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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가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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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곱지 않았으니 더덩실 춤을 못추며
다리 못펴 병신(病身) 아니니 가로 세로 뛰진들 못하랴
벼 이삭은 고개 숙여 벌판에 금(金)물결이 일고
달빛은 초가(草家)집 용마루를 어루만지는 이 밤에―

뒷동산에 솔잎 따서 송편을 찌고
아랫목에 신청주(新淸酒) 익어선 밥풀이 동동
내고향(故鄕)의 추석(秋夕)도 그 옛날엔 풍성(豊盛)했다네
비렁뱅이도 한가위엔 배를 두드렸다네.

기쁨에 넘쳐 동네방네 모여드는 그날이 오면 기저귀로 고깔 쓰고 무둥 서지 않으리
쓰레받기로 꽹가리치며 미처나지 않으리
오오 명절(名節)이 그립구나! 단 하루의 경절(慶節)이 가지고 싶구나!

1929.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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