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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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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땅속의 비밀 출입구

무슨 통지인지 종소리가 요란히 나자 단장도 눈이 둥글하여 옆에 가져다 놓았던 모자를 집어쓰더니 지팡이를 짚고,

“자아, 문간에 위험한 일이 생긴 모양이니 어서 빨리 뒷길로 헤어져 나아가도록 하라.”

하고는, 말끝도 채 맺지도 못하고 자기의 등 뒤편에 있는 문을 열고 그리로 들어갔습니다.

단장의 뒤를 따라 30여 명 단원도 모두 한 번씩 방 속을 휘휘 둘러보면서 그리로 들어갔습니다. 맨 끝에 섰는 상호는 새삼스레 망설였습니다.

어느 곳으로 어째서 가는 것인지 영문도 모르고 따라가자니 어두운 그 속에 발을 내밀기가 무시무시하고, 아니 따라가자니 당장 무슨 위험스런 일을 닥뜨리고 있는 이 집에 혼자 있을 수도 없거니와 그놈들이 지금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지 않으면 순자를 어디다 감추어 두었는지 알아낼 수도 없을 것이라, 여기까지 애쓰고 들어온 고생이 중도에 허사가 되고 말 것이었습니다.

‘에라, 죽어도 한번 죽지, 별 수가 있겠니!’

‘순자를 찾아야 한다. 순자의 있는 곳을 찾아내야 된다.’

가슴 속에 부르짖으면서 상호는 그들의 뒤를 따라섰습니다.

거기는 한 칸 통의 조그마한 방이었습니다. 광 속과 같이 물건, 궤짝, 깨어진 헌 책상, 못 쓰게 된 침대, 그 따위 물건들이 쓰레기통 속같이 어지럽게 쌓여 있는데, 저편 맞은쪽 벽에 방장 같은 헌 휘장이 쳐 있고 그 휘장 뒷벽에 큰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놈들은 차례차례 휘장을 들고 그 구멍 속으로 기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결단하고 뒤에 따라선 상호는 그 구멍이 무슨 구멍인지 그 구멍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의 하는 대로 맨 나중에 휘장을 젖히고 캄캄한 구멍 속으로 고개와 허리를 꼬부리고 들어갔습니다.

“인제는 아무 급한 일이 있어도 우리는 안전하다.”

“그럼, 이 구멍까지 나서기만 하면 그만이지.”

하면서, 놈들은 마음 놓고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캄캄한 좁은 구멍은 한이 없이 길었습니다. 한참이나 기어가서 조금 널찍한 방 속 같은 헛간이 있기에 이제는 그 구멍이 끝났나 보다 하였더니, 거기서 한숨을 돌려 가지고 다시 또 계속하여 저편 쪽 구멍으로 기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까 그 집 그 방이 땅속으로 층계를 셋이나 지나 내려가 삼층 밑 방이었으니, 지금 이 길다란 구멍은 땅속으로 삼층이나 되게 깊은 곳에 이렇게 길게 뚫려 있는 것이라, 그리로 기어가면서도 속으로 상초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궐련을 두 개쯤은 피움직한 오랜 동안 캄캄한 기다란 구멍을 지나서 그들은 다시 전등 켠 밝은 방에 나섰습니다. 위험한 일이 닥뜨려 왔다는 급한 통지에 놀라 그들은 툭하면 이렇게 귀신도 모르는 땅속 길로 기어서 딴 동네로 옮겨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누구인들 그들의 이렇게 땅속 깊이 삼층이나 되게 깊은 곳에 깊을 내놓고 다니는 줄을 알 수 있겠습니까?

“다 왔느냐?”

하고, 단장이 거기 가서 물으니까,

“예, 다 왔습니다.”

하고 여러 놈이 대답하였습니다.

“자, 여기서는 한꺼번에 우르르 나가지 말고 둘씩 셋씩 동안을 띄어 슬금슬금 나가야 한다.”

“예, 나가는 법도 다 잘들 압니다.”

“자, 그러면 얼른 이 집 털보를 불러 오너라.”

한 놈이 층계 위로 쿵쿵쿵 뛰어 올라가더니, 한참만에야 털보를 데리고 내려왔습니다. 털보는 단장을 보더니 허리를 굽실하면서,

“별안간에 웬일이십니까? 또 무엇이 쳐들어왔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무엇이 왔는지 위험하다는 보고가 있고 나중에는 도망하라는 종소리까지 났으니까 무슨 큰 변이 나기는 나는 모양이지……. 그런데 이 집에는 위층이 어떻게 되었나? 아직 손님들이 많은가?”

“예, 아직 열한 시 조금 지났을 뿐이니까요. 술 먹는 손들이 세 팬지 네 패인지 있습니다.

“그러면 다들 둘씩 셋씩 음식 먹고 나가는 것처럼 동안 동안 띄어서 헤어져 나가되, 나까무라하고 왕 서방하고 키다리하고 세 사람은 곧 여관으로 가서 순자를 데리고 이리로 와서, 광 옆의 방에 넣어 두고 털보와 함께 잘 지키고 있거라. 이런 위험한 일이 생기는 때는 암만해도 순자가 도망할까봐 염려다.”

“예!”

여러 놈 틈에 끼어서 이 말을 듣는 상호의 귀는 쫑긋하였습니다. 순자! 순자! 순자라는 소리에 그의 가슴은 갑자기 뛰놀았습니다.

“자아, 그러면, 둘씩 셋씩 나가거라!”

단장의 명령에 단원은 흩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