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뇌의 무도/포르의 시
서운한 표(標)로 배 떠나는 그날엔
눈물 흘리며 전송(餞送)하릿가
그만 둬라 그만 둬라 해변(海邊) 바람
들세는 바람 눈물 따윈 마르고 말리라.
―포르
이 시(詩)를 곱게나 곱게 모아서는
지금(只今)은 있는 곳조차 모를 어린 한 때의
지나간 어린 날의 여러 벗에게 드리노라
결혼식(結婚式) 전(前)
[편집]이 따님은 돌아가서라 돌아가서라
애닯은 사랑에.
따님에게 수의(壽衣) 입혀라 수의(壽衣) 입혀라
꽃 같은 수의(壽衣)를.
사람들은 장사(葬事)하여라 장사하여라
밝아올 첫 녘에.
이 따님을 혼자 눕혀라 혼자 누여라
외로운 너울에.
이른 아침 한가롭게도 한가롭게도
노래를 놓으며
사람들은 “때가 오면 때가 오면
우리도 밟을 길
이 따님은 돌아가서라 돌아가서라
애닯은 사랑에”
그러하곤 들로 가더라 들로 가더라
어제도 오늘도.
이별(離別)
[편집]서운한 표(標)로 이별(離別)의 키스나마 바닷가에 가서
던지오릿가.
그만 둬라 그만 둬라 해변(海邊)바람 들세는 바람
키스 따윈 날아나리라.
서운한 표(標)로 이별(離別)의 기념(紀念) 삼아 이 에이프런이나
흔드오릿가
그만 둬라 그만 둬라 해변(海邊)바람 들세는 바람
에이프런 따윈 날고 말리리라.
서운한 표(標)로 배 떠나는 그 날엔 눈물 흘리며
전송(餞送)하릿가.
그만 둬라 그만 둬라 해변(海邊)바람 들세는 바람
눈물 따윈 마르고 말리라
그럼 그럼 언제든지 언제까지 그리워하며
안 잊으릿가
옳지 옳지 그게 정(正)말이냐 진정(眞情)이냐 그러기에
너야말로 내 님이다.
인생(人生)
[편집]첫 종(鍾)소리가 들리어라
“낳아 놓은 것은 마구 위의 예수 같은 아들……”
둘째 종(鍾)소리가 빗겨 울어라
“아아 기뻐라, 오늘부터는 나의 아내……”
한동안 있다가 셋째 종(鍾)이 울어라
“아아 섧기도 하여라, 이 번(番)은 죽음의 종(鍾)소리……”
저마다
[편집]고양이는 제 꼬리를 다른 고양이의 꼬린 줄 안다
우습기도 한 위안(慰安)이다, 무엇이 재미로워!
종(鍾)은 바람을 종(鍾)소리로 잘못 듣는다.
즉, 뜬 태양(太陽)이 가까운 청천(靑天)을 두드리는 소리다
사람은 제 혼(魂)을 사람이 지은 하느님인 줄 안다
언제 한 번(番)은 다 같이 없어지고 말 것이다
어떻게 될 것은 하느님이 아실 뿐이다.
두 맘
[편집]지금(只今)이 새빨간 석조(夕照) 아래에
금색(金色)을 놓는 저녁바람 속에
밤의 공포(恐怖)에 나의 맘은 떨고 있다……
지금(只今) 이 핼금한 달 아래에
금색(金色)을 놓는 저녁바람 속에
밤의 환락(歡樂)에 그대의 맘은 노래한다……
그렇건만은 그렇건만은 이전(以前)날
우리들의 실내(室內)의 어두운 곳에서는 내 눈 동자(瞳子)의 불길에
백주(白晝)의 공포(恐怖)에, 그대의 맘은 떨고 있었다.
그렇건만은 그렇건만은, 이전(以前)날,
우리들의 실내(室內)의 어두운 곳에서는, 그대의 눈동자(瞳子)의 광명(光明)에
백주(白晝)의 환락(歡樂)에 나의 맘은 노래하였다.
고운 노래
[편집]나는 내 초적(草笛)보다 더 높은 노래를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나간 옛날에 내가 크레들[요람(搖籃)] 속에서 듣던 노래보다 더 높은 노래를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종달새와 여명(黎明)의 종루(鍾樓) 위에 흔들리우는 과실(果實)보다 더 높은 노래를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나무 잎사귀 위에 내리는 비의 노래보다 더 높은 노래를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 맘에 맞는 노래는 나무 잎사귀의 소곤거리는 노래보다도 오히려 더 곱다란 노래,
냇가의 버들을 흔드는 소천(小川)의 흐름보다도 더 섬세(纖細)한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갈매기와 종달새보다도 더 희미한, 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는 아침의 조종초(弔鍾草), 그리하고 삼가는 듯이 부는 나의 초적(草笛)보다 더 가벼운 곡조(曲調)의 노래, 이러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즐겨하는 노래는……
적막(寂寞)하고도 임의(任意)로운 고움 가득한 곡조(曲調)로, 성모(聖母) 마리아가 예수에게 노래하여 소일(消日)거리 삼은, 또는 공(工)장 요셉이 입장난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꿈으로 인도(引導)하던 노래보다도 더더 뛰어나게 보드라운 노래, 그런 것이다.
오오 울림 가락의 희미한 그 가성(歌聲)이여,
세상(世上)에는 짝이 없는 그 노래는
이전(以前) 날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여러 번(番) 노래하던 노래, 그리하고 지금(只今)도 오히려 씨리아 소녀(少女)가 천변(泉邊)에서 깊어가는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한가롭게 거문고를 타며 적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노래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