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뇌의 무도/예이츠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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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온갖 것은 가고 말아라.
물결처럼 흘러가고 올 줄 몰라라.
―예이츠


이리도 다사롭고 이리도 고운 시를 모아서는
바람결 같이 떠도는 나의 벗 고경상(高敬相) 형(兄)에게 드리노라.

[편집]

만일에 내가 광명(光明)의
황금(黃金)과 백금(白金)으로 짜낸
하늘의 수(繡) 놓은 옷,
날과 밤의, 또는 저녁의
푸르름과 어스름함, 그리하고 어두움의
물들인 옷을 가졌을지면,
그대의 발아래 펴 놓으련만,
아아 나는 가난하여 소유(所有)란 꿈밖에 없노라,
그대의 발아래 내 꿈을 펴놓으니,
내 꿈 위를 밟으시려거든
그대여, 곱게도 가만히 밟으라.

늙은이[편집]

나는 들었노라, 세고(世苦)에 늙은이의 말이,
‘세상(世上)의 모든 물건(物件)은 다 변(變)하여
우리도 한 사람 두 사람 가고 못 와라.’
고양이의 톱 같은 늙은이의 손,
무릎은 꾸부러진 가시나무인 듯
냇물가에 어리운.
나는 들었노라, 세고(世苦)에 늙은이의 말이
‘아름다운 온갖 것은 가고 말아라,
물결처럼 흘러가고, 올 줄 몰라라.’

버들동산[편집]

버드나무의 동산 가에서
나는 내 님과 만나었노라
내 님은 눈인 듯 하이얀 적은 발로
버드나무 동산을 지나갔어라
나무에 돋아나는 잎과도 같이
사랑은 스러지기 쉽다고 내 님은 말하여라
그러나 나는 어리고 어리석었노라
이리하여 내 님의 말을 듣지 않았노라.

강(江)물 가에 누웠는 벌판에
나는 내 님과 섰었노라
내 님은 눈인 듯 하이얀 그 손을
나의 숙인 어깨에 얹었어라
언덕 가에 자라는 풀과도 같이
목숨은 스러지기 쉽다고 내 님은 말하여라
그러나 나는 어리고 어리석었노라
이리하여 지금(只今) 내 눈에는 추회(追懷)의 눈물이 흘러라.

낙엽(落葉)[편집]

가을은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 위에,
보릿단 속에 숨어있는 쥐 위에도 와서,
우리의 위에 있는 로완나무 잎도 누르고,
들가의 젖은 딸기 잎도 누른 빛이러라.

이지러지는 사랑의 ‘때’는 내 몸을 둘러 쌌어라,
아아 설어라, 곤비(困憊)한 나의 영(靈)이여,
열정(熱情)의 때가 가기 전(前)에 키스와 눈물을,
나는 그대의 숙인 이마에 남기고 가려노라.

실연(失戀)[편집]

푸릇한 눈썹, 고요한 손과, 검은 머리털,
이러한 아름다운 내 벗이 있었어라.
그리하고 지나간 옛날의 절망(絶望)이,
마지막에는 ‘사랑’일 줄로 생각하였노라.
하루는 그 아낙네가 내 맘속을 엿보고
자기의 모양이 아직도 내 가슴에 있음을 보고는
그 아낙네는 울면서 떠나갔어라.

구우(舊友)를 잊지 말아라[편집]

지금(只今)은 그대가 비록 행운(幸運)을 만나
여러 사람의 혀끝에 오르내리며,
새로운 벗이 끊이지 않고 그대를 칭찬하나,
무정(無情)스럽게도 말아라, 교만도 말아라,
그러지를 말고서, 옛 벗을 생각하여라,
오래지 아니하여, 홍수(洪水)의 설은 ‘때’는 와서
그대의 얼굴엔 아름다운 빛이 없어지리라.
그때, 아아 그리될 때야
옛 벗을 제(除)하고는 다른 사람이 다 잊고 마리라.

술 노래[편집]

술은 입으로 들어가고,
사랑은 눈으로 들어가나니,
사람아, 늙어서 죽기 전(前)에
반드시 진리(眞理)로 알아둘 것은 이것이러라.
나는 술잔을 입에 대이고
그대를 바라보며, 탄식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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