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조원 첩 이옥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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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江 (운강) 趙瑗 (조원) () 女流詩人 (여류시인) 李玉峯 (이옥봉)

조선의 여류시인으로 허난설헌(許蘭雪軒)과 백중을 다투던 이는 선조 때 이옥봉 여사(宣祖 時 李玉峯 女史=又號 玉人)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자색이 미려하고 천재가 비상하여 시문과 노래가 모두 능난하니 당시의 문장 명사들이 모두 혀를 홰홰 저며 감탄하고 어디에서든지 톡톡하게 한몫을 처주었다. 그러나 가인박명(佳人簿命)이라 할지 그는 불행히 종실 이봉의 서녀(宗室 李逢의 庶女)로 태어 낳았기 때문에 남의 정실부인이 되지 못하고 임천 조씨(林川 趙氏)의 운강 조원(雲江 趙暖 字 伯玉)이란 사람의 첩이 되었다. 그중에 남과 같이 부부간 정의도 좋지 못하여 서로 생이별을 하고 슬하(膝下)에 자녀도 하나 없이 쓸쓸한 생활을 하다가 불행히 일찍 죽고(早夭) 그의 남편인 조원은 벼슬이 승지(承旨)에까지 이르렀으나 임진란(壬辰亂) 중에 또한 국난에 죽었다.

그는 인물이 청초하고도 신세가 비량(悲凉)하니만치 그의 시(詩)도 또한 청신하고 비애곡진한 것이 많다. 그가 남편 조씨와 갈린 뒤에 조씨에게 지어 보낸 시는 인간의 끊임없는 정한(情限)을 곡진하게 묘사(描寫)한 시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회자(膾煮)하여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인 가객(詩人 歌客)의 입에서 항상 오르내리고

  근래의 임의 안부 어떠하신고
  사창에 달으니 내 한만 많소
  꿈속에 가는 혼도 자취 있다면
  문앞에 저 돌길이 다 닳았지요

原詩
近來安否問如何, 月到紗窓妾恨多.
若徒夢魂行有跡, 門前石路己成沙.

또 그가 강원도 영월(江原道 寧越)을 지나다가 도중에서 단종대왕의 장릉(端宗大王 莊陵=魯陵)을 바라보고 지은 감상시(感想詩)는 극히 비절 처량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애달픈 눈물을 금ㅎ지 못하게 한다.

  천리의 영월 길을 사흘에 넘어
  애달픈 노래하며 로릉 찾노라
  나 역시 피가 같은 왕손녀이니
  이 땅의 접둥 소리 참아 못듣소

原詩
千里長程三日越, 哀歌唱斷魯陵雲.
妾身亦是王孫女, 此地鵑聲不忍聞.

그리고 그는 일찌기 그의 남편 조씨를 따라 상주(尙州=그때 조씨가 상주 목사가 되었다)에 가 있다가 조씨가 만기되어 서울로 돌아오게 되매 그역 서울로 같이 오더니 도중에서 마침 신임목사(新任牧使)와 서로 만나게 되니 그는 원래 조씨와 친한 친구였다. 신구관 그중에도 친한 친구 새에 타향에서 서로 만나게 되니 자연 배반을 차리고 한 바탕 놀게 되었다. 조씨는 이옥봉을 불러서 그 신관에게 술을 권ㅎ게 하고 또 시(詩)를 지어 주게 하니 이씨는 조씨의 말이 떨어지자 즉시에 한 수의 시를 지어주고 손에 든 흰 부채(白摺扇)를 치며 장단을 맞춰 그 시를 읊으니 그 소리가 청아하기 선악과 같아서 좌중이 모두 경탄하고 그 시명이 일시 조야에 가득하였다 한다.

  낙양의 재줏군을 왜 더디 불러
  굴원의 조상 글만 짓게 하였나
  임 뜻을 거역ㅎ고도 이 길 오르니
  회양에 높이 눔도 황은이로서

原詩
洛湯才子何遲召, 作賦湘潭吊屈原.
手批(音 별)逆鱗登此道, 淮陽高臥亦君恩.

그 외에도 그는 명작이 많으나 몇 편만 더 소개하고 약하기로 한다.

別恨
내일 밤은 짧더라도
오늘 밤만 길어 주소
닭 소리에 날이 새니
흘르느니 눈물일세
原詩
明筲雖短短, 今夜願長長, 鷄聲聽欲曉, 雙瞼淚千行,
閨情

  매화 꽃이 다 지도록
  오마던 님 왜 안 오나
  까치 소리 얼른 듣고
  내 눈썹만 헛그렸다

原詩
有約郎何晚, 庭梅欲謝時, 忽聞枝上鵲, 空畵鏡中眉.
離怨

  깊은 정은 쉬 붙어도
  말하자니 부끄럽소
  요 내 소식 묻거덜랑
  홀로 슬피 있다 하소

原詩
深情容易客. 欲說更含着, 若問香閨信, 殘粧獨倚樓.
秋恨

  붉은 비단 멀리 가려 밤등 붉은데
  꿈을 깨어 이불 보니 반이 비었네
  옥롱 속에 서리 차서 앵무새 우니
  왼 섬돌의 오동잎이 서풍에 진다

原詩
絳紗遙隔夜灯紅, 夢覺維衾一半空, 霜冷玉籠鸚鵡語, 滿階梧葉落西風.
夫郎趙援受百里之命到家
—百里之命은 地方官이 되였다는 뜻—

  버들 밖 강 머리에 말소리 나니
  홧김에 취했던 술 반이나 깬다
  봄 얼굴 파리하여 보기 흉하니
  창 앞의 거울에서 눈썹 그린다

原詩
柳外江頭五馬嘶, 半醒愁醉下樓時, 春紅欲瘦羞看鏡, 試畵梅窓半月眉.
謝人來訪

—以下는 便宜上 原詩만 揭한다.—

綠水文君宅, 靑山謝跳廬, 庭痕雨後履, 門到雪中驢.
春日有懷
章臺迢遞斷陽人, 雙鯉傳書漢水濱, 黃鳥曉啼愁裏雨, 綠楊晴梟夢中春, 瑤階的歷生春草, 寶瑟凄凉閉黃塵, 誰念木蘭舟上客, 白嬪花滿廣陵津.

—(芝峯類說, 詩話, 聞韶漫錄 參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