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시집/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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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운밤 촛불이 찌르르 녹아 버린다
못 견디게 무거운 어느 별이 떨어지는가

어둑한 골목골목에 수심은 떴다 갈앉았다
제운밤 이 한밤이 모질기도 하온가

희부연 종이 등불 수줍은 걸음걸이
샘물 정히 떠 붓는 안쓰러운 마음결

한해라 기리운 정을 모ㅎ고 쌓아 흰 그릇에
그대는 이 밤이라 맑으라 비사이다