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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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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상한 편지

곡마단이 묵던 여관은 곡마단 일행이 떠난 후로 몹시 조용하여졌습니다.

문 옆방에 앉아 있는 주인 내외는 심부름하는 심부름꾼들을 데리고,

“그 수선스런 패들이 지금쯤은 중국에 가서 내렸겠다.”

“아이고, 그 밤낮 두들겨 맞기만 하던 처녀가 불쌍해 못 보겠어요. 어디 가서든지 그렇게 두들겨 맞기만 하겠지요.”

“그럼, 오죽하면 도망을 하려니 그랬겠니? 불쌍한 일도 많지…….”

이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습니다. 손님들은 각각 볼일 보러 나간 사이라, 여관치고는 제법 한가한 때였습니다. 그때 어떤 말쑥한 청년이 한 분 들어서더니, 황급히 모자를 벗고,

“여기 곡마단 일행…….”

하고, 말을 시작하다가 멈칫거렸습니다. 주인 여자가,

“네. 곡마단 단장은 그저께 밤차로 중국으로 간다고 떠났습니다.”

하자,

“아니오. 떠난 줄은 압니다. 내가 그 곡마단의 사무원이니까요. 그런데, 단장이 이 여관에 잊어버리고 간 것이 평양까지 갔을 때에 생각이 나서, 그것을 찾아오라 해서, 내가 도로 온 것입니다.”

주인 여자는 그제야 까닭을 알고,

“예, 그러십니까? 그럼 올라오셔서 찾아보십시오마는 방을 그날 곧 소제를 하여도 아무 것도 없었는걸요.”

“예, 무슨 문서인데 남의 눈에 안 띄게 다락 구석에 깊이 두었었다니까, 찾아보면 있겠지요.”

“그럼, 올라오셔서 찾아보세요.”

싹싹하고 친절하게 안내하였습니다. 젊은 손님은 따라 들어와서 단장 내외가 있던 방의 다락 속을 뒤졌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웬일일까? 분명히 다락에 넣었었다는데……. 없어졌으면 큰일 날 것인데……. 응 큰일났군…….”

“글쎄요. 없어졌으면 미안합니다.”

“혹시 딴 데다가 두고 잊어버렸는지도 모르니, 미안하지만 다다미 밑을 좀 보겠습니다.”

하고 그 젊은 소님은 방바닥에 깔린 다다미를 일일이 들어내고 보았습니다.

“있군! 예 있습니다. 이것입니다.”

하고, 젊은 손님은 방 한 구석 다다미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납작한 봉투를 집어 들고 기뻐하더니, 부리나케 나가서 구두를 신으며,

“실례입니다마는 기차 시간이 바빠서 치워 드리지 못하고 급히 갑니다. 자, 이것을 그 하인에게 주십시오.”

하고, 돈 1원을 내놓고 급급히 나갔습니다.

그 젊은 손님이 봉투를 들고 여관 문을 나가 여관 판장 옆을 돌아서자, 거기서 기다리고 있든 상호가,

“어떻게 되었소?”

하고 물으면서 뛰어나왔습니다.

“됐어. 됐어!”

하는 그 젊은 손님은, 통역 학생 한기호였습니다. 두 사람은 걸음을 급히 하여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처음에 가서 시치미 딱 떼고 곡마단이……. 하고 우물쭈물하니까 주인 마누라가 먼저 곡마단은 그저께 저녁에 중국으로 갔다고 그럽디다. 그래서 우선 중국으로 간 것은 분명히 알았고, 그 다음에 우리가 계획 한대로 나는 곡마단 사람인데, 잊어버린 것이 있어서 평양까지 갔다가 도로 왔다고, 그리고 뛰어 들어가서 다다미를 일일이 들고 조사하니까 이 봉투가 있기에 아주 잊어버린 것이나 찾은 것처럼 이것이라고 하고 가지고 나왔지…….”

하고, 한기호는 그 봉투를 꺼내 주었습니다. 상호는 자기가 계획한 대로 들어 맞아 성공한 것을 기뻐하면서 바삐 봉투 편지를 보았습니다.

편지는 중국 봉천에 있는 ‘전중여관’ 이라는 일본 여관 주인이 서울 있는 곡마단 단장에게 보낸 편지였는데, 속을 빼어 보니, 참말 수상스런 일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은 두 궤짝을 보내었으니 잘 받아서 처치하고, 어느 때 중국으로 오는지 이번에…… 꼭 15, 16짜리로 적어도 셋은 가지고 와야 한다.

고, 이런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것 두 꿰짝은 무엇을 가리켜 한 말이고, 15.16짜리 셋은 무슨 소리인지도 도무지 얼른 짐작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지 이 편지는 잘 가지고 있기로 하고, 오늘밤이라도 곧 중국으로 갑시다. 아까 이야기한 대로, 그럼 내가 가서 내 저금을 찾고 또 다른 것도 준비해 가지고 오리다. 당신은 서대문 밖 그 여관에 가서 기다리고 계시오.”

하고, 한기호가 먼저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날 밤, 중국 봉천을 향하고 경성역을 떠난 길다란 급행열차가 신촌역을 지날 때에, 남의 눈을 피하는 청년 두 사람이 어둡고 조그만 정거장에서 슬쩍 올라탔습니다.

《어린이》 4권 11호 (1926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