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26
26. 이상한 보고
지옥 나라같이 무서운 칠칠단의 본굴 속에 들어와서 그들의 비밀회의에 참례해 앉은 것도 겁나기 짝이 없는 대담한 모험이거든, 별안간에 옆에 앉았던 중국 놈이 손목을 칵 잡고 달려들며 밖에서 두들겨 묶어서 기호에게 맡겨둔 문지기 놈까지 달려 들어와 놓았으니, 그때의 상호의 놀라운 가슴이 어떠하였겠습니까.
이제는 자기가 칠칠단원이 아닌 것이 드러날 것은 물론이요, 문간에서 문지기를 두들겨서 묶어 놓고 들어온 것까지 드러나고, 자기가 저놈들이 원수같이 여기면서 찾고 있는 상호 당장인 것까지 들켜나게 되었으니, 뭇 고양이 떼에게 외로이 에워싸인 작은 쥐같이 되어 도저히 살아날 길이 없는 것을 알 때에 상호의 고개는 제꺽 부러진 것같이 그냥 폭 수그러졌습니다. 들키고 잡히고 묶이고 죽도록 두들겨 맞고 그럴 생각을 하면, 몸이 그냥 아스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도피할 꾀가 없는 지라‘이제는 되는대로 되어라!’ 하고 상호는 아주 두 눈을 딱 감고 늘어져 버렸습니다. 문지가 단원이 황급히 뛰어 들어온 것을 보고, 단장은 물론이요, 30여 명 단원은 눈이 둥글하여 호령이나 내린 것처럼 일시에 우뚝 일어섰습니다. 그리고는 불안에 놀란 눈을 그의 한 몸으로만 쏘았습니다.
문지기는 상호의 옆에 우뚝 서더니 두 팔을 번쩍 들었습니다. 들어서는 왼손은 주먹을 쥐고 오른손은 두 가락만 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팔과 팔을 ×표로 엇질렀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두 번하고는, 곧 뛰어서 황급한 걸음으로 도로 나아가 쿵쿵쿵쿵 층계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무슨 급한 일을 보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지기가 그렇게 하고 나가자, 모든 단원의 얼굴은 더욱 놀란 짐승의 얼굴 같이 되었습니다.
“준비를 하여라!”
하고 단장의 무거운 소리가 내리자, 그들은 우수수 흩어져서 모자를 찾아 쓰는 놈, 단장을 찾아 잡는 놈, 호주머니에서 수염을 꺼내서 코에 붙이는 놈, 누렇고 커다란 안경을 꺼내 쓰는 놈, 제각각 저마다의 준비를 하느라고, 꽤 수선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입들은 꼭꼭 다물어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수족만 움직이면서 간혹 할 말이 있으면 가만가만한 소리로 남의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상호는 이 이상한 광경을 보자 조금 기운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당장 급한 경우를 면한 것을 더욱이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머리에는 갑자기 여러 가지로 이상한 생각이 서로 엉클어지게 되었습니다.
첫째 어찌하여 문지기 놈이 자유로운 몸이 되었을까? 기호의 손에 묶이어 있을 그놈이 기호를 어떻게 해 놓고 들어왔을까 하는 궁금한 생각이요, 둘째는 여기까지 쫓아 들어온 그놈이 어찌하여 자기를 보고도 달려들어 여러 놈에게 이르지 않고 못 본 체하고 저의 할 보고만 하고 그냥 나갔을까 하는 생각이요, 셋째는 그놈이 들어와서 두 팔을 들어 단장에게 보고를 할 때에 모르고 그랬는지 알고 그랬는지, 자기의 왼발 발등을 밟고 섰었던 것입니다.
무슨 일로 발등을 밟았을까……, 이런 여러 가지 궁금한 생각이 어지러운 물결같이 핑핑 돌 때에, 그때에 별안간에 방 한 구석 따르릉……하고, 초인종이 우는 소리가 요란히 들렸습니다.
그 소리에 파랗게 질린 단원들이 눈이 동글하여 자리를 일어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