쌔듯하고도 적막한 가을, 맑고도 어뜩스러운 하늘, 힘이라곤 조금도 없는 듯한 일광(日光), 거울을 씻어놓은 듯한 수면. 바람결에 사랑과 미움을 노래하는 나무와 나무, 그리하고 낙엽과 낙엽. 혼자 고적하게 남긴 내 맘은 참말로 의지할 곳도 없어지누나, 저것 보아, 태양조차 혼자 떨어져 구름 뒤에 숨어서 흐득여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