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페이지:소학생 74호.pdf/17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이 페이지는 아직 교정을 보지 않았습니다

백두산 이야기 9

장엄하다! 천지(天池)

홍 종인

1

정작 백두산에 오르는 것은 정계비(定界碑) 있던 곳에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온 길은 평지같은 언덕을 어렵지 않게 왔기 때문에 높은 산에 올라가는 것 같지 않았으나, 여기서부터는 정작 산에 오르는 것 같은 오름길을 더듬어야 한다. 그러나 백두산 상상봉은 눈앞에 보이고 거리를 따진대도 불과 십리 안짝이어서 누구나 생각하기를 대단하지 않으더니 하지만, 한중턱쯤 가서는 어떻게 산비탈 길이 가파로운지 허리를 펴지 못하고 몇 번이고 쉬엄쉬엄해서 무거운 등짐에 다리를 끌고 올라가게 된다. 역시 백두산이라. 그렇게 간단히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땀을 흘리며 산둥 허리에 올라서면서 우리들은 륙삭을 벗어놓고 모두 줄달음질 치다싶이 산등마루로 달려 갔다.

천지! 천지다! 천지로!

기뻐 뛰어 달려가면서 지금까지 웃고 떠들어대던 우리는 산마무턱에 올라 서자마자 검푸른 천지의 넓다란 호수(湖水)가 멀리 벼랑 밑에 잠잠히 고여있는 장대하고도 신비로운 광경을 보고 모두 말문이 닫힌듯 조용해졌다.

산바람은 훌훌 구름을 날리며 호수가로 붙어 올리는데 거울 같은 호수의 수면은 오색이 영롱하게 빛난다. 지금까지 깊은 숲 속으로 그러고 나무 하나없는 언덕길을 걷기에 아무런 변화도 없기에 평범하고 무미하기 짝이 없어 보이었으나, 과연 백두산 정상에 오르고 보니 천지의 숭엄한 광경을 보고 나서, 참말 여기가 우리 국토(國土)의 조종이요, 근원 이로구나! 우리가 몇 천년 역사를 두고 선조 대대로 핏줄을 이어 내려온 민족의 광영이 과연 이땅의 이 백두산 줄기와 천지의 샘물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마치 고향의 정다운 내집을 찾어 온듯도 싶었다.

사방을 돌아보면 백두산을 중심으로 첩첩히 둘러 싸인 산 뿐이 구름 속에 아득하니 내려다보이는데, 남쪽으로는 우리나라 한반도의 땅이요, 뒤로는 중국만주땅이다. 그러나 만주땅이란 지금 말이고 옛날은 실상 우리 민족이 오래 오래 자리를 잡고 살던 땅이다. 즉 고구려(高句麗)의 천수백년 전 그 때, 만주를 국토로 차지 했던 것은 물론, 그 이전 한 옛적에 우리민족의 발상지(發祥地)가 만주땅이었다. 지금으로 이르자면 장춘(長春)에서 뒤로 들어가서 송화강(松花江)의 두 갈래가 모인 평야지대가 태고의 우리 족속이 모여 살던 곳이 아닌가고, 희미하나마, 옛날 기록을 더듬어 추측하고 있다. 그래서 그 민족이 점차로 남쪽으로 따뜻하고 농사 짓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서 내려온 것이 송화강 줄기를 따라서 백두산 근방으로도 모였고, 또 거기서 남쪽으로 압록강(鴨綠江)을 건너서서 더 남쪽을 두고두고 오랜 동안 벋어 내려간 것이 조선민족의 오늘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생각 해보면 몇 천년전 태고때부터 백두산을 중심으로 만주 벌판으로 한반도로 이동해온 우리 조상이며 그 외의 민족 들에게는 그중 높은 산인 백두산이 그들의 가장 큰 목표가 되었을 것도 넉넉히 짐작할 수가 있다. 이것이 과연 사실이 있을 것이란 것은 옛날부터 이방면의 족속들은 우리 민족을 비롯하여 모두 백두산을 영검하게 여기고, 또 저마다 그 족속의 시조가 백두산에서 낳다고 하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짐작할 수가 있다.

2

우리 민족의 시조이신 단군(檀君)의 건국신화(建國神話)는 너무도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기록도 상세치는 않으나, 하늘에서 태백산(太白山)으로 내려와 자손을 퍼뜨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