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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조선은 술을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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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마음 약(弱)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입을 어기고 독(毒)한 술잔으로 드리붓는다.

그네들의 마음은 화장(火葬) 터의 새벽과 같이 쓸쓸하고
그네들의 생활(生活)은 해수욕장(海水浴場)의 가을처럼 공허(空虛)하여
그 마음 그 생활(生活)에서 순간(瞬間)이라도 떠나고저 술을 마신다.
아편(阿片)대신으로 죽음대신으로 알콜을 삼킨다.

가는 곳마다 양조장(釀造場)이요 골목마다 색주가(色酒家)다
카페의 의자(椅子)를 부시고 술잔을 깨뜨리는 사나이가
피를 아끼지 않는 조선의 「테로리스트」요,
파출소(派出所) 문(門)앞에 오줌을 깔기는 주정(酒酊)꾼이
이땅의 가장 용감(勇敢)한 반역아(反逆兒)란 말이냐?
그렇다면 전목(電桿木)을 붙안고 통곡(痛哭)하는 친구는
이바닥의 비분(悲憤)을 독차지한 지사(志士)로구나.

아아 조선은, 마음 약(弱)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뜻이 굳지 못한 청춘(靑春)들의 골(腦)을 녹이려 한다.
생재목(生材木)에 알콜을 끼얹어 태워 버리려 한다.

192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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