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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고향은 그리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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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고향(故鄕)에 가지를 않소.
쫓겨난 지가 십년(十年)이나 되건만
한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소,
멀기나 한가, 고개 하나 넘어연만
오라는 사람도 없거니와 무얼 보러 가겠소?

개나리 울타리에 꽃 피던 뒷동산은
허리가 잘려 문화주택(文化住宅)이 서고
사당(祠堂)헐린 자리엔 신사(神社)가 들어 앉았다니,
전하는 말만 들어도 기가 막히는데
내 발로 걸어 가서 눈꼴이 틀려 어찌 보겠소?

나는 영영 가지를 않으려오.
오대(五代)나 내려오며 살던 내고장이언만
비렁뱅이처럼 찾아가지는 않으려오
후원(後苑)의 은행(銀杏)나무나 부둥켜 안고
눈물을 지으려고 기어든단 말이요?

어느 누구를 만나려고 내가 가겠소?
잔뼈가 긁도록 정(情)이 든 그 산(山)과 그 들을
무슨, 낯작을 쳐들고 보드란 말이요?
번접하던 식구는 거미 같이 흩어졌는데
누가 내 손목을 잡고 옛날 이야기나 해줄 상 싶소?

무얼 하려고 내가 그 땅을 다시 밟겠소?
손수 가꾸던 화단 아래 턱이나 고이고 앉아서
지나간 꿈의 자최나 더듬어 보라는 말이요?
추억(追憶)의 날개나마 마음대로 펼치는 것을
그 날개마저 찢기면 어찌 하겠소?

이대로 죽으면 죽었지 가지 않겠소
빈손 들고 터벌터벌 그 고개는 넘지 않겠소
그 산(山)과 그 들이 내닫듯이 반기고
우리집 디딤돌에 내 신을 다시 벗기 전(前)엔
목을 매어 끌어도 내고향(故鄕)엔 가지 않겠소.

193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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