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집/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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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描 1[편집]

검은 옷이 길대로 길고나, 머릿속뒤에 위테-하게 부른 검은 동그란 흥겁은 무엇이라 일음하느뇨? 얼마나 큰 몸이며 굵은 목 얼마나 둑거운 손이랴. 그러나 그가 木蓮花나무 알로 고전스러운 책을 들고 보며 이리저리 걷는다니보담 돌고 도는 것이 코키리가치 상가롭고도 발소리 업시 가비여웠다.
나는 프랑스사람과 말해 본 적이 업섯다. 아직 말해 보지 못한 푸른 눈을 가진 이는 아직 탐험하지 못한 섬과 가태서 나의 이상스런 사모와 호기심이 흰 돗폭을 폈다. 거름은 불으지안는 그이게로 스사로 옴기여지는 것이엿다. 그의 관심이 내게로 향해 오지 안는 것이 도로혀 그의 超越한 日課를 신비롭게 보이게 하는 것이엿다. 아츰에 이마를 든 해바래기 꽃은 오로지 태양을 향해 돌거니와 이이는 뉘를 향해 보이지 안는 白金圓周를 고요히 것느뇨? 懷疑病스런 발은 다시 멈칫하엿다. 호기심은 역시 距離를 두고 수접게 펴고 잇섯다. 그의 큰 몸은 무슨 말업는 큰 교훈과 가테서 각가히 범하기는 좀 위엄성스러운 까닭이엿던지-. 보기조케 갈러지는 밤빗 수염은 바람을 마지한 무승한 풀의 斜面과 황홀하엿다. 그날의 나는 금단초 다섯 개 단 제복의 힘리트이엿다. 한나제 만난 黑長衣들은 <王> 아프로 더 각가히 가자 얼골이 마조빗취자! 눈이 하나 업다.
외눈박이 프랑스 신부는 우울한 환멸의 존재로 섯슬 뿐이엿다.
약간 머리를 숙여 건조한 예의를 표하고 그의 아플 바람을 헤치며 지나갓다.
날 듯한 고식 성당은 오늘도 놉구나! 기폭을 떼인 마스트갓흔 첨탑! 어르만질 수 업고 폭 안길일 수도 업는 <거대>한 향수여! 뒤로 돌아 싹거올라간 둥근 돌기둥 그늘진 구석으로 들어가 압길에 비를 내여다보는 나그네처럼 花崗石 차다찬 피부에 쌤을 부비고 잇섯다.
몃칠뒤-
미ㅅ스 R은 제비집과 함긔 부치고 잇는 나의 이층을 차저왓섯다.
『「킹 어프 킹스」초대권을 가지고 왓습니다.』
감사한 인사를 하기보담 성급한 나의 자랑은
『당신네 교회 가봤지요. 그 프랑스 신부 눈이 하나 업습듸다그려.』
『눈이 하나 업다니요?』
『외눈이야요 외눈!』
『잘못 보섯지요』
수선스런 나의 쾌활은 겸손한 냉정에 그날도 스사로 시들어지고 말엇다.
『초대ㅅ권이야요? 고맙습니다.』
나의 시각은 정오 갓가히 한창 지줄대는 도시 우에 떠오른 氣球의 글자를 읽엇다.

다음 주일 이츰 미사로부터 풀어나와 비들기갓치 설레는 신자들 틈에 나도 식기엿다. 길들지 안는 외톨산비들기의 날개는 조화롭지 안엇다.
미ㅅ스 R과 아츰인사를 박구쟈 가벼운 긴장을 녹기엿다. 나의 시각의 틀닢업슴을 요행히 기대하며 성당입구를 바라보고 잇섯다. 족으만 山처럼 옴기여오는 프랑스 신부가 보이자 나의 自重은 제재를 일어 용감한 권투선수처럼 아프로 닥어너갓다. 이는 틀림업는 눈이 둘이다!
수풀속으로 내여다보는 죄고만 湖水갓흔 눈이 들어온다. 천국이 바로 비취는 순수한 렌스에 나의 몸ㅅ새는 한낫 헤매는 나부이더뇨?
미ㅅ스 R은 얼골이 함폭 미소를 피엿다. 나의 일흔 아츰 붓그럼은 가벼히 上血하엿다.
『신부님, 저하고 한나라에서 온 분이십니다.』
『신자시오?』
『아즉은........ 아니세요.』
말 들으는 포로처럼 나는 가슴에 달닌 단초를 돌니고 이섯다.

素描 2[편집]

『옵바 청산학원이십니까?』
『네 청산학원입니다.』
『집에 옵바는 효성중학이예요.』
그 아이는 만또자락으로 감추다시피 한 P의 단초를 벌서 눈녀겨두고 어린아이답게 첫인사를 부치는 것이엿다.
『옵바는 대학부기군요.』
P는 『네』하는 응답은 생략하여 버렷다.
우월감이 아조 압복된 對話에는 소사나오는 우슴이 아닌 우슴으로 말ㅅ뒤를 흐리여 버리는 것이 例이다.
대학부가 무슨 수치가 되랴. 그러나 K시 가톨닉교회에 발을 드듸기 비롯하야 인사도 업시 얼골을 니켜가는 그들 틈에서 P의 프로테스탄트는 잘 버서지지 아니하는 모양새 다른 적은 신발이엿다. 남의 눈에 주눅이 들니고 차차 색다른 붓그럼을 배워가든 까닭이다.
그 아이의 옵바 부름은 조금도 번접스럽지 속되지 안엇다. 이 나라 그리스당 소녀의 미덕을 보앗슴이다.
조고마한 손으로 차ㅅ반을 옴기고 따르고 하는 것이 그 아이에게는 힘에 하나 차는 큰 잔치일이라 어른의 귀염성업는 作法에서 나온 것도 아니오 아조 자연스런 遊戱이엿다.
따러주는 이른 아츰차는 겨우 쓴맛에 지나지 안엇다. 아즉까지도 도모지 절차를 리해할 수 업던 미사의식의 新嚴한 압박에서 버거나온 P는 가벼운 口渴과 가튼 것을 녹기엿다. 쓰듸쓴 맛을 씹는 것은 어린아이에서 쫏기여나고 어른의 경험에 드러스기 전 P의 초조가 엇더한 <反省>을 반추하는 고적한 동작이엇다.
차저내야 할 <日課>를 아조 이러버린 그에게는 그날 아츰 한창 찬ㅅ거리를 어더왓스니- 그 아이는 <카톨닉교회 비들기>라고 도라와서 이야기하엿다.
<카톨닉교회 비들기>란 칭찬이 엇지하야 S의 여프로 보는 뺨에 가벼운 질투를 반영하엿더뇨?
질투란 것은 얼골에 나리는 구즌 날세라 우서도 바로 태양이 되지 아넛다.
『참 비들기갓지요 깜찍도 하게.』
S의 귀ㅅ밥에는 귀고리하엿던 바늘ㅅ귀만한 흔적이- 국경 압록강근처에서 어린아이ㅅ적에 하는 풍속이라고 S는 말하엿다- 그날 아츰에는 두뺨을 모다 차지하여 허무한 큰 소라ㅅ속만하게 보이엿다.
『교회는 모다 매한가지지. 자기 신앙만 가지고 잇스면 그만이지요.』
『인젠 그 자기 신앙에 몹시 고달펏소.』
『카톨닉만 신앙이예요?』
『....................』
『個性 업는 신앙이 무엇하오?자유 업는!』
그는 웨 침묵라엿더뇨? 일ㅅ절에 피로한 그에게는 <자유>도주체할 수 업시 구기여진 옷자락이엿다. <우울>은 일ㅅ종 <오해>로 해석할냐 하엿다. S와의 사이도 단순한 <우정>으로 해석하쟈, 가장 갓가히 마조 대한 두 언덕우에 스쟈. 다만 그 사이에 시퍼런 뛰여넘지 못할 심연을 닉닉히 들여다보자- 가장 자유로운 그리스도교도의 해석을 그는 취해진 것이다.
그리스도가 그어노신 深淵을 신앙하엿다. 그러나 몇 번이나 그는 언덕에서 眩暈를 녹기엿슬가? 뛰여넘으면 넘는다. 넘고 아니 넘는 것은 하여간 27세ㅅ적 P는 가엽슨 양심을 길넛다, 그것은 안으로 안으로 기여드는 적은 새로서 길우에 떠려트려 업시할가 하면 안으로 깃드는 것이엿다.
『하여간 오늘은 좀 도라다닙시다.』
『가만히 드럽드리고 잇스면 쓸데업시 회의만 생겨요.』
아모것도 그리지 못한 그들의 <일과> 페이쥐는 결국 그날 오후 6월 해를 함폭 빠러드린 큰거리로 펴젓다.
때리면 대리석소리 난 듯한 푸른 하늘이엿다.
두르는 단장에 적막한 희랍적 쾌활이 가다가 이러스고 가다가 멈추고 하면서.....

작자는 더 적고 시퍼 시퍼하는 버릇이 잇다.
성당안 祭臺 압헤는 성체등이 걸녀잇다.
켠 불이 - 고요히 기도하는 중에 보이는 것이니 - 한나제도 신비롭게 커젓다 적어젓다 할때 거리에는 무수한 희랍적 쾌활이 이러섯다 수그러젓다 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적이 아님으로 커젓자 적어젓다 보아도 조코 그러케 안보아도 무방하다. 이는 성체등도 철저한 책임은 사양 할 것이니, 다만 至聖한 옥좌를 비추는 영원한 붉은 별임으로.
붉은 벽돌 빌딩들이 후르륵 떨고 이러스고 이러스고 한다.
『남대문통을 지나는 市民제씨 脫帽!』
창제비 한쌍이 커 - 브를 돌아 슬치고 간다. 유리쪽에 날ㅅ벌네처럼 모하드는 비ㅅ낫치 다시 방울을 매저 밋그러진다.
우리들이 쉐뿔레는 아조 눈물겹게 일심으로 달닌다.
C인쇄공장 정문에 드러스면서 박쥐우산 날개를 채곡 접어들고 교정실 문을 열 때는 모자를 벗고 테-블에 돌나안저선 유리잔에 찬물에 마섯다. 이리하야 우리들의 다만 십분간의 사치는 滑走하여 버리고 결국 남대문 큰거리를 지나온 한 시민이엿다.
얼마 안잇서 교정ㅅ거리가 드러왓다.
활자 냄새가 이상스런 흥분을 일으키도록 향기롭다. 우리들의 詩가 까만 눈을 깜박이며 소곤거리고 잇다. 시는 활자화한 뒤에 훨석 효과적이다. 시의 명예는 활자직공의게 반분하라. 우리들의 시는 별보다 알뜰한 활ㅅ자를 운율보다 존중한다. 윤전기를 지나기 전 시는 생각하기에도 촌스럽다. 이리하야 시는 기차로 항로로 항공우편으로 신호와 함께 흐터저 나르는 軍用鳩처럼 날너간다.
『詩의 라디오 放送은 엇덜가?』
『저속한 성악과 혼동되기 쉽다.』
『詩의 전신발송은 엇덜가?』
『電報詩!』
『유쾌한 시학이나 전보시!』
도라올 때는 B네거리에서 회색버스를 탓다.

素描 3[편집]

.......圓락을 줏는다.......산뜻하고도 쾌활한 류행어를 고대로 直譯하드시 우리는 올나탓다. 이중에는 말타기 노새타기를 욕심하는 이는 하나도 업다. 붉은 우체통 엽헤서 비맛고 전차 기달니기란 무슨 초라한 꼴이랴!
서울태생은 모름즈기 圓락을 타라.
손쉽게 드러온 쉐뿔레 한대로 우리는 王子然하게 그날 오후의 행복을 꼿다발 묵거들 듯 하엿다.
『타는 맛이 다르지?』
『포드는 더 낫지!』
『무슨? 쉐뿔레가 제일이야!』
저즌 애스팔트우로 달니는 機體는 가볍기가 흰고무뿔 한개엿다.
『순사만 세워두고 십지?』
『다른 사람은 모두 빗겨나게 하구!』
『하하......』
얼마나 허울한 내부인지 확실히 벼룩이 하나 크게 뛰엇다. 사나운 말 갈기를 흠켜잡드시 하고 심한 동요에 걸되였다. 우리는 약속한 듯이 침묵하엿다. 표정 업는 눈은 아모곳도 아닌 곳 한 가온대를 모히여 지난 엿새 동안에 제각기 마튼 <영혼의 얼골>을 살펴보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 다음날은 주일. 일곱시반 저녁三鍾이 울기 전까지는 이 영혼의 얼골의 개이고 흐리고 하엿던 윤곽을 또럿하게 암기하여 두엇다가 풀ㅅ데 가서 풀어야 한다. 그럼으로 이 홀버슨 버스 안에 남은 짜른 시간을 리용하기에 골몰하엿다.
저쪽으로부터 떠들썩하게 정답게 인사하는 친구여 흔히 이 검소한 버스 안에서 우리가 새초롬하게 보일 때가 잇거든, 우리 얼굴 안에 또 잇는 얼골에 우리 얼골이 파뭇칠 때가 잇서서 정다운 그댈 얼골이 들어온 줄을 혹 째다ㅅ지 못함이니 깁히 용서하오.
대성당에 들어슬 때는 더욱 엄숙하게도 랭정하여진다.
몃시간 동안 우리들의 쾌활한 우정도 신벗듯 하고 일ㅅ절의 言語도 희생하여 버린다. 聖水盤으로 옴겨 가서 거륵한 표를 이마로부터 가슴알로 다시 두엇개까지 그은 뒤에 호흡이 계속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육체를 망각한 영혼의 숨ㅅ소리 뿐이다.
성체등의 붉은 별만한 불은 잠잘 때가 업다. 성체합 안에 숨으신 예수는 휴식이 업스시다는 상징으로 -.
성당 안에 들어오면 엇지하야 우리는 죽기까지 붓그러운 죄인이면서 또한 가장 영광스런 기사적 무릅을 꿀느뇨?
성당 안에 들어오면 우리의 목표는 혹은 어느 곳에서든지 어느 때든지 영원한 목표와 예배하는 방향은 어데이뇨?
누구든지 우리들이 된 후에는 스사로 깨다르리다.
다시 고해소로 옴길 때에는 이 큰 고식건물이 한편으로 옴처오는 듯이 우리의 동작으로는 더할 수 업는 조심ㅅ성과 겸손과 뉘우침을 다하여 것는다.
옷이 오래되면 때무름도 할 수 업는 사정이오 따러서 깻긋이 빨음도 자연한 순서임으로 고해소에서 일어나올 때는 결코 신경적이 아닌 순수화의 산호ㅅ가지를 한아름 안ㅅ고 나온다.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역시 聖水를 통하야 성당에서 나왓다.
비가 다시 쏘다진다.
완전히 초자연적 목욕을 마치고 난 뒤라 언덕에 오른 물새처럼 돌기둥 엽헤 숨어서서 곱게 씻긴 날개를 액기뜻 시다듬듯 하엿다.
우리들의 하나인 C도 성당에서 나와선 엽헤 나란히 슨다.
『비가 그칠 것 갓지 안쿤!』
『글세.』
종히ㅅ장만치 투명한 곳이 군데군데 잇는가 하면 검은 구름이 파도처 옴겨오는 것이 처어다보인다.
우리는 박쥐우산을 폈다.
우산 하나로는 둘의 몸을 오롯이 가릴 수 업다. 그러다 이만만해도 그리스도적 우정만은 젓지안케 할 수 잇게 한 그늘안에서 거러나섯다.
거리에는 불이 켜젓다.
서로 밤의 평화를 축복하여 우산그늘 안에서 헤여젓다.
이리하야 오늘하로는 하로대로 마치고 다음날 창에 구름우 푸른 한울과 함께 밝어올 주일을 마지하긔 위한 그리스도적 新婦의 조심스런 보금자리에도 불이 각각 기다리고 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