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자법 통일 문제를 앞에 놓고
백야 이 상 춘
그러나, 연구자들이 뜻이 없음도 아니엇고, 조선어 학회가 그 짐을 지지 아니함도 아니엇다。 차라리는 개인으로도 노력하고, 단체로도 힘쓰고 있다。 말이란 그 말을 쓰는 겨레 모두의 말일새, 몇 사람의 붓 끝으로 경솔히 작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타고 언제까지나 이대로 밀우어 갈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이를 신중히 하야 의론을 모우고 연구를 거듭하야 써 가장 좋은 것을 가릴뿐이다。
그런데, 때는 왔다。 이만하면 철자에 대한 이론은 할만큼 하였다。 다시 말하면, 철자의 연구는 끝이 낫다고 하겟다。 지난 여름에 통일안의 초고(統一案草稿)까지 이루어졌다。 이제 다시 그 옳고 그름을 토의하야 써 하로바삐 완성의 기쁨을 맛보고 싶다。
이제 이 통일 문제를 앞에 놓고, 나의 생각한 바를 적어 써 참고에 이바지하려 한다。
1. 오늘을 표준으로 하고 오늘을 위하야 최선을 다할뿐이다。 백년 후나 천년 후의 것을 생각할 것은 없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말이란 것은 그 말을 쓰는 사람과 함께 살아잇는 것이다。 그러할새, 때를 따라 발달하고 변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에 앉아서 백년 후의 말을 다스릴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오늘의 정리가 어떠케 아름답고 옳다 할지라도, 그것 이 백년 천년 후의 고정한 법칙이 될리도 없다。 만일 그러케 된다면, 그 말은 벌서 목숨을 잃은 말이라야만 될 것이다。 하므로, 우리는 오늘을 위하야서만 노력할뿐이다。
2. 될수 잇는대로 쉽게 씀이 좋다。 『한글은 타국 글보다도 어렵다。』 하는 이아기가 가끔 우리 귀에 들린다。 이 것이 성의가 좀 적은대서 나온 말이겟지마는, 아주 그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라 하겠다。 이 글이 보기 쉽고, 읽기 쉽고, 쓰기 쉽고, 또 박히기 쉽게만 된다면, 가장 이상적으로 된 것이라 할 것이다。 될수 잇도록 쉽게 하는 대에서 문화 발전과 일용 생활에 큰 이익이 잇을 것이다。
글을 다스림에는, 첫재로 문법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법을 앞세우지 아니하고서는, 글의 다스림을 이야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