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집이었다.
동요 어린 보리싹 권 태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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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임동은 |
"여기가 우리 집이다. 자, 너의 집까지 데려다 주마."
넓다란 네거리에 빠져 나서자 규상이는 왼편 모퉁이의 쇠창살 문을 가리키며 멈칫 섰다.
"응. 잘 있거라 난 갈테야."
완식이는 그 집을 바로 치어다 보지도 않고, 쭈뼛쭈뼛 꽁무니를 떼며, 어서 빠져 달아나려고만 하는 거동이다. 쇠창살문 안에는 마당이 그리 넓은 것 같지는 않으나, 수목이 욱어지고 높다란 이층 양관(洋館)이 눈에 언뜻 띈다. 옆에 달 아서 조선집 집웅도 보이는 굉장한 저택이다. 완식이는 눈이 부시어서 참아 치어다볼 용기가 아니 났던 것이다.
"너 집이 근처냐? 어디가 보자꾸나."
규상이는 한 동리라면 동무가 되고 싶은 생각에 완식이의 집에까지 따라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완식이 생각에는 이런 대궐같은 집에서 사는 아이가 자기 집에를 쫓아와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무슨 구경삼아 지꿎이 그러는 것 같아서 불쾌도 하였다.
"응. 저 산 넘어야. 너의 같은 사람은 올데 아니야."
하고 완식이는 뺑소니를 쳤다.
"그럼 잘 가거라. 내일이라두 놀러 오너라."
규상이는 흥여케 달아나는 완식이의 뒤에 소리를 커닿게 쳤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다.
--훙! 날더러 저의 집에 놀러 오라구!……
완식이는 이만큼 떨어져 오니, 맥이 풀리고 다리가 금시로 무거워지며, 혼자 이렇게 코웃음을 쳤다. 지나는 말이겠지마는 그렇게 잘 사는 집에 저같은 사람을 놀러 오라는 말은 비양거리는 말같아서 어린 생각에도 도리어 불쾌하였다.
-- 그러나 그 애가 잠간 이야기 해봐두 맘씨는 좊은 애야……
이렇게 생각하면 모처럼 얻게 된 동무를 놓치는 것이 아까운 생각도 든다. 그러나 축구화 신은 아이가 머리에 떠오르자,
- 쳇! 그깐 자식!……
하고 조그만 두 주먹을 또 불끈 쥐고 열에 띄어 허공에 휘둘러 보았다.
-- 그깐 놈의 뽈에 쓰러지다니!
또 한번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먹에 힘을 우쩍 주었다.
별안간 가슴이 답답히 막혀오르는 것 같다. 눈앞이 팽 내둘리며 집은 바루 조기 보이는데 곧 그자리에 쓰러질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