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식이는 뒤도 아니 돌아다보고 홱홱 가버린다. 어디까지 끌끌하다. 규상이는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뒤따라 섰다. 아까 그깐 자식이란 말에 주먹을 부르쥐고 분개하던 말이나, 저의 어머니한테 깍듯한 존대로 인사를 하고 오는 것을 보고도 그렇지 않게 자라난 아인가 보다고는 생각하였지마는, 저그나하면 사주마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앞장을 텐데, 한번도 아니요 두 번씩 불쾌한 일이 있은 뒤라 노열이 덜 풀려서 그렇기도 하겠지마는 여간 내기가 아니라고 규상이는 속으로 칭찬을 하였다. 처음부터 깔보는 마음도 없었지마는, 가엾다 불쌍하다 하는 생각을 지내쳐 저만큼 치어다보는 생각까지 어느덧 들어갔다. 더구나 그 어머니의 부드럽고 인자스런 눈찌와, 한마디도 나무라지 않는 맘씨를 곰곰 생각하면, 그런 어머니를 가진 이 애가 자기보다도 행복스럽다는 부러운 마음도 한 귀퉁이에 있는 것이었다.
"참 너 어머니 좋으신 이 더라."
한참 타박타박 걷다가, 규상이가 또 먼저 말을 붙였다.
"누군 어머니 좋지 않다던?"
완식이는 좀 빙틍그러지게 공세(攻勢)를 취하여 핀잔을 준다.
"그야 그렇지만……너 아버지는 무얼 하시니?"
역시 대답이 없다. 규상이는 좀 머쓱해서 한참 있다가,
"너 누나 있다지?"
하고 말을 돌렸다.
규상이는 여학교에 다니는 자기 누이를 생각하며 묻는 것이었다.
"그래 웨?"
여전히 싸움쪼다.
"무얼 하니?"
"신문 팔아 돈 벌지."
의외로 선뜻 대꾸를 하여 주고 나서,
"넌 학교 다니는 누나 있겠구나?"
하고 묻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규상이 편에서 잠자코 대답을 아니 하였다. 이 아이의 누나는 거리에서 신문을 팔고 있다는데, 제 누나는 팔자좋게 학교에 다닌다는 말이 무슨 자랑 같이도 들릴 것 같고, 이 아이의 누나가 가엾어도 말이 선뜻 나오지를 않았다.
전차길을 건너서 한참 내려오다가 요즈막에 새로 선, 극장 모퉁이를 꼽드려, 물이 철철 흐르는 개천의 돌다리를 건너서니까, 마주 뚫린 골목 밖으로 얕으막한 산비탈이 바라보인다. 이 골목을 빠져 나가서 규상이는 건너편으로 치어다 보이는 산기슭에 헛간 같은 두간 세간 짜리 집이 허옇게 드믄드믄 늘어섰는 것을 가리키며,
"너의 집 저기냐?"
라고 물었다. 완식이는 설마 내집이 그깟집이겠니 하는 듯이 외면을 하고 웃으며 아래편 신작로 꼽들인다. 규상이도 잠자코 따라섰다.
"넌 어서 너의 집으루 가려므나."
완식이는 규상이가 저를 따라오는줄만 알았던지, 길 가운데 딱서며 규상이를 쫓아보내려 하였다. 완식이는 규상이에게 자기 집을 알리기가 창피하여 싫었다. 이러한 어울리지 않게 깨끗이, 옷 잘 입은 아이하고 동무도 아니되려니와, 같이 놀기도 싫었다.
"아니 우리 집이 바루 조기다."
이 거리를 빠지면 바루 네거리 신작로의 모퉁이 집이 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