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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소학생 74호.pdf/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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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들의 겨드랑이를 좌우로 껴 일어 앉치며 예사로운 목소리로 대꾸를 하여 주었다. 아이들을 쳐다보는 그 눈은, 웃음은 띄어 보이지 않았으나 아무 악의없이 어질어 보였다. 까맣게 탄 얼굴도 잔주름은 잡혔으나, 이 아이의 모습과 같이 갸름하니 상냥스러운 낮이다. 이 아낙네는 앞에 앉은 아들이 별안간 쓰러지는 것을 보고, 에그머니 소리를 치며 뛰어들어 안은 뒤로 인제야 비로소 입을 여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우우 꾀여들어서 법석을 하고, 저편 우물의 물을 떠다가 물수건을 해주고…… 한참 부산한 동안에도 해쓱히 눈을 감고 안긴 아들의 얼굴만 조용히 들여다 볼 뿐이지, 입을 벙긋도 아니하던 이 아낙네가, 나중에 무슨 야단을 치고 참았던 분푸리를 할찌 몰라서 눈치만 슬슬 보고 겁을 잔뜩 집어먹었던 아이들은, 천만뜻밖에도 도리어 애를 쓰지 말라는 공살스러운 말에 일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일변 고맙고 한층 더 미안한 마음에 저희끼리 마주쳐다보며, 연해 안됐읍니다, 안됐읍니다, -- 소리만 뇌이고서, 그 자리를 떨어져 공이 굴려 있는 데로 왔다. 그러나 선모슴들의 생각에도 이런 험상궂은 막버리는 할 망정, 무던하고 얌전한 어머니라고 속으로 탄복하는 것이었다.

2

뻥!

그 중의 점잖은 아이는, 내달는 길로 공을 한번 시원스럽게 내질렀다. 이것을 보자 쓰러진 완식이를 간호하여 주던 아이가

""인젠 그만 두구 가자꾸나."

하고 말리면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그 모자(母子)는 돌깨뜨리던 자리에는 눈에 안띠었다. 그러나 그러한 실수가 있은 끝이라, 흥도 빠지고, 그 모자가 보는 앞에서 또 공을 차기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까짓 것쯤 어쨌단 말이냐? 일사병(日射病)으로 쓰러졌지, 우리 공 때문이라던. 어서 저리들 가서 서라."

축구화를 신은 점잖은 아이는 명령하듯이 피잔을 주었다. 이 아이도 사살 하나 아니 만나고, 그 아낙네가 곱살궂게 굴던 것이 고맙지 않던 것은 아니나, 그야말로 그까짓 것쯤 벌써 잊어버렸다.

세 아이는 다시 공을 차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눈에 잠간 안띄던 까무러쳤던 아이가, 바로 저편 뒤 그늘에 와 앉아서 머리를 쥐고 있는 양을 보니 구호해 주던 소년은, 활수있게 공만 뻥뻥 지르고 있기가 역시 안된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데려다가 저기 앉치고, 자기만 일터로 가서 혼자 돌을 쪼개고 있다.

간호해 주던 소년은 몇번이나 흘금흘금 돌려다 보며 아픈 아이의 기색을 살피다가 공은 두 아이에게 맡겨 두고, 쉴겸 완식이가 앉았는 그늘로 왔다.

"좀어떠냐? 인젠 괜찮으냐?"

소년은 완식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어른답게 묻는다.

"아직두 좀 힝 해."

"소년 상식 문답"

(문) 물고기는 잠을 자는가?

(답) 잠을 잡니다. 밤에 자는 것도 있고 낮에 자는 것도 있습니다. 대체로 하등 동물일수록 잠자는 시간이 짧은 터인데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으므로 자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금붕어가 낮에 꼼짝 않고 서 있을 때는 그것이 자는 것입니다. 금붕어는 낮에 자기도 하고 밤에 자기도 합니다.

(문) 연필에 H라든가 B라든가 적혀있는 것은 무엇인가?

(답) 연필 심의 딱딱하고 물른 것을 나타내는 글짜입니다. H는 딱딱한 것이고 B는 물른 것인데 H가 많을수록 딱딱하고, B 가 많을 수록 물르고 진합니다.

완식이는 잠간 거들떠 보고는 고개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아까는 까만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곧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아서 겁이 났었지만, 인제는 핏기가 돌아서 야쁘장한 검붉은 얼굴이, 제대로 피어났고 눈은 열기가 있어 그런지, 야윈 얼굴만 보아서는 커닿고 어글어글 하다. 소년은 완식이가 아까 까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