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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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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이상한 암호

캄캄한 거리로 골목을 몇 번인지 꺾어서, 절름발이는 어느 창고같이 생긴 이층집 문 앞에 우뚝 섰습니다. 붉은 벽돌로 모양 없이 튼튼하게만 지은 집. 어두운 밤이라서 그 무거운 문이 마치 감옥문 같이 보였습니다.

뒤에 따라가던 두 사람은 냉큼 길가 어두운 구석으로 기어들어 숨어서 그의 동작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절름발이가 거기 서서 전후 좌우를 휘휘 둘러보더니,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줄 알고 안심한 듯이 문 앞에 바싹 들어서자, 대문은 안으로부터 열리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내다보고 무어라 쑤군쑤군하는 것 같더니, 절름발이도 안으로 쑥 들어가고 무거운 문은 다시 굳게 닫혔습니다.

“저놈의 집이 까닭이 있는 집인 모양이군!”

하면서, 두 사람은 어두운 구석에서 뛰어나와 그 이상한 벽돌집을 두루 살피기 시작하였습니다.

대문 앞에까지 바싹 가서 성냥불이라도 켜 들고 문패며 번지수를 조사하고 싶었으나, 그놈의 대문 한 겹 안쪽에 어떤 놈이 문지기 노릇을 하고 앉은 모양이니, 신발 소리를 내거나 성냥 긋는 소리를 내기만 하면 당장 뛰어나오겠으므로 그러지는 못하고 그 집 옆에 골목이 있는 것과 뒤로는 야트막한 중국집과 맞붙어 있는 것과 골목으로는 높은 담이 싸여 있는 것만을 조사하였습니다.

“이크, 또 와요. 또 한 놈이 오니 들어서요.”

기호가 속살거리는 소리에 상호도 그 옆 골목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서서 보니, 과연 양복 위에 외투 입은 한 놈이 그 집의 대문 앞에 우뚝 섰습니다. 여기는 바로 그 집 벽 밑이라 아까보다는 훨씬 가까워서 그 놈의 손짓 하나 말소리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듣고 보구 할 수가 있었습니다.

놈은 대문의 손잡이 위를 손등으로‘똑똑똑똑똑똑똑’ 천천히 꼭 일곱 번을 때렸습니다. 그러니까 아까처럼 안으로부터 문이 열리고 한 놈이 고개를 쑥 내미는데, 그때 안으로부터 희미 하나마 등불 빛도 비쳐 나왔습니다. 외투 입고 온 놈은 이번에는 왼편 손을 주먹 쥐어 쑥 내밀더니, 오른편 손의 둘째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과 문을 내밀어 왼편 주먹에 두 번 들었다 놓았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내다보던 놈은 대문을 더 활짝 열고, 그놈을 들여보내고, 다시 무겁게 닫혀 버렸습니다.

“자세히 보았소? 대문을 일곱 번 두들기고 왼손 주먹에 바른손 두 손가락을 두 번 내민 것이 분명하지요?”

“분명히 그랬소. 아마 그것이 그놈들의 암호인 모양이오.”

“그러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어쨌든 암호까지 있는 것을 보면,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은 분명한 모양이오.”

“그야 물론이지요.”

무서운 집 어두운 담 밑에서 가슴을 울렁거리면서 소곤소곤 이야기 할 때, 또 그 집문 앞에 와서 손잡이의 위를 똑똑똑 때리는 사람이 있어서,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눈과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번에 온 것은 일본 옷 입은 여자 한 사람, 중국 옷 입은 남자 한 사람이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안에서 문지기의 얼굴이 쑥 나오더니 여자를 보고 머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와는 역시 각각 왼손을 주먹 쥐어 내밀고, 오른손 두 손가락을 그 위에 두 번 내밀어 보이고 쑥 들어갔습니다.

그것을 보면 아는 사람이거나 모르는 사람이거나, 으레 그렇게 하고야 들어가는 엄중한 규칙인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곡마단 단장과 그 부하들의 비밀! 그것은 대체 무슨 비밀이며, 왼손 주먹에 바른손 두 손가락은 무슨 의미일까?

사람은 가슴을 울렁거리면서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서서 궁리궁리하였습니다.

어쨌든지 그놈들이 단순한 곡마단 패가 아니고 이곳에 그들의 나쁜 패가 더 많이 있어서 모두 연락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결단코 허투루 볼 패는 아니고 무슨 무서운 비밀한 계획이 있는 것이 분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