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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고루의 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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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이고 쌓여
객창(客窓)을 길로 덮고
몽고(蒙古)바람 씽씽 불어
왈각달각 잠 못드는데
북이 운다 종(鍾)이 운다.
대륙(大陸)의 도시(都市), 북경(北京)의 겨울 밤에―

화로(火爐)에 메춴(매탄(煤炭))도 꺼지고
벽(壁)에는 성애가 슬어
얼음장 같은 위에
새우처럼 오그린 몸이
북소리 종(鍾)소리에 부들부들 떨린다.
지구(地球)의 맨 밑바닥에 동그마니 앉은듯
마음조차 고독(孤獨)에 덜덜덜 떨린다.

거리에 땡그렁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호콩장사도 인제는 얼어 죽었나보다.
입술을 꼭꼭 깨물고 이 한밤을 새우면
집에서 편지나 올까? 돈이나 올까?
만터우 한 조각 얻어먹고 긴밤을 떠는데
고루(鼓樓)에 북이 운다 종(鍾)이 운다

(은 나무침상(寢床) 만터우는 밀가루떡)

1919.12.12. 북경(北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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