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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염사/서기보 첩 박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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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箕輔 (서기보) () 朴竹西 (박죽서)

송호 서기보(松湖 徐箕輔)의 첩 박죽서(朴竹西)는 박종언(朴宗彦)의 서녀니 본래 강원도 원주 사람(江原道 原州人)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영리하기로 유명하고 천재가 비상하여 칠팔 세 때부터 능히 시를 지었으니 그가 여덟 살 때에 창 앞에 있는 새를 보고 소위 즉흥시로 지은 오언절구를 보면 참으로 놀랄 만한 천재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창 앞에 저 새야 물어보자
  어디서 잠자고 일찌기 왔어
  산속의 일을랑 너 잘 알 터니
  진달래 언제 필 걸 가르쳐 주렴

原詩
問爾窓前鳥, 何山宿早來, 應識山中事, 杜鵑何日開.

그는 장성할쑤록 글 읽기를 더욱 좋아하여 경사 백가를 무불능통하니 당당한 명사 문장들도 그를 칭송하지 아니한 이 없었다. 그러나 그도 이옥봉(李玉峯) 모양으로 팔자가 또한 기박하여 남의 첩으로 자녀도 없고 또한 일찌기 죽었다. 그의 시집(詩集)은 한 권이 있으니 이름은 반아당 시집(半啞堂 詩集)이요 서문(序文)은 서순보(徐惇輔)가 짓고 발문(跋文)은 그의 친한 동무 금원(錦園)이 지었다. 그의 시집에서 몇 편을 뽑아 여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暮春書懷

  꽃 질 때 날 일기 첫 가을같이
  은하수 흐르는 듯 밤 고요하다.
  이 몸은 기러기만 왜 못하여서
  해마다 원주 땅을 못 가 보는가

原詩
落花天氣似新秋, 夜靜銀河淡欲流, 却恨此身不如鴈, 年年未得到原州.
有懷

  서산에 해지고 달 돋아오니
  만사를 다 잊고 홀로 누웠다
  밤 되면 천지가 다 고요한데
  어찌나 이 맘은 걱정만 하나

原詩
斜暉西盡月生東, 獨臥燈前萬事空, 天地夜來俱寂寬, 如何煩惱此心中.
遺懷

  그리는 임 못 보고 홀로 있으니
  불 그림자까지도 한 근심 끈다
  잠시라도 인생이 이별 없다면
  신선이나 봉후도 구할 것 없지

原詩
相思木見獨倚樓, 燭影空添一段愁, 若使人生無暫別, 不求仙子與封侯.
寄情

거울 속 병든 몸을 뉘 알아 줄가
의약도 소용 없고 놀랄 것 없지
타생에 바꿔 태여 임이나 되면
오늘 밤 생각는 정 짐작하겠지

原詩
鏡裏誰憐病已成, 不須醫藥不須驚, 他生若使君似我, 應識此夜相思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