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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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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벗이여,
슬픈 빛 감추기란 매맞기보다도 어렵소이다.
온갖 설음을 꿀꺽꿀꺽 참아 넘기고
낮에는 히히 허허 실없은 체하건만
쥐죽은듯한 깊은 밤은 사나이의 통곡장(痛哭場)이외다.

사랑하는 벗이여,
분(憤)한 일 참기란 생목숨 끊기보다도 힘드오이다.
적(廭)덩이처럼 치밀어 오르는 가슴의 불길을
분화구(噴火口)와 같이 하늘로 뿜어 내지도 못하고
청춘(靑春)의 염통을 「알콜」에나 젓 담그려는
이놈의 등어리에 채찍이라도 얹어주소서.

사랑하는 그대여,
조상에게 그저 받은 뼈와 살이어늘
남은 것이라고는 벌거벗은 알몸 뿐이어늘
그것이 아까와 놈들 앞에 절하고 무릎을 꿇는 나는 「샤롴」보다도 더 인색(吝嗇)한 놈이외다.
쌀 삶은 것 먹을줄 아니 그 이름이 사람이외다,

192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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