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시선/낮의 소란소리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거나한 낮의 소란소리 풍겼는디

금시 퇴락하는 양

묵은 벽지의 내음 그윽하고

저쯤 예사 걸려 있을 희멀끔한 달

한자락 펴진 구름도 못 말아놓은 바람이어니

묵근히 옮겨딛는 밤의 검은 발짓만

고되인 넋을 짓밟누나

아! 몇날을 더 몇날을

뛰어본 다리 날아본 다리

허잔한 풍경을 안고 고요히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