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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상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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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농당(弄堂) 속으로
훈둔장사 모여들어 딱딱이 칠 때면
두 어깨 웅승그린 년놈의 떠드는 세상
집집마다 마작(麻雀)판 뚜드리는 소리에
아편에 취(醉)한듯 상해(上海)의 밤은 깊어가네.

발 벗은 소녀(少女), 눈먼 늙은이를 이끌며
구슬푼 호궁(胡弓)에 맞춰 부르는 맹강녀(孟姜女)노래,
애처롭구나 객창(客窓)에 그 소리 창자(膓子)를 끊네.

사마로(四馬路) 오마로(五馬路) 골목 골목엔
「이래양듸」, 「량쾌양듸」 인육(人肉)의 저자
침의(寢衣)바람으로 숨바꼭질하는 야아지의 콧잔등이엔
梅毒이 우굴우굴 惡臭를 풍기네

집 떠난 젊은이들은 老酒잔을 기울여
걷잡을 길 없는 鄕愁에 한숨이 길고
취(醉)하고 취(醉)하여 뼛속까지 취(醉)하여서는
팔을 뽑아 장검(長劍)인 듯 내두르다가
채관(菜舘) 쏘파에 쓰러지며 痛哭을 하네.

어제도 오늘도 散亂한 革命의 꿈자리!
용솟음치는 붉은 피 뿌릴 곳을 찾는
까오리」 亡命客의 심사를 뉘라서 알고
영희원(影戱院)의 산데리아만 눈물에 젖네.

1920.11

농당(弄堂)……세(貰)주는집
훈둔……조그만 만두속 같은 것을 빚어넣은 탕(湯)
야아지……『야계(野鷄)』 매소부(賣笑婦)중(中)에도 저급(低級)한 종류(種類)
까오리……고려(高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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