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7
7. 거리에서 울면서
한길도 잠자고 순포막 순사도 코를 고는 깊은 밤, 캄캄한 밤 새로 두시-. 홀로 도망해 나왔으나 어디라고 향할 곳이 없는 상호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숨어야 할지 가슴만 울렁거리고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뒤에서는 지금 곧 잡으려고 쫓아오는 듯 오는 듯하고 갈 곳은 없고, 발 빠른 걸음으로 뒤를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하면서, 명동으로 빠져서 구리개를 건너고 종로 큰길을 지나 북쪽으로 뚫린 길까지 오니까, 마음이 조금 놓이고 울렁거리는 가슴이 진정되는 대신에 서러워서 울고 싶은 생각이 자꾸 났습니다.
잡히지 아니하려고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길도 모르는 조선 사람 동네를 찾아 건너오기는 왔으나 내 몸이 조선 사람이라고 알아줄 사람이 누구며, 오늘 밤 한 밤이라도 내 몸을 재워줄 사람이 누구랴 싶어서, 골목 모퉁이에서마다 망설거릴 때 하염없는 눈물만 비 오듯이 흘렀습니다.
길이야 많지만 갈 곳이 없고 집이야 많지만 잘 곳이 없어서 상호는 눈물을 씻으면서 오던 길을 도록 돌아설 밖에 수가 없었습니다.
밤은 세시나 되었을까, 이제는 술주정꾼 하나도 보이지 않는 죽은 길을 걸어서 상호는 종로 큰길로 나왔습니다. 하는 수 없으니 탑골공원에라도 가서 돌멩이 위에서라도 이 밤을 지내려는 불쌍하고도 가여운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밤이 몹시도 깊은지라 공원의 창살문도 꼭꼭 잠겨 있었습니다. 여기서나 잘까 하고 믿고 온 몸이,
‘여기도 잠겼구나…….’
하고, 돌아설 때 신세 불쌍한 상호는 그냥 소리쳐 울고 싶었습니다. 음흉한 단장 놈이 벌써 수색 청원을 하여 놓았겠으니 경찰서로 갈 수도 없고, 아무데나 여관으로 가자하니 문 열린 곳이 한 곳도 없고, 에잇! 할 수 없다. 길거리에서 그냥 밤을 새울 수밖에 없다고 결심을 하니, 이제는 잘 걱정은 없어졌으나 순자의 고생될 염려가 생각이 나서 또 가슴을 괴롭게 하였습니다. 같이 도망하려고 새벽 두 시에 변소 옆으로 나오마고 약속한 순자가 그때 나오지 못하고 단장의 마누라가 나온 것을 보면, 순자가 나오려다가 들켜서 붙잡힌 것이 분명하였고 내가 이렇게 혼자 도망해 나와 놓았으니, 그놈의 마귀 같은 연놈이 온갖 분풀이를 어린 순자에게만 하겠구나……. 더군다나 나를 잡으려고 내가 도망간 곳을 알아내려고, 무지스럽게 두들기겠구나 싶어서 자기가 맞은 것처럼 소름이 쪽쪽 끼쳤습니다.
가뜩이나 꼬집혀서 전신에 퍼렇게 멍이 들은 순자가 못 견디어 소리치면서 매 맞는 모양이 눈물 고인 눈에 자꾸 보였습니다.
“오오, 오늘 밤만 참아라, 어떻게든지 내일은 구해 내마!”
상호는 혼자 중얼거리고 이를 악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