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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노래/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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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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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무가 다 같이 생(生)의 환락에 도취되는 사월의 초순 때가 되면 뼈도 없는 고기덩이밖에 안되는 내 몸에도 즐거움은 와서 한(限) 끝도 없는 넓은 바다 위에 떠놀게 됩니다. 그러나 자유롭지 못한 나의 이 몸은 물결에 따라 바람결에 따라 하염없이 떴다 잠겼다 할 뿐입니다. 볶이는 가슴의, 내 맘의 설움과 기쁨을 같은 동무들과 함께 노래하려면 나면서부터 말도 모르고 ‘라임’도 없는 이 몸은 가엾게도 내 몸을 내가 비틀며 한갓 떴다 잠겼다 하며 볶일 따름입니다. 이것이 내 노래입니다. 그러기에 내 노래는 설고도 곱습니다.

해파리 노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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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기쁨도 많고 슬픔도 많다. 특히 오늘날 흰 옷 입은 사람의 나라에는 여러 가지 애닯고 그립고, 구슬픈 일이 많다. 이러한 ‘세상살이’에서 흘러나오는 수 없는 탄식과 감동과 감격과 가다가는 울음과 또는 웃음과, 어떤 때에는 원망과 그런 것이 모두 우리의 시가 될 것이다. 흰 옷 입은 나라 사람의 시가 될 것이다.

이천만 흰 옷 입은 사람! 결코 적은 수효가 아니다. 이 사람들의 가슴속에 뭉치고 타는 회포를 대신하여 읊조리는 것이 시인의 직책이다.

우리 해파리는 이 이천만 흰 옷 입은 나라에 둥둥 떠돌며 그의 몸에 와 닿는 것을 읊었다. 그 읊은 것을 모은 것이 이 『해파리의 노래』다.

해파리는 지금도 이후에도 삼천리 어두침침한 바다 위로 떠돌아다닐 것이다. 그리고는 그의 부드러운 몸이 견딜 수 없는 아픔과 설움을 한없이 읊을 것이다.

어디, 해파리, 네 설움, 네 아픔이 무엇인가 보자.


계해년 늦은 봄 흐린 날에

춘원(春園)

머리에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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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시집에 대하여 긴 말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가난한 이년 동안의(1921~1922) 시작(詩作)에의 노력이라면 노력이라고도 할 만한 시집을 세상에 보내게 됨에 대하여 행여나 세상의 오해의 꾸지람이나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다시없는 원망입니다.

시에 대하여는 이러니저러니 하는 것이 아직도 이른 줄로 압니다. 그저 순실(純實)하게 고요하게 시의 길을 밟아 나아가면 반드시 이해받을 때가 있을 줄로 압니다.

이 시의 배열에 대하여는 연대 차례로 한 것이 아닙니다. 그 동안의 시편을 다 모아 놓으면 꽤 많을 듯합니다마는 시고(詩稿)를 다 잃어버리고 말아서 어찌할 수 없이 현재 저자의 수중에 있는 것만을 넣기로 하였습니다.

더욱 마지막에 부록 비슷하게 조금도 수정도 더하지 아니하고 본래의 것 그대로 붙인 ‘북의 소녀(小女)’라는 표제 아래의 몇 편 시는 지금부터 구년 전의 1915년의 것이었습니다. 하고 그것들과 및 그밖에 몇 편 시도 오래된 것을 넣었습니다. 이것은 저자가 저자 자신의 지나간 날의 옛 모양을 그대로 보자 하는 혼자 생각에 바꾸지 아니 합니다.

어찌 하였으나, 저자인 내 자신으로는 대단한 기쁨으로 이 처녀시집을 보낸다는 뜻을 고백하여 둡니다.


1923년 2월 4일 밤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