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황해 노감사와 곡산기 매화
- 黃海 老監司와 谷山 名妓 梅花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에 황해도 곡산(谷山)에는 매화(梅花)란 이름난 기생이 있었다.
어떤 늙은 재상이 황해감사가 되어 그 고을을 순찰하다가 매화를 보고서는 해주감영으로 데려다 두고 극진히 총애하며 지냈다.
그때에 한 명사(名士)가 있었는데 곡산부사(谷山府使)가 되어 감사를 찾아가 보던 길에 얼핏 그 기생의 어여쁨을 보고 마음에 그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곡산으로 돌아오던 길로 매화의 어미를 찾아 아무 까닭도 말하지 않고 그저 선물만 자꾸 보내었다.
그리다가 마침내 그 어미에게 매화를 그린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 어미는 거짓 편지를 띠워 자기가 거의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매화는 그 편지를 받고 감사에게 여가를 청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어미는 병든 것이 아니라 부사가 자기를 그리어 일을 그렇게 꾸민 것이었다.
그리하여 부사를 만나보니 젊고 훌륭히 생긴 것이 늙고 병든 감사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 부사와 날마다 사랑이 깊어갔다.
그러나 한정 받은 시일이 차서 도로 해주로 돌아갔지마는 그 뒤로 늘 그 부사를 그려 마침내 꾀를 내어 병들어 누웠다가 어느 날 갑짜기 고함을 지르고 미친 사람 같이 굴어 필경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매화는 돌아와 그 부사와 질거운 날을 보내더니 뒤에 부사가 어떠한 옥사(獄事)에 걸려 옥에 들어가 매를 맞아 죽으니 그 아내 또한 따라 죽는지라 매화가 비록 기생일찌라도 그 동거의 정의를 생각하고 홀로 남아 그 두 시체를 건수하여 부부의 장례를 지내주고 그도 따라 그 무덤 아래서 자결해 죽었다. (溪西野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