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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조선어학회 한글 (1권 1호).pdf/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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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자법 통일 문제를 앞에 놓고

백야 이 상 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한글이 아무리 훌륭한 글이라고 하여도, 열 사람 열 가지로 쓰는 날까지는 그 값을 말하지 못할 것이다。 한글에 대한 급선무는 통일에 잇다。 위선 철자법부터 통일하여야 하겠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뒤로 사백 여든 일곱재 봄을 맞는 오늘에 잇어서, 오히려 통일된 글을 가지지 못함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그것은 말하지 말고라도, 한글 연구의 길을 떠난지도 벌서 30년이요, 조선어 학회가 생긴지도 또한 열아문 해어늘, 아직까지 통일의 좋은 열매를 걷우지 못함은 주제넘지마는, 그 책임을 느끼지 아니치 못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뜻이 없음도 아니엇고, 조선어 학회가 그 짐을 지지 아니함도 아니엇다。 차라리는 개인으로도 노력하고, 단체로도 힘쓰고 있다。 말이란 그 말을 쓰는 겨레 모두의 말일새, 몇 사람의 붓 끝으로 경솔히 작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타고 언제까지나 이대로 밀우어 갈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이를 신중히 하야 의론을 모우고 연구를 거듭하야 써 가장 좋은 것을 가릴뿐이다。

그런데, 때는 왔다。 이만하면 철자에 대한 이론은 할만큼 하였다。 다시 말하면, 철자의 연구는 끝이 낫다고 하겟다。 지난 여름에 통일안의 초고(統一案草稿)까지 이루어졌다。 이제 다시 그 옳고 그름을 토의하야 써 하로바삐 완성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

이제 이 통일 문제를 앞에 놓고, 나의 생각한 바를 적어 써 참고에 이바지하려 한다。

1. 오늘을 표준으로 하고 오늘을 위하야 최선을 다할뿐이다。 백년 후나 천년 후의 것을 생각할 것은 없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말이란 것은 그 말을 쓰는 사람과 함께 살아잇는 것이다。 그러할새, 때를 따라 발달하고 변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에 앉아서 백년 후의 말을 다스릴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오늘의 정리가 어떠케 아름답고 옳다 할지라도, 그것 이 백년 천년 후의 고정한 법칙이 될리도 없다。 만일 그러케 된다면, 그 말은 벌서 목숨을 잃은 말이라야만 될 것이다。 하므로, 우리는 오늘을 위하야서만 노력할뿐이다。

2. 될수 잇는대로 쉽게 씀이 좋다。 『한글은 타국 글보다도 어렵다。』 하는 이아기가 가끔 우리 귀에 들린다。 이 것이 성의가 좀 적은대서 나온 말이겟지마는, 아주 그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라 하겠다。 이 글이 보기 쉽고, 읽기 쉽고, 쓰기 쉽고, 또 박히기 쉽게만 된다면, 가장 이상적으로 된 것이라 할 것이다。 될수 잇도록 쉽게 하는 대에서 문화 발전과 일용 생활에 큰 이익이 잇을 것이다。

글을 다스림에는, 첫재로 문법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법을 앞세우지 아니하고서는, 글의 다스림을 이야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