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은파리/개벽 12호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아모리 거짓말로만 살아간대도 설음(悲哀) 뿐만은 거짓으로 못하는 것이다. 눈물 뿐만은 거짓으로 흘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란 놈들은 그것까지도 훌륭하게 거짓으로 꾸민다.

어느 집 노인이 돌아갓(死亡)다. 그 아들과 며느리들이 주야로 곡을 한다. 그중에 제일 섧게 우는 이는 반듯이 소박 마즌 부인, 아니면 큰 동세에게 구박 밧는 작은 동세일다. 무얼 노인의 죽음이 섧어서만 우는 것이 아닐다. 그래도 그것은 덜하지 조객이 오거나 조석때가 되면 곡조를 마처서 어-이, 어-이 울겟다. 그 중에도 웃으운 꼴은 상가라 바뿌기는 하니까 여인네는 일을 하며서 우느니. 이애야 솟에 불집혀라. 아이고-아이고-이애야 상(床) 좀 얼른 보아라. 아이고-아이고, 이게 무슨 추태냐. 진정으로 그의 죽음을 슯허 하는 사람은 아모리 해도 그런 소리가 나올 것 갓지 아니하다. 허위허례로만 몃 십 몃 백년을 살고 또 그 허위 속에서 생장한 그네는 역시 그러케 우는 것까지도 거짓으로 아니하고는 못 백이는 모양이다. 동리집 애 어머니들이 모여 안저서 「에그 점례 어머니는 목청 조(調)케 잘도 웁디다.」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네 사람들은 울음에도 조(調)가 잇고 잘잘못이 잇는가 보다. 정말 이러케 거짓말로만 되어갈 세상이면 음악 연주회마다 울음 명수가 출연하야 만장의 대갈채를 박(博)할 날도 가까이 올 것 갓다.

부모의 상사를 당하야 진정으로 뼈에 사모치게 섧고 애처로우면 -상중에도 거죽만 발라 꾸미는 헛울음 헛된 예(禮)만 찻지 안는 진정한 효자만이면 그 얼마나 비애롭고도 一切 예식이 장엄하랴...마는 출가 해 온지 며칠이 못되어 부끄럼만 타는 새색시가 울음은 아니나오고 눈물은 안나고 남보기가 부끄러워서 침을 찍어다 눈가에 바른다는 요절할 추태를 보면 그네 사람들이 얼마나 허위허례로만 속혀 가는 줄을 알 것이다.

그래도 놈들은 그런 짓을 하며서도 그것이 예절이라고 시침을 따고 안저서... 진정으로 설음을 못 이겨서 흙흙 느껴 울 줄만 아는 사람을 쌍놈이라겟다.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속히고 속고 그리고만 사는 그것들이 속히다 속히다 못하야 죽어 돌아가는 사람까지 속히려는 것은 넘우도 심하지 아니하냐.

놈들에게는 그 외에도 또 한 가지 울음과 눈물이 잇다. 그것은 죽음 자칫하면 짤금 짤금 나는 눈물일다. 흐르기도 가장 용이하게 흐르고 마르기도 가장 용이하게 말라버린다. 즉 말하면 다정하고 마음이 어질고 착하다는 호평을 엇기 위하야 울고, 남에게 가련하다는 소리를 듯기 위하야 울고, 동정의 눈물을 구하지 위하야 울고, 인비목석(人非木石)이란 치욕을 피하기 위하야 우는 눈물일다. 교제가의 눈물, 치부가(致富家)의 눈물. 위선자의 눈물, 칼날가튼 눈물, 폭탄 가튼 눈물, 가장 가증스러운 눈물, 참으로 사람이란 동물에게만 특유한 눈물이다.

그 꼴에 놈들은 자칭 왈 정적(情的) 동물이라 한다. 감정적 동물이라 한다. 따는 눈물을 짤금 짤금 잘 흘리니까 정적 동물인가 보기도 하다.

아. 참!! 놈들이 거짓 업시 참으로 설은 눈물을 흘리고 우는 때가 꼭 하나 잇다.

남,녀가 업시 활동사진이나 연극을 보고는 잘들 운다. 정든 남녀가 이별하는 것을 보고는 운다. 어린애가 부모 일코 고생하는 것을 보고는 운다. 빈하고 약한 자가 강하고 부한 자에게 박해를 밧는 것을 보고는 운다. 그것이 뻔히 그 자리의 실제 사실이 아닌 줄 알며서도 그래도 운다. 부인네는 수건이 젓도록 운다. 눈이 붓도록 운다. 양반 행세 하느라고 극장에 제법 아니가는 귀부인은 소설책을 읽고 운다.

이 눈물만은 속힘 업는 진정으로 동정하는 눈물일 것일다. 확실히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거짓 눈물일 줄이야. 넘우도 놀랍지 아니하냐.

놈들이 극(劇)이나 활동사진이나 소설의 주인공의 비경(悲境)에 흘리는 그 눈물이 과연 진정한 동정의 눈물이라 하면....

극이나 소설을 읽고 흘리는 눈물이 진정의 눈물이라하면... 자기 이웃집의 구차한 살림을 보고 웨 동정을 못하느냐. 다 가튼 사람으로 태워나서 아모 이유 업시 아모 조건 업서 다만 빈한한 부모를 가젓다는 탓으로 박해와 모욕 속에서만 생장하야 애쩍부터 우마가티 부림을 바다 살과 기름을 나날이 빼앗기고 그 소득까지 약탈을 밧고 치위와 줄임에 떠는 참극을 보고도 웨 동정을 아니하느냐. 살아잇는 비극을 보고도 웨 울지를 안느냐. 활동사진에서 고아를 보고 우는 자가 길거리에서 헤매는 동포의 고아를 보고 웨 우지 안느냐.

결국, 결국 사람이란 알 수 업는 동물일다. 자칭 정적 동물이라고... 그런 별난 정적 동물이 어대 또 잇겟느냐.

불상한 인생 중에도 가장 불상한 맹인을 혹시나 맛나면 면상을 찡기며서 「재수업다.」겟다. 압흘 못보고 밝은 빗을 보지 못하고 생아(生我)의 부모를 아지 못하고 사랑하는 처자의 낫을 보지 못하는 가련한 그가 길거리에서도 발 한 거름을 안심하고 내노치 못하거던 동정은 하지 못하나마 저에게 재수 업슬 것이 무엇이냐. 이것이 정적 동물의 의렛짓이냐. 그 맹인도 무대 우에 올려 세우면 놈들은 수건이 젓도록 울렷다.

돈 만흔 놈이 죽어 나가면 먼 동리 부인, 노인까지 신사라는 회사원까지 뛰어나와 그 장의행렬을 구경을 하되 빈한한 사람이 족으만 상여에 담겨 나가면 길에서 혹시 맛나서라도 부정을 보앗다고 발을 세 번 구르고 침 네 번 뱃겟다. 하나는 거짓말을 잘해서 돈을 만히 모은 탓이요. 하나는 거짓말을 할 줄 몰라서 돈을 못 모은 탓이다. 죽어서 행인의 침 밧기 실혀서도 살앗슬 동안에 실컷 속여서 돈을 모아야만하게 놈들의 세상은 된 모양이다.

똑가튼 시체가 아니냐. 먼대까지 쪼차와 보는 구경거리가 돈이 업서 치장을 못햇다고 부정(不正)거리가 될 것이야 무엇 잇느냐.

그는 거짓말이라도 해서 돈 모을 줄은 모르고 다만 너의 먹을 맨을 멘들기 위하야 전답만 패엇다. 너의가 따뜻이 잘 집을 짓느라고 땅만 다젓다. 너의가 병만 나면 입원 하게 하기 위하야 병원만 지엇다. 너의의 생활을 편리케 하기 위하야 놉다란 전주 끄테 전선만 매엇다. 최후의 시각까지 너의를 위하야 일하다가 부상하여 죽엇다. 그 공로에 대한 보수가 침 뿐이냐, 부정 뿐이냐.

아아, 뻔뻔한 놈은 사람들이다. 놈들은 그래도 자신이 족음만 불편하면 정의니 인도(人道)니 하고 들떠든다.

세상은 넓은 것이라 별별 괴물이 다-만타. 기중에도 웃으운 괴물은 몸동이(胴體)에서 제 各各 떨어저서 따로따로 노는 사지일다. 사람의 세상에는 그런것들이 의기양양하게 활보하는 괴물이 만타. 동체를 떨어져 나온 사지, 그런 의미 업는 가치 업는 생명 업는 조각들이 제법 활보를 하니 괴상치 아느냐.

놈들은 누구나 다-자기자신의 입지를 튼튼히 하려고는 아니하고 덥허노코 남의 머리 우에만 올라서려고 긔를 쓴다. 미텟놈이 실혀서 고개를 빼는 때 자신이 들오 땅에 떨어질 줄은 생각도 안코 그저 어찌 갓던지 남의 머리 우에 올라 서려구만 한다.

그러는 동안에 피차 업시 머리만 터치는 줄을 놈들은 모른다. 그저 남의 머리 우에만 서라. 그것이 놈들의 표준이고 목적일다.

어떤 회(會), 어떤 단체, 그 전체가 서기도 전에 우선 놈들은 모이면 올라서기 싸움을 시작한다.

간신히 한 놈이 올라서면 딴 놈이 또 덤비고 그 놈이 올라서면 떨어진 놈이 하다못해 따로 나선다.

이래서 두 패가 맛선다.

거기서 또 올라서 기싸움을 한다.

또 난후인다.

2가 4로 되고 4가 8로 되고 8이 16이 되고 어느틈에 최초의 입회의 본의는 저 밧그로 다라나고 지금쯤은 다만 올라서기 위해서만 노력한다. 이래서 최초에 자유로 행보하고 자유로 활동하는 한 사람이 되려던 최초의 목적, 본의는 사라지고 제각기 놀기 위하야 동체를 떠나서 사지가 제각기 활보하며 괴상한 무도를 한다.

남북도 이래서 갈리고 회파도 이래서 난후인다.

가련한 최우(最愚)자여 무엇 때문에 올라만 서러는가. 한 번 가 본 길을 또 밟아 가려는 불상한 자여!!

「조선이라는 한 가정을 위하야서는 너의 일신이 중하지를 안하도 너의 일신의 생존을 위하야서는 그 가정이 가장 중요하다.」

최우자여 이 수수꺽기를 잘 풀 수가 잇느냐 (끗)

지난번에는 수이고 이번에도 급해서 누구를 차저갈 겨를도 업시 횡설수설하여 스스로도 안되엇다. 다음번엘랑은 기필코 어느 명사의 집에를 갈란다. 자아 불령 파리가 어대 누구에게 가서 어찌려는가, 기다리라.

파리의 전성기는 왓도다. 푸른 수레 모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