주하게 된다.」

「분주한 것이 좋습니다.」

청년은 타오르는 투지로 말미암아 만신의 정열이 용솟음 치는 것이다.

삼십 여 三十[ ] 년 전부터 북간도(北間島) 개척민의 한 사람이던 이 강 시후(康時厚) 노인은 대통령의 지령을 동지들에게 전달하는 중대 역할을 하는 한편, 최근에 와서는 역시 대통령의 지령으로 호궁의 걸인이 되어 방 월령의 침실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방 월령과 동거생활을 하는 「샹하이 · 도라」, 고지마 소좌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서 강 노인은 매일밤처럼 방 월령의 침실 아래서 호궁을 켜는 것이다. 그런 때 방 월령은 二[이]층 침실에서 들창을 열고 지폐 한 장씩을 던져 주곤 하였다.

그러나 노인의 목적은 월령이가 아니고 고지마 소좌였다. 열 번에 한번, 스무 번에 한번은 고지마 자신이 들창 가에 나타나서 돈을 던져 줄 때가 전혀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 시기를 노리어 강 노인은 고지마를 저격(狙擊)할 계획이다.

사흘 후, 북경, 상해, 남경 등지를 비롯한 만주와 화북, 화중 일대에 걸쳐 다음과 같은 전단이 동포들의 손에 배포되어 점령군 당국을 아연케 하였다.

거류민 동포 제군!

우리 조국이 해방될 날은 멀지 않았다. 해방의 성스러운 종소리가 제군의 머리 위에 울릴 날이 멀지 않아서 온다. 반드시 온다.

루 ─ 즈벨트, 처칠, 장 개석의 연합국 三[삼]원수는 이번 「카이로」회담에서 전쟁종결 후에 있어서의 일본 처리안 중, 한국의 자주 독립을 만방에 약속선언하였다.

제군은 이것을 굳게 믿고 제군의 생명을, 제군의 재산을, 그리고 제군의 재능을 일본 제국주의를 위하여 무의미하게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제군의 생명, 재산, 재능은 멀지 않아 해방될 조국의 생명이요, 재산이요, 재능이다.

거류민 동포 제군! 이 말을 굳게 믿고 최후의 순간까지 항일을 계속하라!

─ 암흑의 대통령 ─ 점령군 당국의 대경실색은 말할것도 없었지만 그러나 이 전단으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그 소속이 분명치 않던 암흑의 대통령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들의 충동은 실로 컸다.

이리하여 그들이 이 대담무쌍한 암흑의 대통령을 체포하고저 군경 합작으로 맹활동을 개시하고 있을 즈음에 서주에서 띄운 영민의 편지가 일단 정양문 밖 대가를 거쳐 동장안가 「용궁」으로 배달되어 왔던 것이니, 잘 하노라고 한 영민의 암호 기호로 된 편지가 도리어 대통령 장 일수로 하여금 치명적인 운명의 함정으로 끌어 넣는 결과를 맺게 할 줄은 전혀 추측 조차 못한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